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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사회봉사활동 체험수기] 뜨거웠던 나의 1년

2021.11.04.

(성 명: 윤이나)

2020년 가을부터 2021년 여름까지 저의 1년은 대학 입학 후 가장 뜨거웠던 시간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도 줄고, 홀로 우울하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어떻게 하면 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진행하는 ‘2020 디지털 동계 SNU 공헌단 in 베트남’ 공고를 발견하였습니다. 마침 학교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듣고 있었고, 코로나 이후에도 평소 좋아하던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 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공헌단 in 베트남’에는 교육팀과 정수팀이 있고, 방학인 1월에 2주동안 실제 베트남 친구들이 빈딘 성으로 파견을 갑니다. 그전까지 한국 단원은 모든 교육 내용과 정수 개선을 준비하고, 파견 당시에는 줌으로 교육 진행 및 정수 시스템 개선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저는 샤베트 교육팀 단원으로, 빈딘성에 있는 초등학생 친구들에게 ‘위생과 건강’을 주제로 교육 컨텐츠를 준비하였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상황을 반영하여 올바른 손 씻기 및 코로나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는 영상과 게임을 통해 전달하였습니다.

처음 활동에 임할 때는 ‘온라인으로 활동하니까 한 학기 내내 친구들과 어색하면 어떡하지?’, ‘베트남 친구들과 소통은 어떻게 해야하지?’ 등 걱정이 기대보다 앞섰습니다. 그런데, 단톡방에서 재밌는 짤과 함께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선생님들과 기존 단원들 덕분에 빠르게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샤베트 줌터디/줌클럽을 운영해준 단원이 있었는데, 매일밤 단원들과 함께 줌으로 만나 담소를 나누고 공부하며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만은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친구들과의 소통도 생각한 것만큼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재밌었습니다. 태풍이 와서 인터넷 연결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서로 하나라도 더 물어보고자 연락처를 주고받고, 메신저로 대화하곤 하였고 한국어 전공을 하는 친구들과는 더 편하게 이야기하며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파견 전까지는 항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실전에서 베트남의 상황이 어떨지, 온라인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등 전혀 알 수 없는 현지의 모습에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단원들과 회의를 할 때도 마이크를 켤까 말까 망설이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베트남 짝꿍과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가 한정적인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파견 직전이 가장 떨리고 예민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파견이 시작되고 나서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페이스북 라이브를 켜주면서 인사해주는 베트남 단원 친구들,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낯선 한국인 선생님들에게 하트도 날려주고 한국어로 인사해주던 빈딘 학생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가장 바쁘셨을 팀장님, 간사님, 사진 작가님의 모습이 믿음직하고 뭉클했습니다. 제 짝꿍이 아니고선 베트남 친구들과 친해지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라이브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주며 이름도 불러주고, 자유여행 도중 얼굴을 보고 싶다면 줌을 켜자고 제안하던 친구들의 모습은 떠올릴 때마다 아직도 눈물이 핑 돕니다.

약 두 달 간 교육 팀원들과 밤낮 가리지 않고 회의하며 준비한 수업을 베트남 단원들이 열심히 이끌어주고, 정수 활동도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며 ‘협력’의 새로운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비록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하나의 팀으로서 공동의 목표와 프로젝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협력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봉사활동의 이점에 대해서도 이러한 부분이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스케줄 조정이 어렵거나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해외 봉사활동에 지원하는 데 망설임이 있던 사람들도 온라인 봉사활동이라면 제한적 요소와 부담이 훨씬 적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온라인 봉사활동이 지속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랜선 봉사활동에서 아쉬운 게 없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베트남으로 떠나 고된 일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즐거운 일에 같이 웃고, 한 명 한 명 찾아가 대화를 나눠봤다면 얼마나 더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지금 제 마음 속에 자리 잡은 뭉클함이 얼마나 더 뜨겁게 기억될 수 있었을지 상상 밖에 할 수 없기에 더 아쉬움이 크게 남을 뿐입니다. 온라인 상으로 순간을 공유하고, 단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함께 발을 맞추며 걸을 때의 편안함, 긴장 섞인 눈빛과 미소, 끊임없는 대화와 같은 현장감을 온전히 느끼기란 어려웠습니

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남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남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제게 가장 따뜻한 겨울을 선사해준 디지털 공헌단의 기억을 마음에 새기며 2021년 봄, 다시 온라인 봉사활동에 도전하였습니다. 바로 ‘샤눔다문화공헌단’이었습니다. 샤눔다문화공헌단은 서울대 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모여 지역사회에서 다문화 관련 공헌활동을 합니다. 이번 ‘샤눔다문화공헌단’에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였고, 그중 저는 ‘중도입국청년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프로그램 능력 향상’팀의 팀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저희 팀에는 베트남 단원 한 명과 한국인 단원 두 명으로 이루어졌고, 지역사회 참여자분들은 세 분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영상 편집을 하는 방법을, 다른 단원들은 코딩을 알려주는 교육 나눔 활동을 담당하였습니다.

컴퓨터의 기본 사용이 아닌 보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주제로 하다 보니 코로나 이후 급변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경향에 굉장히 잘 맞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저는 한 번도 영상 편집 관련 수업을 들어본 적 없이 독학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도 없고 누군가를 알려주기보다 함께 배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역사회 참여자분들은 과외처럼 강의 형식의 수업을 원하셨고, 단원의 수가 홀수이기 때문에 저 혼자 영상 파트를 담당해야만 했습니다.

처음엔 겁도 나고 어떻게 하면 수업과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결국 지역사회 참여자분들께 솔직하게 제 상황을 털어놓았고 동시에 어떤 목적으로 영상 편집을 공부하고 싶으신지 여쭌 다음 천천히 레벨을 높여가는 형식으로 수업을 구성하였습니다. 제가 이미 알고 있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틈틈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혼자 연습해보았고, 마지막까지 성공적으로 활동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저 또한 이전에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도전해보지 못 한 영상 편집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볼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게 샤눔다문화공헌단에서의 활동은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저는 평소 외국어를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소통하는 활동을 즐기는데, 외국에서 온 단원과 함께 의사소통하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팀 활동에 기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 온 단원은 한국어가 매우 뛰어났지만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긴장도 되고 제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되고자 저는 단원들 간 소통에서 통역을 도맡아 전체적인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단원들과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이야기해 볼 수 있었고,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매우 뿌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매우 복잡하고 준비 과정이 까다로운 코딩 수업에 비해 다소 간단한 영상 편집 수업을 하는 게 지역사회 참여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제가 팀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충분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어 안심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기대했던 바와 달리 코로나 상황이 더 심각해지며 단원들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자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갖기 어려워 더더욱 아쉽고 미련이 크게 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관심이 있고, 주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공동의 목표와 관심사를 갖고 동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먼 훗날, 코로나 팬데믹을 돌아보게 된다면 저는 우울한 순간이나 한탄하던 시절보다는 작은 모니터 속에서 뜨겁게 심지를 불태우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저는 두 번의 공헌활동에서 이어진 베트남과의 인연으로 여름 방학 동안 베트남어를 공부하였습니다. 우리의 짧은 인연이 미래에 어떤 연결로 이어질지 기대하며 뜨거웠던 저의 1년을 특별히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겨두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