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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특별 대담회 열려

2022.03.22.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에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긴장을 낳고 있다. 이번 전쟁은 비단 양국 간의 관계 뿐 아니라 각국 내의 분열, 미국, 유럽, 중국 등 국제정치의 여러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사태를 한 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계전공 유럽지역학, 정치외교학부 10-10 사업단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연사들을 초청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특별 대담회를 개최했다. 대담회는 비대면 줌(Zoom) 방식으로 열려 동시간대 100명이 넘는 학내외 구성원들의 참여가 이뤄졌다.

“가까운 유럽의 영향력, 러시아에게 정치적 위협 됐을 것”

이번 대담회에는 국제 분쟁 및 외교 정책의 전문가인 파리정치대학의 앙투완 봉다즈(Antoine Bondaz) 교수, 서울대학교의 신범식 교수(정치외교학부), 미국 웨슬리언대학의 피터 루틀랜드(Peter Rutland) 교수가 연사로 나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보고자 했다. 16일 첫 세미나의 문을 연 봉다즈 교수는 외교적으로 유럽은 협상의 기회를 계속 제공해왔음을 강조하며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푸틴의 이번 결정에 대한 유럽의 대응이 비교적 단호한 이유다. 봉다즈 교수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해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비용과 승산을 따졌을 때 매우 비합리적인 계획이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은 분쟁을 피할 외교적 탈출구를 계속 제공했다. 그럼에도 그는 러시아의 군사적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및 우크라이나 측 거부감을 과소평가했다. 여기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세워진 우크라이나라는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부정과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를 자신들이 이룰 수 있다는 확증 편견이 자리한다”고 말했다.

봉다즈 교수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책임에 초점을 두는 시각에 회의를 표하며, “러시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군사적 안보가 아니라 정치적 안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전체주의를 강화해온 러시아 정부나 사회에 EU의 영향은 분명 정치적 위협이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가 떠오른 뒤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이는 지난 3주간 EU가 난민 3백만 명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지원하고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를 실행하는 등 그 역할을 확인한 데에서도 드러난다.

정치외교학부 신범식 교수(우)가 박원호 교수(좌)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정치외교학부 신범식 교수(우)가 박원호 교수(좌)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러시아 대 서방의 신냉전 구도 넘어선 다지역적 질서를 봐야”

17일 세미나의 연사였던 신범식 교수는 이번 전쟁에 대한 ‘세 수준’의 규정을 강조했다. 첫째, 2014년 이래 7년간 계속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 간 내전, 둘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셋째,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신냉전이 그것이다. 이중 국가나 블록 간 전쟁인 나머지 두 개에 비해 우크라이나인 간의 내전은 상대적으로 조명이 안 된바, 신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이 들어서고 친서방 극우세력이 부상하면서, 돈바스 지역이나 소수 친러파에 가해진 테러가 러시아에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나토 및 서방과 우크라이나 간 합동 군사훈련이 계속 있어왔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 후 헌법에 나토가입을 명시하면서 크림반도 탈환이나 핵무장 등의 언급을 계속해왔다. 여기에 돈바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러시아는 군사력 사용이라는 유일한, 그러나 분명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전쟁이라는 비합리적인 선택지로 몰려갔다는 해석이다.

이번 전쟁이 결과적으로 NATO와 미국 중심의 울타리를 더 강고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대담자 박원호 교수(정치외교학부)의 질문에 신 교수는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탈냉전 후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라는 질서가 이제는 지역별로 강대국들에 대한 이해관계를 다르게 세우는 다지역적 질서 지향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지정학적 중간국인 한반도는 급속하게 균형점을 이동하는 것보다는 점진적이고 고도로 계산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그는 “외교 안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푸틴의 모순적인 국민 정체성, 점진적 패배의 주요 원인”

마지막 날인 18일은 러시아 및 구소련 정치 전문가인 루틀랜드 교수가 나서서 전쟁 상황을 개괄하고 질문에 답했다. 루틀랜드 교수 역시 “이번 전쟁의 핵심은 NATO가 아니다”라고 하며,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국제적 패권에 대한 러시아의 분개”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인이라고 주장하는 푸틴의 모순적인 정체성 정치야말로 왜 그가 이번 전쟁을 유발했으며, 왜 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하며, ‘나치화된 자국민’들에 대한 특별조치를 임명받은 러시아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러시아어를 쓰면서도 자신들에 적대적인 우크라이나 지역민들을 마주하며 겪게 될 혼란을 짚었다. 관련해서 러시아 내 반전 정세를 묻는 질문에 그는 “1990년대 옐친 정권과 푸틴 정권은 다르다”라고 하며, “언론이 장악되고 정권 지지율도 50%에 이른다. 그러나 젊은 층과 소수자 중심의 인터넷 사용자들, 아들이 징집된 어머니들이 정부에 분명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전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날 신 교수가 “핵무기는 서방의 직접적 개입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라고 본 반면, 루틀랜드 교수는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에서 진 푸틴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때 핵무기를 사용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존재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대응에서 알 수 있듯 “약한 국가가 곧 약한 사회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하며 전 지구적인 이성과 휴머니티의 승산을 짚었다.

이번 세미나는 전쟁에 대한 유럽, 러시아, 미국 등의 입장과 이에 대한 각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국제정치적 변화를 보다 분명하게 조명할 수 있었다. 세미나를 기획한 정치외교학부 10-10 사업단의 운영위원인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부)는 “각 지역별 전문가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간 대담 형식을 통해 간결하고 핵심을 짚는 세미나가 될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대 학생기자
강도희(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nico797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