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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포착한 개인, 그 주체성에 관한 고찰

2022.07.25.

8월 23일까지 관정도서관에서 〈공간과 주체〉 展 열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의 관정갤러리에서는 제16회 중앙도서관 작은 전시회 〈공간과 주체〉 전시가 진행 중이다. 5월 25일(수)부터 8월 23일(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교내 학생 미술 동아리인 ‘미동’이 주관했으며 ‘공간’, ‘주체’, ‘공간과 주체’의 세 가지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관련 도서와 함께 선보인다. 관람자들은 작품 속에서 공간을 정의하기도 하고, 공간을 통해 정의되기도 하는 다양한 주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개최된 〈공간과 주체〉 전시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개최된 〈공간과 주체〉 전시

공간과 그를 포착하는 주체에 대한 관심 모여

‘아름다운 움직임’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미동(美動)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정기 모임과 작품집 제작 등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활동을 해온 교내 유일 미술 중앙동아리다. 미동이 이번 전시를 주관하게 된 계기는 학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정도서관 관정마루에서 자체 제작한 그림 엽서를 배포하며 엽서 나눔전을 진행한 미동에게 이후 중앙도서관 측에서 16회 중앙도서관 작은전시회 진행을 제안해온 것. 미동 회장 안혜준(철학과·20) 학생은 “관정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짧은 휴식 시간을 미동의 작품들로 채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공간과 주체’라는 전시 주제는 ‘무엇이 미동의 정체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였다. 미동의 정기 모임에서 부원들은 일상 속에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공간을 자신만의 재료와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에 대한 감상을 함께 나누며 공간, 그리고 그를 포착·재해석하는 주체에 대한 관심을 모으곤 했다. 이후 뜻을 합친 15명의 부원이 전시에 참여했으며,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14점에 기존 작품 6점을 더해 20점의 전시작이 선정되었다.

박서영, 〈비로소, 나〉
박서영, 〈비로소, 나〉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낸 각양각색의 이야기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낸 각양각색의 이야기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낸 각양각색의 이야기

전시에는 다양한 공간을 각양각색의 분위기와 화풍으로 표현해낸 작품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박서영 학생(국어교육과·22)의 〈비로소, 나〉는 미소를 띤 채 떠다니며 하늘을 무지개색으로 칠하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을 한 컷의 만화처럼 담아내 ‘스스로 그려 나가는 삶, 나다움으로 가득 찬 우주(작품 설명 참조)’를 희망적으로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오주원(경제학부·19) 학생의 〈미아 No.7764(관정)〉는 짙은 남색으로 펼쳐진 광활한 우주에 여러 전공 서적의 페이지와 우주비행사의 사진이 콜라주 기법으로 덧대어져 있어, 사뭇 다른 심오함을 전해온다. 작가는 우주쓰레기처럼 허공을 부유하는 종이조각들을 통해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알지 못한 채 관정에 부유하는 나(작품 설명 참조)’를 표현했다. 새까만 배경의 한가운데에 하얀 날개를 단 붉은 장미가 그려져 있는 〈Just Look, Don’t Touch(안정진, 의예과·21)〉도 인상적이다. ‘생명을 대가로 줄기에 구속된 꽃은 유한한 시간 동안 세상에 구속된 채 살아가는 인간과 닮아 있다(작품 설명 참조)’는 주제의식이 강렬한 색채 대비로 전해진다.

도서와 미술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도서와 미술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과 주체라는 주제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서적들도 함께 전시됐다. 에드문트 후설의 『사물과 공간』,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 허먼 멜빌의 『모비딕』, 김산하의 『비숲』과 『김산하의 야생학교』,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등 미동이 선정한 중앙도서관 소장 도서들이 갤러리 중앙에 전시되어 있다. 도서를 함께 전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안혜준 학생은 “관람객이라는 주체들이 최대한 자유롭고 개성적으로 전시 공간을 향유하기를 바랐다. 전시에서 받은 영감을 도서관의 책들 속에서 찾아보는 과정에서 감상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게끔 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간과 주체〉 전시는 8월 23일(화)까지 진행된다. 안혜준 학생은 “작은 전시회는 언제든 자유롭게,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전시인 만큼, 여러 차례 관람하며 매번 색다른 감상과 경험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전시 〈공간과 주체〉가 다양한 주체들의 상호작용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무심결에 지나쳤던 공간의 변화가 나를 다시 바라보며 통찰을 더해나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대 학생기자
강유진(동양사학과)
yujin0823@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