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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유연하게 길을 찾으세요" 필즈상 허준이 교수 특강

2022.08.02.

지난 7월 5일(화),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서울대 동문이자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에 재직 중인 허준이 교수가 국제수학연맹(IMU)이 만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필즈상을 수상한 것. 허준이 교수는 서울대 수리과학부(물리·천문학부 복수전공)에서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 수리과학부 석사, 미국 미시간대학교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수기하학을 통해 ▲리드 추측 ▲로타 추측 등 조합론의 여러 난제를 해결한 바 있다.

지난 7월 27일(수) 허 교수는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초청을 받아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풀이하는 수학강연회를 진행했다. 강연회는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열렸는데 현장에는 약 150여 명의 교수, 학생 등 사전신청자와 기자들로 붐볐다. 강연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생중계됐으며 수백 명의 시청자가 함께했다.

지난 7월 27일 서울대에서 강연하는 허준이 교수
지난 7월 27일 서울대에서 강연하는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기념 수학강연: 조합론 문제 풀이하는 시간 가져

강연은 오세정 총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오 총장은 “물리·천문학부에서 수학 전공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세계 최고의 업적을 이뤄낸 허 교수는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축사자로 나선 김명환 명예교수(수리과학부)는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수학계에 큰 울림을 줬다”며 “허 교수의 행보가 지적 탐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상에 오른 허 교수는 “학생 시절 자주 방문하던 상산수리과학관에 다시 올라선 지금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강연에서 허 교수는 그의 업적의 기반이 된 대수기하학의 호지 이론을 활용하여 조합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대상 X를 상정하고, X로부터 도출되는 A, K, P 등의 수학적 대상들의 상태를 대수기하학의 방법론으로 적절히 변형하여 조합론의 문제를 증명해가는 과정을 선보였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허 교수의 강연이 끝난 뒤에는 강연 내용에 대한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수학적 증명이 실제 사회 혹은 다른 학문에 적용되는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적 문제 풀이법은 복잡한 양을 계산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며 수학적 원리를 적용한 정글짐, 알고리즘 등을 언급하여 수학적 발견의 기타 학문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합론 문제를 풀이하는 허준이 교수와 경청하는 사람들
조합론 문제를 풀이하는 허준이 교수와 경청하는 사람들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라도 유연성 갖는 데 중요해

학생들의 진로 고민에 대한 허 교수의 조언도 있었다. 허 교수는 본인이 시인, 기자 등 여러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수학 공부를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한 결단의 순간은 없었다”며 “수학을 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해 수학자의 길을 계속 가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전공과목에서 A+를 받는다거나, 경시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특정 사건으로 갖게 되는 재능에 대한 확신은 언젠가 무너질 수 있다”며, “그러나 무엇을 하든 나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스스로 유연성을 갖기에 좋다”고 말했다. 난관에 부딪히거나 새로운 상황이 닥쳤을 때 때로는 근거에 기대지 않는 ‘비논리적인’ 자신감이 기존 목표를 변경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등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설명이다.

모교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허 교수는 “기쁜 일도 힘든 일도 있었지만 대학교에 있었던 6~7년여가 살면서 가장 치열하게 생활한 시기였던 것 같다”며 “대학에서 생활하는 시간들을 즐기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과 소통하는 허준이 교수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과 소통하는 허준이 교수

질의응답이 모두 끝난 뒤, 허준이 교수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줄이 늘어섰다. 사전 신청에 실패해 강연장 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와서 사인을 요청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허 교수는 끝까지 남아 학생들에게 덕담을 건네며 시간을 가졌다. 강연을 들은 추민서(수리과학부·21) 학생은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심이 있었는데 논문을 읽을 때 이해하기 어렵던 부분을 강연을 통해 대략이나마 알 수 있어 좋았다”며 “교수님 말씀처럼 재능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진로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해본 후 수학이 잘 맞는지 생각해봐야겠다”고 전했다. 이렇듯, 이번 강연은 필즈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 교수가 자신의 학문적 업적에 갖는 자부심과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서울대 학생기자
김대환(농경제사회학부)
daehwan475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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