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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 한글이 걸어온 길,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바른 소리, 큰글〉 展

2023.02.10.

최근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글을 배우려는 해외 팬들이 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도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등을 통해 한국어와 한글 실력을 늘리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모양이 간결하고, 발음되는 소리에 따라 모양이 정해져서 배우기 쉽다. 이러한 한글의 과학성은 제작자인 세종대왕의 오랜 연구와 더불어, 그의 업적을 받아들인 후손들의 적극적인 활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월 6일,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소장된 자료 중 중요한 한글 자료들을 모아 전시 〈바른 소리, 큰글〉을 열었다.

정음(正音)에서 한글까지

훈민정음은 1443년(세종25년) 12월 만들어졌다. 세종이 직접 지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이후 1910년대 초에 주시경 등 한글학자들이 큰글이라는 뜻의 ‘한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귀한 한글 자료들을 대거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세종이 직접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와 사용 예시 등을 적어 백성들에게 반포한 한문본 도서 『훈민정음』의 조선어학회 간행본(1946년), 그리고 한글 창제 이후 최초로 간행된 한글 문헌인 『용비어천가』(1612)가 눈에 띈다. 세종의 뜻을 받들어 이후 조선의 문인들은 어려운 한문을 한글로 풀이하는 언해(諺解)에 평생의 힘을 쏟았다. 관혼상제 등 가정 예법을 알려주는 『가례(家禮)』를 한글로 풀이한 신식의 『가례언해』(1632), 유교 경전인 사서의 하나인 『논어』를 한글로 풀이한 율곡 이이의 『논어율곡선생언해』(1749), 조선 후기 음운학자인 유희가 저술한 언문 연구서 『언문지』(1824) 등이 있다.

재밌는 책도 있다. 한글로 술 제조법을 적어둔 『주방문(酒方文)』에는 ‘오가피주’, ‘구기주’, ‘옥로주’ 등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한 술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오늘날로 치면 ‘폭탄주’일 ‘혼돈주’도 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노래들을 모은 ‘가요집’ 『악장가사』에는 익숙한 〈청산별곡〉의 ‘알리알리알라셩 알라리알라’ 구절이 보인다. 이 밖에도 정조의 어머니 헤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 무려 180권이나 돼 조선시대 소설 중 가장 분량이 긴 『완월회맹연』, 『춘향전』과 『홍길동전』과 같이 잘 알려진 고전소설들이 목판으로 찍어낸 목판본, 사람이 직접 쓴 필사본 등의 형태로 전시돼 있다.

1810년대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방문』(좌)과 세종이 직접 찬술한 한글 해설서인 『훈민정음』(우)
1810년대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방문』(좌)과 세종이 직접 찬술한 한글 해설서인 『훈민정음』(우)

삼국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묘미는 지난 11월 26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된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삼국유사』를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연이 고려 말인 1281~1286년(충렬왕7~12년) 집필한 역사서인 『삼국유사』는 국보 제306-2호로, 언제 처음 간행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고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판본들은 모두 조선 초기 혹은 중기의 것들이다. 그중 중기인 1512년, 경주의 이계복이 목판으로 찍은 『삼국유사』가 규장각에 보존되었던 것이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총 5권(2책)의 완질이다. 이로써 규장각 소장본 『삼국유사』는 연세대학교 박물관, 범어사 성보박물관 소장본과 함께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된 『삼국유사』가 되었다. 이를 기념해 지난 2월 3일(금)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대강당에서는 전시 제막식과 함께 등재 기념식이 열렸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에 등재된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삼국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에 등재된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삼국유사』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는 총 30만여 점의 자료를 비롯해, 총 8종의 국보와 30종의 보물, 2종의 국가등록문화재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규장각 소재 기록 유산들을 일부 접할 수 있었다. 조선 전기 관에서 발간한 역사서인 『고려사』나, 임진왜란으로 일부가 소실되었지만 조선시대 왕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승정원일기』 등이 있다. 끝으로 가면서는 후기 고종 때 발간된 역사 교과서인 『조선역사』, 소학교 교과서인 『국민소학독본』, 『신정심상소학』 등도 보인다. 펼쳐진 『신정심상소학』에는 ‘시계를 보는 법’이라는 장 제목과 함께 형에게 시간을 물어보는 어린아이의 그림도 그려져 있다. 이들 자료는 대부분 규장각 원문 검색서비스(https://kyudb.snu.ac.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옛 자료의 물성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전시실에 직접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강도희 시니어기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nico797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