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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를 기록하는 ‘오목렌즈’ - 서울대 미술관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展

2023.03.09.

서울대학교 미술관(관장 심상용)은 1월 13일부터 3월 5일까지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시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는 김정일, 김재경, 임정의, 최봉림 4명의 작가가 찍은 총 196점의 사진이 전시됐다. 사진들은 모두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서울 개발 예정지를 조망하며 재개발이라는 사회현상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거나 잊었던 사회의 단면들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오목렌즈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것

뮈에인(myein)은 ‘신성하게 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이와 같은 제목을 통해 전시는 ‘한국인이 삶의 장소를 자원과 재개발의 하위에 둠으로써 신적인 것, 신성하게 하기에서 분리되어 왔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따라서 전시는 오목렌즈와 같은 접근법으로 우리가 자원과 재개발에만 집중했던 근시안을 교정하고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심삼용 관장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며 “더 넓은 전망(展望)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근시안을 교정하기 위해, 우리 마음속 오목렌즈의 배율을 더 높여야 한다”라고 했다.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시 전경 (사진출처 서울대 미술관)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시 전경 (사진출처 서울대 미술관)

전시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김정일 작가의 “기억 풍경” 연작은 1982년에 촬영됐다. 봉천동, 압구정동의 평범한 빌라 건물을 마치 증명사진처럼 정면으로 찍은 사진들은 우리가 사는 건물이 곧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살펴보게 되는 임정의 작가의 “신림7동”, “봉천5동”은 보다 멀리서 동네 전체를 찍은 사진들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재개발을 앞둔 지역의 마지막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세 번째 섹션인 최봉림 작가의 “서울 달동네 1990”에서는 서울대 관악캠퍼스와도 밀접한 봉천동이라는 지역을 여러 관점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준다. 최봉림 작가의 사진들에는 그 지역을 거쳐갔던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가까우면서도 친근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겼다. 한편 김재경 작가는 계단에 집중했다. “mute” 연작은 문명을 상징하는 ‘계단’이 위치하는 달동네의 모습을 조명했다. 전시를 관람한 엄희주 학생(지리교육과·19학번)은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라는 책에서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는 가족의 모습을 접하면서 고통을 많이 느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희망, 따뜻함, 정이 느껴졌다”며 “네 명의 작가분들의 사진이 각각 주목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심상용 관장 “우리는 옛날에 살아왔던 방식을 잃어버렸다”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시 연계 세미나〉 현장 사진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시 연계 세미나〉 현장 사진

전시연계 세미나는 오진이 학예연구사의 사회로 시작돼 세 명의 교수의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심상용 관장은 “왜 '뮈에인-신성하게 하기'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심 관장은 “최봉림 작가의 사진 속에 담긴 1990년 봉천동에 사는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은 학업과 경쟁으로 인한 오늘날 아이들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행복한 모습’이었다”며 “옛날에 살아왔던 방식, 잘해왔던 방식을 잃어버린 현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우리가 잘못 생각해왔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바꿔 나가야 한다며, “이 세계는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계”라고 말했다.

박상우 교수는 “도시와 사진”을 주제로 ‘도시사진’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인간의 얼굴 다음으로 카메라가 가장 많이 향했던 피사체가 바로 도시이고, 도시사진은 근대적 기술인 카메라가 근대적 공간인 도시를 기록한 이미지로서 기록의 의미가 있다. 또, 중하층이 살던 ‘아래’의 공간이 현대에 들어서면서 아파트 공간으로 바뀌었는데, “재개발 이전의 공간에 대한 기록 없이 사라지곤 했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았기에 사진가들이 스스로 나서서 기록한 것이 아닌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홍중 교수는 “기시감 혹은 기멸감”을 주제로 중국의 영화감독인 지아장커의 작품을 함께 살펴보았다. 지아장커의 영화는 사라지는 것들을 카메라가 비춘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와 유사하다. 김 교수는 “처음 보는데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 늘 보는 건데 헛것처럼 보이는 기멸감이 바로 개발 예정지를 다룬 이번 전시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 아닐까 한다”고 보았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작가들과의 국제 교류전이었던 〈小小하지 않은 日常〉 전의 후속 전시로,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2023년 첫 번째 전시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전시, 전시연계 세미나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올해 1월에는 미술대학 진학에 관심이 있으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운 비수도권, 비예술고등학교 재학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래인재학교를 운영해 현대미술사 강의를 제공했다.

서울대 학생기자
최낙원(정치외교학부)
paradis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