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 기념 SNU Symphony Orchestra 정기연주회 포스터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2025년은 서울대학교가 관악 캠퍼스로 통합 이전하며 종합대학으로 새롭게 출발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그 뜻깊은 여정을 기념하는 특별한 무대가 11월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졌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이 주최한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 기념 SNU Symphony Orchestra 정기연주회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A단조 Op. 102」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Op. 125 ‘합창’」으로 구성됐다. 지휘는 장윤성 교수(작곡과)가 맡았으며, 두 번째 무대의 합창 총괄은 전상직 교수(작곡과)가 담당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요하네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A단조 Op. 102」는 1887년에 완성된 그의 마지막 관현악 작품이다. 본래 협주곡은 한 명 이상의 독주자와 관현악단이 경쟁과 협력을 모두 도모하는 음악을 의미한다. ‘투쟁하다(concertare)’라는 라틴어에서 비롯해 ‘합의에 이르다’라는 이탈리아어로 변모해 온 그 의미처럼, 경쟁을 넘어 하나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이 곡의 서사는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의 역사적 발자취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화합의 정신을 증명하듯, 이번 공연의 협연자인 백주영 교수(바이올린)와 김민지 교수(첼로)는 관현악과 정교한 명암을 주고받으며 협주곡의 진면목을 그려냈다. 특히 3악장 ‘비바체 논 트로포(Vivace non troppo)’는 힘차게 회귀하는 론도 주제 사이에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삽입되어 풍성한 색채를 더했고, 이윽고 음악이 최종 목적지인 A장조에 도달하며 장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서울대학교 종합화 50년 여정의 의미를 음악적으로 투영하며 기념 공연의 서막으로서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Op. 125 ‘합창’」을 공연하는 오케스트라
이어진 두 번째 작품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Op. 125 ‘합창’」이었다. 기악 음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교향곡의 영역에 사람의 목소리를 최초로 도입한 이 곡은 음악사의 혁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4악장에서 터져 나오는 “오 친구들이여, 이 소리가 아닐세!(O Freunde, nicht diese Töne!)”라는 외침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가사로, 기존의 절대음악의 세계를 부정하고 교향곡의 새로운 지평을 요구하는 선언이다. 이러한 혁신 정신은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온 서울대학교의 역사와 앞으로 나아갈 미래 지향성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의 정신은 베토벤이 곡의 정점에서 선보인 ‘이중 푸가’ 기법에서 절정에 달한다. 베토벤은 ‘환희(Freude)’와 ‘포옹(Seid umschlungen)’을 노래하는 서로 다른 가사와 선율을 동시에 중첩함으로써 조화로운 세계를 구현한다. 지난 1975년 흩어져 있던 각 단과대학이 관악 캠퍼스로 모여 ‘종합대학’으로서 하나의 유기적인 공동체를 완성한 서울대학교 종합화의 역사적 결실과도 닮아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성악과 김은희 강사, 베셀리나 카사로바 교수, 전승현 교수, 김석철 강사와 함께 서울대학교 교수 합창단, 교직원 합창단, 학생 합창단(서울대학교 합창단, 한소리합창단), 음악대학 성악과 동문 합창단, 위너오페라 합창단 등이 대거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음악대학장 최은식 교수는 “다양한 구성원이 하나 되어 만들어 가는 이번 무대는, 지난 50년간 서울대학교가 쌓아온 학문적 성과와 공동체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라며 무대의 의미를 전했다.

SNU 심포니 오케스트라 ⓒTomato Classic
이처럼 장엄한 무대를 완성한 주역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3,4학년으로 구성된 ‘SNU 심포니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였다. 단원들은 학구적인 자세로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아 국내 대학 오케스트라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며, 매년 두 차례의 정기연주회를 통해 음악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학생들에게 이 정기연주회는 강의실에서의 배움을 넘어 오케스트라 레퍼토리를 실제 무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2018년 서울대학교 음대 연합 합창단과 함께한 ‘베토벤 교향곡 9번’으로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이들은, 이번 종합화 50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해당 곡을 무대에 올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오케스트라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감회 역시 남달랐다. 이번 연주회에 참여한 조어진 학생(관현악과·23)은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이라는 뜻깊은 시점에 무대에 서게 되어 평소보다 더 큰 책임감과 집중력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음악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가 함께 호흡하며 완성된다는 점을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었다”라며, “무대 위 각기 다른 소리가 결국 하나의 음악으로 이어지듯, 연주자와 관객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느낀 클래식의 감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 브로슈어 ⓒ서울대학교
이와 같은 연주자들의 진심은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공연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무대 위의 열기가 객석까지 생생하게 전해져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을 완성해 나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서울대학교 종합화 50년의 발자취와 미래를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번 연주회는 무대 위 열정과 객석의 찬사가 하나의 울림으로 어우러지는 자리였다. 이는 곧 서울대학교 종합화의 가치를 증명하며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무대였다.
최은식 교수는 “음악은 여러 학문과 예술 분야를 아우르며, 인간 존재와 삶의 깊은 의미를 담아내는 통합적 종합예술이다”라며 SNU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의 가치와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그의 말처럼,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의 예술이 아닌, 모두의 마음이 모여 완성되는 진정한 합(合)의 예술이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이 전하는 50주년의 발자취와 미래의 비전, 그리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감동의 무대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화합의 선율로 새 시대를 예고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의 무대가 앞으로도 학내 구성원과 우리 사회에 따뜻한 성원과 깊은 울림을 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함다현 기자
dh11306@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