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외국인 학생들이 본 서울대

2007.06.28.

서울대 학생들서울대라는 같은 공간에서 제각각 다른 고민과 목표를 가진 우리.우리들 중에서도 가지각색의 경험과 문화를 가진 외국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서울대, 서울대생의 모습을 색다른 시각으로 살펴본다.

외국인 학생들은 어떤 꿈을 품고 먼 나라 한국, 그리고 서울대까지 와서 공부하는 걸까.

이들이 서울대에 오게 된 과정은 다양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지아드씨(화학생물공학부ㆍ02)는 “다니던 회사에서 장학금과 생활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서울대로 유학 왔다”고 말했다.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공부할 기회도 있었지만 평소 관심 있었던 화학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서울대에 왔다고. 졸업 후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 석유정제 분야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레옥두언씨(법대 석사과정ㆍ06)는 한국에서 2년간 사회생활을 했다. 그는 “갈수록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회사가 많은데 베트남에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변호사가 한 명도 없다”며 “한국회사가 베트남에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 중에는 한국 국적은 없지만 한국인 부모의 영향으로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친숙해 서울대로 유학 온 학생도 있다. 독일에서 온 최종인씨(경영학과ㆍ04)는 “어릴적 부터 부모님이 한글 학교에도 보내주시고 한국에 대해 가르쳐 주셔서 항상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한국 고등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약 3개월 동안 왔다 간 적도 있어 한국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질소드씨(경영학과ㆍ06)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배우다가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 고려인이 많고 한국드라마도 인기가 많아 한국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졸업 후 그의 꿈은 석유분야 등의 기업에 취직해 우즈베키스탄이나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다.


외국인 학생들이 본 서울대생

외국인 학생들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서울대생의 특징은 ‘열정’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김로만씨(경영학과ㆍ07)는 “수업도 열심히 들으면서 동아리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말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 온 수미트씨(전기공학부ㆍ05)는 “서울대생들은 모든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 같다”며 “나에겐 상대적으로 빠른 수업 진도도 서울대생들은 별 어려움 없이 따라간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서울대생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한 채 공부만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대생을 보면 ‘bookworm(책벌레)’이 생각난다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박선영씨(법학부 박사과정ㆍ07)는 “사법고시에 매진하는 석사과정의 법대학생들이 너무 책에만 파묻혀 사는 것 같다”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이 많은데 왜 다들 고시에만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아르헨티나 학생들은 자기 앞가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부분 직장을 구한다”며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부모님께 등록금과 용돈을 받는 서울대생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최종인씨는 “독일 대학은 한국보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워 대학에 들어가서 더 열심히 공부한다”며 “한국 학생들은 독일 학생들에 비해 대학 1학년을 여유있게 보낸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학생들은 암기식 공부는 잘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토론에는 약한 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문화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은 한국의 선ㆍ후배문화가 권위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온 예칭칭씨(의류학과ㆍ06)는 “한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이에 나이를 가장 먼저 물어보더라”며 “후배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야’라고 부르고 선배에게는 무조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하는 문화가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김로만씨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줄을 서는데 후배는 선배가 자기 앞으로 새치기하는 데도 가만히 있더라”며 “한국에서는 한두 살 차이가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ㆍ문화적 차이도 외국인 학생에게는 부담이다. 이슬람신자인 지아드씨는 금요일마다 꼬박꼬박 이슬람 사원에 가고 하루 5회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드리는 등 한국에서도 종교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음식을 먹을 때마다 혹시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예민해진다”며 “수업 때문에 사원에 가기 힘들었던 적도 몇 번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수미트씨는 “한국 학생들은 술자리에서 빨리 친해지지만 방글라데시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금기시돼 있어 친구들끼리 소풍을 가거나 식사를 하며 친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글라데시는 이성 간 교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보다 보수적이라 이성과 저녁 늦게까지 어울려 다니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생으로 살아가기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에서 서울대생으로 생활하며 의사소통에서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학생들은 무엇보다 강의를 따라가기 힘든 점을 학교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으며 영어강의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아드씨는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핵심교양과목에서 한국어로 시험을 치르고 과제를 제출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핵심교양 등 졸업에 필요한 영역에서 한 과목이라도 영어로 진행된다면 외국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환학생은 모두 기숙사를 제공받고 장학금 혜택도 많은 반면 방문학생이나 외국인 입학생은 전문적으로 대학생활을 안내해 줄 사람조차 찾기 힘들다고 한다. 박선영씨는 “처음에 서울대에 왔을 때 무슨 과목을 몇 학점 신청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수강신청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기 힘들어 외로움을 느끼는 외국인 학생들도 많다. 질소드씨는 “한국은 단일민족국가라 그런지 아무리 친해져도 ‘벽’이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학생 체육 축제 등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많아지고 있어 기쁘지만 앞으로는 외국인 학생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미트씨는 동남아계에 대한 차별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동남아 국가 사람들을 심하게 차별한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서도 그런 점이 가끔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국제적으로 한국이 많은 발전을 했지만 마음까지 ‘국제적으로’ 변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2007. 6. 26
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