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대 총장 정운찬 박사 취임사 (2002. 8. 1)
등록일: 2009. 7. 2. 조회수: 14818
제23대 총장 정운찬 박사 취임사 (2002. 8. 1)
존경하는 서울대학교 전임 총장님과 총동창회장님, 여러 대학교의 총장님과 내빈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 교수, 직원과 학생 여러분! 36년전 신입생으로 교문에 들어서던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대학교는 제 삶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 서울대학교의 23대 총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니, 깊은 감회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모교를 위해 미력하나마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방면으로부터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벌써부터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저는 오랫동안 21세기 한국에서 서울대학교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 이 나라의 여망을 서울대학교가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지난 50여년 동안 서울대학교는 각계각층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수많은 인재를 길러 냈습니다. 또한 교수들과 학생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연구 성과는 우리 사회의 빛과 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온 국민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에 비하면 우리의 성과는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학생 여러분, 우리 국민의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이겠습니까?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자랑할 수 있는 대학 하나 가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국민은 그 기대를 어디에 걸었겠습니까? 우리에게 걸어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요즈음 서울대학교 안팎에서 ‘위기론’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모습에 대한 우려의 표현입니다. 우리는 이 우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무엇부터 고쳐 나가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기대에 능히 부응하리라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가장 훌륭한 교직원이 있습니다. 가장 우수한 학생이 있습니다. 졸업생과 정부당국의 뒷받침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성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입니다. 이것만 가지면 우리가 거듭날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가 진리의 불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지성의 전당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이것 이상도 이것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순수한 열정으로 불타오를 때 아낌없는 국민의 사랑이 쏟아지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지성과 양심의 마지막 보루로서 어떤 유혹과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리 탐구의 외로운 길을 가야 합니다. 진리 탐구의 가장 중요한 축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연구와 교육입니다. 건강한 지적 호기심과 왕성한 창의성이 온 대학에 넘쳐흘러 수많은 독창적 연구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밝혀낸 진리가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인류의 앞날을 밝히는 환한 불빛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낙후돼 있는 우리의 학문수준을 세계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외국의 학문을 배우는 한편, 우리 자신의 문제를 우리 방식으로 접근하는 독자적 연구역량의 배양에도 힘써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연구 여건은 매우 취약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이 마음껏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사이의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학문의 두 핵심입니다. 구태여 우선순위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기초학문의 굳건한 토대가 없으면 응용학문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며, 응용학문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기초학문 역시 침체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사이의 건전한 균형을 회복하는 것도 제게 맡겨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진리 탐구의 또 다른 한 축으로 그 중요성이 결코 연구에 뒤지지 않습니다. 아마 한국의 여건을 생각해 볼 때 국민이 서울대학교에 거는 기대는 교육의 측면에서 더 클지도 모릅니다. 우리 대학에는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듭니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의 교육을 통해 사회각계의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갖추어 가고 있는지 결코 자신할 수 없습니다. 혹시 막스 베버가 말한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혼탁한 사회에서, 부정과 부패를 물리치고 정의와 도의로 사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는, 지성과 덕성, 그리고 감성을 갖춘 용지불갈(用之不竭)의 인재를 배출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대학은 나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지성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동양의 고전인 대학(大學)에, 대학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지선(至善)을 떠나지 않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런 ‘큰사람’을 길러내는 데서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울대학교가 한국 제일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이상 제일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부문도 생겨날지 모릅니다. 설사 제일의 자리를 지킨다 하더라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주요한 경쟁 무대는 세계로 옮겨져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더 이상 과거에 안주해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폐쇄적 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진리의 개방성을 굳게 믿고 있으며, 이에 바탕을 두어 우리 대학을 운영해 나가려 합니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진리를 위해 외국에 대해서도, 그리고 국내의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 대해서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국민에 대해서도 봉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열린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높은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저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존중할 것입니다. 우선 총장인 저 자신부터 귀와 마음을 열어놓겠습니다. 널리 의견을 구하고 신중한 토의를 거쳐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적 원칙을 분명하게 확립하겠습니다. 나아가 모든 관련 정보를 필요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최근 학내 외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필요한 개혁작업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것입니다.
총장으로서 저에게 맡겨진 임무는 오직 열과 성을 다해 대학 구성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대학 교수들에 대한 물질적, 제도적 지원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교수 여러분들이 보람을 갖고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이와 동시에 서울대학교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직원 여러분들의 애로를 귀담아 들어, 우리 대학이 보람있고 즐거운 일터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학생을 위해 봉사하는 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우리 대학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여러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서 우리의 진정한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대학생활이 좀 더 윤기 있고 활기차게 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이라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학생여러분, 여러분은 젊고 천부의 능력을 타고 났습니다. 젊은이의 특권은 꿈을 가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꿈을 키우십시요. 자신의 일이나, 나라의 일이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요.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여러분들 어깨에는 나라와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책무가 지워져 있습니다. 이 점을 잊지 말고, 자중자애하며 인내심을 갖고, 촌음을 아껴 공부와 수련에 힘씀으로써, 한국의 미래를 이끌 동량으로서 내일을 위한 준비에 한 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지적 활기와 학문적 진지성이 충일한 캠퍼스, 신뢰와 협력 그리고 존경으로 맺어진 대학 구성원들, 이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세계적 연구성과와 바람직한 교육의 성취, 이것은 저의 꿈만이 아닌 서울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여기에는 거쳐야 할 단계와 극복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겠습니다만,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에 찬 기대를 갖고 21세기의 서울대를 열어가겠습니다.
교직원 여러분, 학생여러분, 동창여러분, 그리고 지역사회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서울대학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딛읍시다. 저로서는 원칙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선비의 자세를 잊지 않겠습니다. 동시에 오늘날의 급변하는 사회에 걸맞는 진취성과 유연성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임기동안 자원봉사자의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진실한 길을 걷겠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도약할 수 없습니다. 다같이 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물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편달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격려하여 주려고 왕림하신 내빈 여러분과 서울대학교의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오며 앞으로 더욱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02년 8월 1일
서울대학교 총장 정운찬
존경하는 서울대학교 전임 총장님과 총동창회장님, 여러 대학교의 총장님과 내빈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 교수, 직원과 학생 여러분! 36년전 신입생으로 교문에 들어서던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대학교는 제 삶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 서울대학교의 23대 총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니, 깊은 감회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모교를 위해 미력하나마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방면으로부터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벌써부터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저는 오랫동안 21세기 한국에서 서울대학교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 이 나라의 여망을 서울대학교가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지난 50여년 동안 서울대학교는 각계각층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수많은 인재를 길러 냈습니다. 또한 교수들과 학생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연구 성과는 우리 사회의 빛과 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온 국민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에 비하면 우리의 성과는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학생 여러분, 우리 국민의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이겠습니까?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자랑할 수 있는 대학 하나 가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국민은 그 기대를 어디에 걸었겠습니까? 우리에게 걸어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요즈음 서울대학교 안팎에서 ‘위기론’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모습에 대한 우려의 표현입니다. 우리는 이 우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무엇부터 고쳐 나가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기대에 능히 부응하리라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가장 훌륭한 교직원이 있습니다. 가장 우수한 학생이 있습니다. 졸업생과 정부당국의 뒷받침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성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입니다. 이것만 가지면 우리가 거듭날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가 진리의 불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지성의 전당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이것 이상도 이것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순수한 열정으로 불타오를 때 아낌없는 국민의 사랑이 쏟아지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지성과 양심의 마지막 보루로서 어떤 유혹과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리 탐구의 외로운 길을 가야 합니다. 진리 탐구의 가장 중요한 축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연구와 교육입니다. 건강한 지적 호기심과 왕성한 창의성이 온 대학에 넘쳐흘러 수많은 독창적 연구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밝혀낸 진리가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인류의 앞날을 밝히는 환한 불빛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낙후돼 있는 우리의 학문수준을 세계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외국의 학문을 배우는 한편, 우리 자신의 문제를 우리 방식으로 접근하는 독자적 연구역량의 배양에도 힘써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연구 여건은 매우 취약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이 마음껏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사이의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학문의 두 핵심입니다. 구태여 우선순위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기초학문의 굳건한 토대가 없으면 응용학문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며, 응용학문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기초학문 역시 침체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사이의 건전한 균형을 회복하는 것도 제게 맡겨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진리 탐구의 또 다른 한 축으로 그 중요성이 결코 연구에 뒤지지 않습니다. 아마 한국의 여건을 생각해 볼 때 국민이 서울대학교에 거는 기대는 교육의 측면에서 더 클지도 모릅니다. 우리 대학에는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듭니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의 교육을 통해 사회각계의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갖추어 가고 있는지 결코 자신할 수 없습니다. 혹시 막스 베버가 말한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혼탁한 사회에서, 부정과 부패를 물리치고 정의와 도의로 사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는, 지성과 덕성, 그리고 감성을 갖춘 용지불갈(用之不竭)의 인재를 배출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대학은 나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지성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동양의 고전인 대학(大學)에, 대학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지선(至善)을 떠나지 않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런 ‘큰사람’을 길러내는 데서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울대학교가 한국 제일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이상 제일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부문도 생겨날지 모릅니다. 설사 제일의 자리를 지킨다 하더라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주요한 경쟁 무대는 세계로 옮겨져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더 이상 과거에 안주해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폐쇄적 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진리의 개방성을 굳게 믿고 있으며, 이에 바탕을 두어 우리 대학을 운영해 나가려 합니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진리를 위해 외국에 대해서도, 그리고 국내의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 대해서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국민에 대해서도 봉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열린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높은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저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존중할 것입니다. 우선 총장인 저 자신부터 귀와 마음을 열어놓겠습니다. 널리 의견을 구하고 신중한 토의를 거쳐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적 원칙을 분명하게 확립하겠습니다. 나아가 모든 관련 정보를 필요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최근 학내 외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필요한 개혁작업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것입니다.
총장으로서 저에게 맡겨진 임무는 오직 열과 성을 다해 대학 구성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대학 교수들에 대한 물질적, 제도적 지원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교수 여러분들이 보람을 갖고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이와 동시에 서울대학교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직원 여러분들의 애로를 귀담아 들어, 우리 대학이 보람있고 즐거운 일터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학생을 위해 봉사하는 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우리 대학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여러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서 우리의 진정한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대학생활이 좀 더 윤기 있고 활기차게 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이라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학생여러분, 여러분은 젊고 천부의 능력을 타고 났습니다. 젊은이의 특권은 꿈을 가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꿈을 키우십시요. 자신의 일이나, 나라의 일이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요.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여러분들 어깨에는 나라와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책무가 지워져 있습니다. 이 점을 잊지 말고, 자중자애하며 인내심을 갖고, 촌음을 아껴 공부와 수련에 힘씀으로써, 한국의 미래를 이끌 동량으로서 내일을 위한 준비에 한 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지적 활기와 학문적 진지성이 충일한 캠퍼스, 신뢰와 협력 그리고 존경으로 맺어진 대학 구성원들, 이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세계적 연구성과와 바람직한 교육의 성취, 이것은 저의 꿈만이 아닌 서울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여기에는 거쳐야 할 단계와 극복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겠습니다만,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에 찬 기대를 갖고 21세기의 서울대를 열어가겠습니다.
교직원 여러분, 학생여러분, 동창여러분, 그리고 지역사회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서울대학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딛읍시다. 저로서는 원칙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선비의 자세를 잊지 않겠습니다. 동시에 오늘날의 급변하는 사회에 걸맞는 진취성과 유연성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임기동안 자원봉사자의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진실한 길을 걷겠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도약할 수 없습니다. 다같이 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물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편달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격려하여 주려고 왕림하신 내빈 여러분과 서울대학교의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오며 앞으로 더욱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02년 8월 1일
서울대학교 총장 정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