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고해상도 단백질체 지도 완성…치료제 개발 기여 -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연구팀이 코로나바이러스 RNA에 직접 결합하여 증식을 제어하는 단백질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로 작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에 이어 고해상도 단백질체 지도를 완성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숙주세포에 침투해 자신의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체 RNA(genomic RNA)’를 생산 및 번역함으로써 여러 ‘비구조단백질(non-structural protein)’을 만들어 낸다. 비구조단백질은 숙주세포의 1차 면역 공격(선천면역)을 차단하고 바이러스 유전체를 복제한다. 이후 유전체 RNA에서는‘하위유전체 RNA(subgenomic RNA)’가 생산된다. 이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여러‘구조단백질(스파이크, 외피 등)’의 설계도 역할을 한다. 구조단백질과 유전체 RNA는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어내며, 세포를 탈출하여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킨다.
이렇듯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에는 유전체 RNA 및 하위유전체 RNA에 결합하는 숙주세포의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 단백질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기 위해 특정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만을 분리·동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를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 109개를 모두 찾아냈다. 이중 37개는 유전체 RNA와 하위 유전체 RNA에 공통으로 결합함을 확인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HCoV-OC43와도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과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단백질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만 결합하는 단백질을 분류하고, 각각의 기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바이러스 증식을 돕는 단백질 8종과 항바이러스 단백질 17종을 발견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직접 결합하는 단백질 일체는 물론, 이들이 바이러스 증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것이다.
나아가 RNA 빅데이터 기반의 교차분석을 통해 숙주세포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간 네트워크 지도를 완성했다. 바이러스 RNA 중심의 단백질 분자 간 상호작용 이해를 기반으로, 복잡하게 얽힌 숙주세포와 바이러스의 관계 일부를 밝힌 것이다. 가령 숙주세포의 LARP1, SHIFTLESS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생성을 방해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
이번 연구로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이게 됐다. 더불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직접 결합하는 단백질들을 타겟한 항바이러스제 개발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Cell(IF 15.584)에 4월 27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되었다. 서울대학교 단백질체연구실(교수 김종서), 국제백신연구소(사무총장 제롬 김)과 공동으로 수행하였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추가설명]
논문명 | The SARS-CoV-2 interact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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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정보 | 이성률(IBS/서울대), 이영석(IBS/서울대/카이스트), 최연(IBS/서울대), 손아현(IBS/서울대), 박영란(IBS/서울대), 이경민(국제백신연구소), 김지수(IBS/서울대), 김종서 (IBS/서울대), 김빛내리(IBS/서울대) |
연구이야기 |
[연구 배경] 2019년 말 촉발된 COVID-19는 2021년 현재까지 대유행하며 3백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수많은 과학자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항하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정작 바이러스에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하는 단백질체의 구성요소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하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지적 수요에 대응하여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원리를 근본적으로 규명하고자 시작하였다.
[연구 과정] 우선 기존의 상보적 염기서열을 이용한 리보핵산 중합체 분리 방법(RAP-MS)의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였다. 본 연구단은 RAP-MS를 생물학의 기본 원리인 RNA 생활사 연구에 이용하기 위해 이전부터 오랫동안 개발해왔으나, 예상치 못한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고자 바이러스 연구에 적용하였다. 본 연구단은 바이러스 연구 경험이 풍부하진 않았지만 연구 초기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병원성바이러스은행에서 Biosaftey Level-2(생물 안전 2등급) 수준의 감기바이러스(HCoV-OC43) 균주와 실험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아 충분한 연습과 예비실험을 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와 협업하여 Biosafety Level-3(생물 안전 3등급)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실험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단 김종서 연구위원(서울대 교수)의 질량분석생물학 연구실의 최첨단 연구 인프라도 한몫했다. 고성능 질량분석장비를 별도의 대기시간 없이 시료가 준비되는 대로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단백질체 자료를 생산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1)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같은 베타 코로나바이러스이자 감기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HCoV-OC43의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체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들이 상당부분 같은 숙주 단백질들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2) LARP1, ZC3HAV1, TRIM25, PARP12, SHFL 등 17개의 항바이러스 단백질들이 존재함을 밝혔으며, (3) EIF3D, CSDE1 등 8개의 단백질은 바이러스 증식에 이용됨을 규명하였다. 이로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항바이러스제의 타겟을 제시하였다. [향후 연구계획]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에 공통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이 있는 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RNA에만 직접 결합하는 단백질도 있음을 밝혀냈다. 바이러스의 전사와 번역과정의 조절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특이적인 단백질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기초연구를 지속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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