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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해설가 한준희 동문

2013.09.02.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음 경기
축구 해설가 한준희 동문 (해양학과 90, 과학사 및 과학철학 석사)

국내 프로축구 리그는 막바지, 하지만 유럽리그는 2013-14 시즌을 막 시작했다. 새벽마다 축구 마니아들의 곁을 지키는 축구 해설가 한준희 동문.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IQ 155, 서울대 출신 엄친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한동문은 사실 방송경력 10년의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축구 전문가이다.

지난 일보다는 앞으로 다가 올 일이 중요하다는 한준희 동문

언제나 초심을 지키는 10년차 방송인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바로 전 경기, 가장 중요한 경기는 바로 다음에 할 경기입니다.”

특별한 목표는 세우지 않지만,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방송관은 초심과 긴장을 가지고 방송한다는 것. 경력 10년이 넘어가는 절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항상 마지막 방송이라 생각하고 방송한다는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사실 그의 20대는 축구 해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90년도에 해양학과에 입학, 학부 3·4학년 때부터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대 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석사과정에 진학, 99년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0년, U Mass Amherst 철학과 박사과정으로 유학길에 오른 것. 수료를 못해 최종학력은 석사이지만, 과학과 철학에 빠져 공부한 시간만 10년이었다.

이렇게 학자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다가 해설위원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간 것은 유학 중 ‘싸커라인’이라는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시 월드컵 개최와 함께 축구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해외 축구에 대한 정보는 드물었다. 그가 취미로 쓴 글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MBC에서 연락을 받아 네덜란드 리그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해외 축구 팬들은 늘어났는데 브라질이면 11명이 호나우두, 영국이면 11명이 베컴으로만 아는 시기였죠. 그 정도 수준의 중계자들로서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을 겁니다.”

준비된 ‘샤우팅’ 해설가

과학, 인문학, 그리고 예체능까지 섭렵한 멀티 플레이어 한준희 동문 혹자는 그에게 ‘운이 좋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준희 동문은 준비된 해설위원가였다. 분데스리가 경기 테이프가 비행기를 타고 방송국으로 오던 70년대, 언제 한 경기인지도 모르는 50분 분량의 짜깁기 방송부터 챙겨보았다. 당시 본인만큼 축구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 자부한다.

샤우팅 해설도 한동문의 유명세에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골 찬스에서 큰 소리로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들어내는 해설은 축구팬들의 흥분된 마음을 그대로 전해준다. 샤우팅 해설은 우발적이었다고. 오랜 축구 팬이었기에 강한 리액션은 자연스러웠지만 가끔은 속상한 수식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근 6-7년 간은 초반에 비해 의도적으로 샤우팅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샤우팅 때문에 해설의 다른 내용이 묻힙니다.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데 사람들 기억에 남는 게 샤우팅 밖에 없으니까요. ‘쟤는 소리만 지르는 애?’라는 말도 듣기 싫었고요.”

또 2000년 초반 그가 샤우팅 해설을 시작한 이후 전체적으로 해설이 시끄러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축구 방송의 기본을 찾고자 본인부터라도 자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터져 나오는 소리를 억누르기도 한다.

비선수 출신 해설가의 생존기, 그리고 서울대

체육을 전공으로 하지도 않았고 경기장을 뛰었던 선수 출신도 아니지만 그의 해설은 축구 팬들에게서 10년 동안 변하지 않는 큰 사랑을 받아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존재 가치를 위해 지식을 업데이트 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어느 분야나 지식은 빠르게 변하고 스포츠계 역시 그렇습니다. 축구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정보의 증가, 정보 공유의 용이성 때문에 똑똑한 시청자들은 늘어나요. 해설위원이 공부를 하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져있으면 시청자들에게 무시당하기 십상이지요.”

그리고 한동문은 선수 출신 해설위원이 하는 것에 가까이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꼽았다. 선수 출신 해설위원에게 모르는 부분은 묻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그렇지 않은 해설은 본질을 모르면서 하는 헛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는 두 가지 자세가 충족되지 않으면 비선수 출신이 마이크 앞에 앉을 필요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비록 10년 공부와 무관한 직업이지만, 그에게 서울대는 소중한 자산이다. 10년간 공부하며 쌓은 내공은 본인이 명료하게 말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 과학, 인문학, 그리고 예체능까지 섭렵한 멀티 플레이어 한준희 동문의 다음 경기 해설이 기대되는 이유다.

홍보팀 학생기자
박순옥 (소비자아동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