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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열정을 배워라 - 김정오 교수

2010. 11. 1.

2010 교육상 수상 기념 인터뷰 심리학과 김정오 교수, 내 열정을 배워라

30년 넘게 서울대생을 가르쳐 온 김정오 교수가 보는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좁은 세상에 갇혀 사는 불쌍한 개구리들이다. 수업 첫 시간에 들어가 보면 학생들은 “교수님 한 번 떠들어 보시지요. 필요한 게 있으면 골라 듣겠습니다”는 자세로 앉아 있다. 이들에게 식은 밥 같은 강의를 ‘떠들어’ 주고 돌아섰더라면, 김정오 교수가 교육자의 열정에 바치는 ‘서울대 교육상’의 주인공이 아닐 것이다.

김정오 교수는 다른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는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주고 학부생들에게는 지나치게 무관심한 동안, 방치되다시피한 학부생들을 하나하나 가르치며 키워주는 사람이다. 교육이 '창의성의 발현'이라고 믿는 그는 학부생들의 숨은 재능을 차근차근 개발해 내었다.

그의 학부생 키우기는 수업시간에 제대로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김 교수는 질문하지 않으려는 서울대 학생들의 모습에서 남과 비교하고 절망하는 심리를 읽어내었다. 그는 학생들이 이메일로는 곧잘 질문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우선은 메일로 오는 모든 질문에 친절히 답해 주었다. 그러자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질문을 보냈다. 그 중 ‘좋은 질문’을 선정해 다음 수업 시간에 모두에게 읽어주면서 '왜 좋은 질문인지' 설명해 주기를 매 수업 반복했다. 좋은 질문자로 선정되어 자신감을 얻는 학생들이 늘어날수록 수업 전반의 분위기가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다음 단계는 학문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는 지난 학기에 학부 2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심리학 연구법을 가르치는 모험을 강행했다. 실험 심리학사의 중요 논문들을 직접 읽고 그 실험까지 재현해 보면서 분석하고, 마지막에는 자신만의 논문을 써 내야 하는 수업이었다.

김 교수는 어린 학생들이 이해할 때까지 한 줄 한 줄 논문을 분석해 주고 이런 논문을 쓰려면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한지도 깨닫게 해 주었다. 필기하는 시간을 줄여주려고 아예 강의록을 프린트물로 나눠 주었다. 학생들이 매주 제출하는 과제는 직접 채점해 피드백을 주었다.

처음 만나는 ‘빡센’ 수업에 학생 10명이 수업을 철회했지만, 50명은 끝까지 남아 자기만의 논문을 생애 처음으로 완성해 내었다. 자유전공학부 2학년인 문기현·박예송 학생의 공동 논문이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된 것을 비롯해, 한 수업에서만 10명의 학부생이 석사급 논문을 써서 여러 편이 학회지에 게재되는 성과를 내었다.

문기현 학생은 “김정오 교수님 수업을 통해서 처음으로 논문이란 걸 읽어보고 심리학의 원리를 알게 되었다. 서울대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 강의”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대 학생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학생들은 제대로 푸쉬만 해 주면 놀랍도록 성장합니다.”
김정오 교수가 이렇게 키운 학생들은 국내에만 14명, 해외에서도 4명이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학생들’에게 “교수의 열정을 함께 호흡하면서 교수를 ‘통해서(through)’ 배워 보라"고 주문했다.

2010. 11. 1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