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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서동 시집' 출판 따라잡기

2012.04.27.

출판문화원 24시
-『괴테 서·동 시집』국역본 및 연구서 출판 과정 따라잡기-

500동 뒤편에 위치한 출판문화원은 최근 몇 달 동안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빴다. 전영애 교수(독어독문학과)가 19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괴테의『서·동 시집』출판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난옥 운영본부장, 김현호 편집장과 함께 서울대 출판문화원의 출판 전 과정을 따라잡아본다.


□ 기획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은 어떤 책을 출판할 지를 기획하고 확정하기 전에 출판위원회와 출판연구센터의 견해를 묻는다. 특히 출판위원회는 교육부총장 겸 대학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각 분야 전문가 그룹으로, 심의 대상 원고가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출판될 만한 수준의 내용적 역량과 권위, 품격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심사한다. 우리 학계의 ‘심원한 근원’에 근접한 서책들 위주로 출판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인 셈이다. 심의 통과 이후 출판연구센터의 자문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편집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 편집 및 제작

같은 쪽수의 사회과학 서적과 나란히 놓은 괴테의 서 · 동 시집 양장본
괴테의 서 · 동 시집 양장본
편집 단계에서의 작업은 크게 교열, 레이아웃, 표지 디자인의 3부문으로 나뉜다.『괴테 서·동 시집』의 교열 및 레이아웃은 신선규 편집자가 전담하였다. 전영애 교수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고유명사의 자모음 한 글자 단위까지 꼼꼼히 체크하여 확정하였다. 마감을 앞두고 독일의 학술 행사에 가있던 전영애 교수의 육필 교정본을 팩스로 받아보고 우편으로 받아보며 2교(두 번째 교정), 3교, 4교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1장, 2장 씩 페이지 원고를 확정했던 것이다.

레이아웃 또한 교열만큼이나 소통에 중요한 과정이다. 글자크기, 장평, 자간, 글자색, 여백 등 텍스트 외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사실은 텍스트 그 자체보다도 큰 인상으로 독자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까닭이다.『괴테 서·동 시집』의 국역본 시집은 글자색은 와인색, 글자체는 산들제비체를 활용하였다. 연구서의 글자색은 와인색과 대비되는 푸른색을 활용하였다.

김 편집장은 “와인색은 물론 시와 와인의 조화를 생각해서 선택하기도 했지만(웃음) 해제집의 푸른 글씨와 대비되며 시 본연의 내밀한 맛이 해제를 읽은 사람에게도 남아있을 수 있도록 돕길 바라는 마음에서 채택했다”고 색채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산들제비체는 특유의 날렵한 끝마무리 덕분에 글자를 알아보기 쉽고 미적으로도 아름다워서 최근 널리 쓰이는 서체”라며 부연했다.

표지에도 뜻이 담겨 있었다. 금색과 푸른색이 괴테하우스를 상징하는 귀중한 색채대비인 까닭으로, 전영애 교수가 표지의 배색이 청색 바탕에 금색 글자일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표지 재질은 현존하는 종이들 가운데 가장 천에 가까운 수입종이로 엮였으며, 장혜원 디자이너를 위시한 출판부 디자인 담당자들은 글자의 배치와 조화를 마이크로 단위로 예민하게 느낀다고 한다. 내용으로 돌입하기 전에 표지에만도 이렇듯 많은 정성이 들어갔다.

제목을 정할 때에도 많은 토론이 있었다. 본래『서·동 시집』으로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한국 고전문학의 ‘서동’을 연상시킬뿐더러, 얼핏 보았을 땐 대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번역가인 교수와 편집자, 디자이너 간의 많은 토론 끝에『괴테 서·동 시집』이라는 제목이 확정되었다.

책의 두께도 위의 사진에서 보면 옆에 대조하기 위해 놓은 사회과학서보다 현저하게 얇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책의 쪽수는 동일하다. 시집이 얇지 않고 두꺼우면 매혹적이지 못하다, 들고 읊는 정취가 없을 것이다 등의 의견이 반영되어『괴테 서·동 시집』은 특별히 최대한도로 얇은 종이만을 사용하여 전 지면을 엮었다. 김형민 제작팀장이 이끄는 제작팀의 노고가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주요했다.


□ 인쇄 및 제본

일련의 편집 과정을 거쳐 마침내 확정된 원고 파일은 이제 인쇄와 제본을 거쳐 책으로 태어나게 된다. 본래 출판문화원 내에 제본 인쇄소가 따로 있었고, 현재도 그 자취가 남아있으나, 최근엔 파주 출판문화단지에 아웃소싱을 맡기는 추세라고 한다. 16쪽으로 나뉠 수 있는 분량이 한 거대한 용지에 인쇄되어 나오면 곧 분할 작업을 거쳐 한 묶음으로 엮이게 된다. 이 소소한 묶음들이 모여서 책을 구성하게 되고, 이 구성물이 표지에 둘러싸여 소정의 마감 절차를 거치면 마침내 인쇄 및 제본 절차도 끝난다.


□ 물류 및 배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물류센터 내부 전경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물류센터 내부 전경
완성된 책은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물류센터에 입고되어 출고를 기다리게 된다. 출고되어 교내 서점, 학과 사무실 및 전국 일선 서점들, 인터넷 판매 등을 통해 배부되기 전까지, 책은 이 연옥에 몸을 의탁하게 된다. 515 제곱미터 규모로 현재 약 25만 부의 서적을 보관하고 있는 출판문화원 물류센터에는 비단 서울대생들뿐만 아니라 학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봤을 법한 책들이 잠들어 있다.

개중에는 괴테의 파우스트 국역본도 있었다. 표지 커버는 따로 둥글게 묶여 있었고, 책들은 가지런하게 쌓여 있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C03등 알파벳과 숫자로 섹션이 나뉘어져 있는데, 이는 분과 학문에 따른 구분이다. 지나치게 오래된 책들의 경우엔 더 이상 보관하기 보다는 구내 서점 혹은 중앙도서관 특별 코너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곤 하는데, 책 본연의 가치가 높은 관계로 매우 높은 호응과 판매율을 얻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학술적으로도 가치 있고 시장의 평가도 좋은 서책들을 가려 뽑아서 기존의 문고판을 개정한 전집도 기획 중이라고 한다.


□ 홍보 및 마케팅

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되었던「괴테 서·동 시집 출간기념 특별전」은 최근 출판계 트렌드인 ‘문화 마케팅’의 일환이다. 운영본부 책임자로서 전영애 교수와 함께 특별 전시회를 기획한 형난옥 출판문화원 운영본부장 겸 전무는 일련의 대학 출판 업무에 대한 사명감을 밝혔다.

“단순히 원고를 받아서 적당히 다듬고 인쇄해서 제본하고 팔아서 돈을 벌고 출판사를 운영하는데 자족한다면 일련의 출판 과정은 덧없는 작업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매순간 치열하게 어떻게 하면 더 저자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어떻게 하면 더 독자에게 잘 전달될지 고민하는 와중에 책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집니다. 사랑이 깊어지면서 그 책에 맺히게 되지요. 이 유기체로서의 책들을 통해 문화를 가꾸고 교양시민들을 지원합니다. 이것이 저희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사람들이 지닌 사명입니다.”

국문 에디터
강 태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