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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로서의 서울대, 몇 점?

2012.05.21.

1995년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장애학생특별전형제도가 시작되었다.
그 후 2002년 서울대학교에 장애학우들이 처음으로 입학했고, 이듬해인 2003년 장애 학우들이 원활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장애학생지원센터(http://snudanbi.snu.ac.kr)가 설립되었다. 장애학우를 맞은 지 벌써 10년, 장애 학우들의 벗이 되고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서울대의 친장애인 지수를 가늠해봤다.


사회자: 안녕하세요?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김건: 저는 경제학부 08학번이고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안 보이는 전맹은 아니고 시력장애가 있습니다.

하태우: 저는 심리학과 10학번입니다. 근육병으로 지체장애 1급이며 움직임이 불편하여 전동휠체어를 타고 등하교하고 있습니다.

정소라: 안녕하세요? 저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학우들이 필요한 지원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송인구: 저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작년부터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등하교 등 장애학생들의 이동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김상연: 저는 농경제사회학부 05학번이고 장애학생 도우미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장애학생들을 위한 개선은?
사회자: 장애 학우들이 학교에 입학한지 10년정도 되었는데요. 그 동안 서울대에서의 장애학우들을 위한 시설 및 프로그램이 어떤 점에서 발전되었는지요?

확대독서기(휴대용) 외관
확대독서기(휴대용)
정소라: 현재 서울대학교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휴게실 등 공간을 마련했고, 시설 및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인원이 4명정도 됩니다. 대부분 다른 학교에서는 직원 한 명이 관련 사항을 총괄하는데 비해서 우리는 꾸준히 별도의 기관(장애학생지원센터)을 운영하고 충분한 예산을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타 학교에서도 지원 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있었을 뿐 아니라 매 3년 마다 하는 교육부 평가(2005, 2008, 2011년)에서도 모두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전체적으로는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행정상 애로사항이 좀 있습니다. 시설 등은 현황조사 위주로 진행하며 의견을 받아 정리한 다음 해당 시설을 직접 지원하는 타 과(총무과)등에 협조 공문을 보내 협의하여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주로 도우미 지원 사업 및 지원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태우: 저는 휠체어 타고 있어 이동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도우미 프로그램도 좋지만 일단 접근성이 되어야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주로 16동에서 수업을 듣는데 처음부터 엘리베이터 및 경사로 등이 잘 되어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만, 인문대나 음대 등 노후화 된 건물들에는 엘리베이터, 경사로, 보도 블록 설치 등 시설이 잘 안 되어있어 접근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많이 개선되어 확실히 건물간 이동 및 건물 내 이동이 편해졌습니다.
또한 학내 이동을 위하여 리프트 달린 셔틀 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직접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드는데 학기 시작 전에 셔틀 버스 신청을 받아 서비스를 받는데 이동 시 최대한 건물에 근접해서 내려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등하교시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하루나 이틀 전에 신청하면 지원 셔틀버스를 따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애학생휴게실 점자프린트
장애학생휴게실 점자프린트
김건: 서울대 학우들께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 덕분인지 대필도우미가 잘 구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2009년에 전공진입을 했는데 그 당시는 구하기 힘들어서 타과생이 전공수업 내용을 대필해주는데 문제가 많았습니다만 요즘은 그런 어려움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장애학우들이 예전부터 휴게실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작년 10월 에 장애학생휴게실이 본부 우체국 옆 공간에 생겼는데 인쇄, 수면, 컴퓨터, 및 상담도 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아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서울대학교에 약 60명 정도 학부기준으로는 약 40명 정도의 학우가 있는데 이 장애학우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실질적으로 혜택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공간이 장애학우들에게는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휴게실에서 서로 잘 몰랐던 장애학우들이 모이고 서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시설 측면으로 보자면 제일 큰 성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장애학우 입장에서의 역지사지가 필요
사회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흡하게 느끼는 점이 있겠지요?

정소라: 일단 구성원들의 협조에 앞서 정보가 부족한 까닭인지 장애학생들이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보통 오리엔테이션 하면서 학기마다 학생들을 만나는데,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예전에 간판이 있긴 했지만 눈에 띄지도 않는다. 또한 지금 옮긴 위치(자연대 500동)가 예전 외국인지원센터라 혼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선 지원센터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학생용 점자 보조단말기가 있는데 아직 그 수가 많이 부족합니다. 현재 학교에 전맹학우가 법대, 피아노과에 2명인데 점자 교재 및 악보가 필요합니다. 특히 악보의 경우 도우미를 통한 제작이 쉽지 않습니다.

저시력학생을 위한 확대 악보
저시력학생을 위한 확대 악보
송인구: 저는 주로 차량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 시간 같은 경우는 장애학생들이 많이 몰려서 바쁘다. 예를 들어 아침에 장애학생 3명을 각각 수업을 듣는 장소까지 제시간에 이동시켜줘야 하는데 중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마지막에 도착하는 학생은 지각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합니다.

김상연: 저는 2010년부터 도우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하기 전까지는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뭐가 달라졌는지 몰랐었습니다. 도와주면서 보니까 시설적으로는 다 되어있는 것 같은데 세세한 점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건물은 2층은 들어갈 수 있지만 1층은 못 들어간다거나 하는 등이지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되어있는 것도 많은데 문제는 진지하게 장애학생의 관점에서 왜 필요한지 생각을 하지 못 하는 점인 것 같습니다.

김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을 강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현재 도우미와의 관계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선 장애학생입장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도우미가 장애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두 관점에서 대필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강화 및 도우미 평가 시스템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강의실 푯말 같은 것들 너무 작습니다. 글자의 크기를 조금만 크게 하거나 가독성을 높이면 좋겠습니다.

학내 이동 잘 되어있으나 디테일이 부족
사회자: 하태우 학우는 이동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동지원차량
이동지원차량
김건: 예전에 하태우 학우와 같이 28동 수업을 1층 강의실에서 듣다가 프로젝터가 고장 나서 강의실이 3층으로 변경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이동해야 하는 길이 생각나지 않아서 순환도로까지 나간 다음 자연대를 한 바퀴 빙 돌아서 강의실로 갔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설이 되어있긴 하는데 동선이 잘 고려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태우: 전반적으로 이동하기에는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또한 옛날 건물들의 경우 개선하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저희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도나 보도 불록의 경우 턱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동휠체어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턱이 경사로로 바뀌어야 하는데 한참 따라 갔더니 경사로가 없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시 되돌아가서 도로로 이동하는데 매우 위험합니다.

정소라: 설계하실 때 동선 같은 점은 여쭤 봐주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법에 있는 대로 설계를 한다고 실제 이용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코멘트 없이 건물에서의 시설을 만들 경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현재 기숙사 삼거리 공사를 하고 있고 기숙사에서 경영대까지 인도가 없습니다. 게다가 학교에는 건널목이 많아 장애학생들의 이동이 매우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기숙사삼거리가 가장 위험합니다. 그러한 까닭에 현재는 공익도우미가 안전하게 데려다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장애학우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협조 필요
사회자: 서울대 구성원들의 협조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김상연: 장애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교수님들이 조금 더 배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해서 문제를 미리 점자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일단 서울대학교내에 장애학생의 시험에 대한 교칙이 없어서인지 그 때 그 때 마다 교수님들께 이야기 드려서 해결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태우: 제가 타는 휠체어는 기계라 고장 나면 못 움직입니다. 교내 도로에 압정이 있어서 휠체어 바퀴가 터지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교내의 시설 수리 하시는 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경우 휠체어 타는 학생이 많으니 타이어 고치는 것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타이어 하나 교체하는 것인데 휠체어 고치는 것이라 생각을 하시는지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점은 구성원들의 배려가 없다기 보다는 생각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정소라: 장애학생들을 위해서 수업용 자료 같은 것도 미리 주시면 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학생을 위해 따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신입교수님들 오리엔테이션 때 협조를 부탁 드린다고 말씀 드리기는 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애학생들의 변화도 필요
김건: 저는 장애학생들을 모아서 학교를 발전시키고 장애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엇인지 파악하고 못 하는 것은 요구하는 등 주체적으로 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받게 되면 내 스스로 뭔가를 찾지 않게 되고 결국 장애학생이 스스로에 대해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장애학생들이 도움을 받기만 하다 보니 도움이 어떤 의미인지 도우미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김상연: 저도 사실 안타깝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당연히 장애학생들도 다른 일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데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편의 서비스만 이용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송인구: 일부이기는 하지만, 장애학생들이 도와주는 것 자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인상도 아주 가끔씩은 받습니다. 저에게 잘 대해주는 학생을 보면 저도 더욱 잘 도와주고 싶은데 서비스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드리는 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이따금 씁쓸해집니다.

정소라: 처음 장애학우만 보면 편견을 갖는 경우도 있고 너무 대우를 해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학생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조그마한 불편함이 있는 수준이니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3만명정도이고 이 중에서 장애 학생이 70명정도 있는데 그 들을 소외 받는 집단이 아니라 그냥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로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