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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교양수업 10년의 공과

2012.07.23.

글쓰기를 통한 창조적 능력 배양과 통합적 사고력 향상을 목적으로 시작한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의 핵심교양수업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과연 현장에서 느끼는 10년의 공과(功過)는 무엇일까? 현재 수업에 참여 중인 교수, 조교, 수강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음악 속의 철학 수업’의 오희숙 교수(작곡과), 원유선 조교(작곡이론과), ‘자연과학의 이해’ 수업의 한동협 조교(화학과), 그리고 학부생 노진형(경제 3년)씨, 한소연(사회과학대학 1년)씨가 참석했다.

글쓰기 훈련, 수업에 따라 각양각색

노진형: 저는 지금까지 핵심교양 수업 세 개를 수강했습니다. 그 중 ‘인간생활과 경제’, ‘한국정치의 분석과 이해’의 경우에 중간 및 기말고사의 비중이 80%였고 글쓰기는 10%에 불과했기 때문에 핵심교양의 포인트가 글쓰기에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한동협: 현재 제가 맡고 있는 ‘자연과학의 이해’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부여되는 과제 역시 글쓰기 실력 배양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 학기말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페이퍼 있는데, 이 과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희숙: ‘음악 속의 철학’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심화 리포트 1편, 비평 리포트 2편을 과제로 부과하여 비교적 글쓰기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심화 리포트의 경우 조교들이 일일이 코멘트를 다는 작업을 거치며, 학생들에게 이를 반영해서 다시 글을 제출하도록 합니다. 또한 수업 외 시간에 리포트 작성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합니다. 기초교육원 선생님 모셔오거나 조교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글쓰기 방법에 대하여 가르칩니다.

원유선: 실제로 ‘음악 속의 철학’ 수업에서는 단순암기를 넘어 자신의 독창적 관점에서 음학미학을 바라보는 것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교수님께서 헤겔이나 쇼펜하우어의 음악미학사상에 대해 강의하셨다면, 리포트 과제에서는 이걸 이해하여 글을 작성하도록 요구합니다. 또한 감상 리포트의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관점을 감정적으로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유도합니다. 어떠한 음악을 감상할 때 그것이 왜 아름답고 감동적인지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소연: 제가 수강하는 ‘인간과 우주’ 수업에서는 총 3편의 리포트가 과제로 부과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포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이과적 글쓰기를 배우는 중이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글쓰기 교육의 성과와 수강인원의 상관관계

한소연: ‘인간과 우주’의 총 수강생은 55명 정도입니다. 현재 학생 전원은 개인 첨삭을 받고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원유진: 음악 속의 철학 수업의 경우에는 매 학기 150명에서 200명 정도의 학생이 수강하지만, 표면적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수업시간 외 글쓰기 상담시간을 마련하여 학생당 15분 정도를 할애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글쓰기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해결하도록 합니다. 사후적으로 조사를 해보면 이와 같은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리포트 첨삭의 경우에도 저희가 자세하게 코멘트를 붙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희숙: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조교가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강생이 100명 이상이 되면 학교에서 두 명의 조교가 지원되는데, 우리 조교들이 매우 헌신적으로 일해주고 있습니다. 조교들에게 무척 감사하는 바입니다.

한동협: ‘자연과학의 이해’의 경우 수강생이 40명 정도입니다. 제 경우에는 맡고 있는 수업의 학생 수가 적은 것이 진행에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매 수업 후 학생들에게 원 미닛 페이퍼(one minute paper)를 작성하도록 하십니다. 그날의 수업내용 중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 적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다음 수업에 반영하여 보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강생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진형: 저는 수강인원과 글쓰기 지도의 효율이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강했던 ‘정보와 산업기술’의 경우 매주 한두 장 정도 페이퍼 과제가 있었지만 첨삭 및 코멘트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첨삭이 없더라도, 자신이 생각해보고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글쓰기 실력은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적 지식의 배양, 절반의 성공

한소연: 저는 인간과 우주 수업을 들으면서 학문 간 연계나 통합에 대해서는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업은 자연과학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와 같은 점에서는 일반교양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유진: 저희 수업에서는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학생들이 음악과 본인의 전공을 잘 연계하도록 유도하는 편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스스로 학문 간 접점을 잘 찾아오는 것도 있습니다. 칸트의 음학미학개념을 자연과학에 적용시켜서 얼마나 타당성을 가지는지를 연구하는 등, 교수님 및 조교들의 기대 이상으로 크로스 오버(CROSS OVER)를 잘해와서 오히려 저희가 배울 때도 있습니다. 또한 저희 수업에서 연습한 ‘연계’의 글쓰기 방식이 다른 수업을 수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오희숙: 학문 간 연계는 사고 및 상상력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면서 시간성, 문학작품, 천재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논하려 노력합니다.

한동협: 저희 수업에서는 근대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알게 된 과학적 사실에 대해 다룹니다. 교수님께서는 이와 같은 사실들을 동서양 철학의 원리와 연계해 강의를 진행하십니다.

노진형: 제가 들었던 수업은 음악 속의 철학처럼 과목명부터 학문 간 통합이 진행된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업 내용에서 자연스럽게 현안 및 사회 제반 문제를 다루면서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문이과 교차 수강의 효과

한소연: 저는 지금과 같은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사회과학대학 학생이지만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과 핵심교양 과목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또한 과제 수행하면서 이과적 마인드를 기를 수 있었습니다.

원유선: 상담을 해보면 이과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과적 글쓰기에서는왜 짧게 할 수 있는 말을 늘여서 하고 어려운 말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쓰기 과제를 수행하고 수업 들으면서 실제로 학생들의 반감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의무교차수강제도는 이과 학생들에게도 문과적, 예술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오희숙: 초반 한 달 정도를 지켜보면, 드랍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이과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노력하는 학생들 역시 많이 존재합니다. 저 역시 현행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동협: ‘자연과학의 이해’ 수업의 수강생은 대부분이 문과 학생들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 충분히 배려를 하여 수업을 진행하시며, 어떻게 생각하면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과학 수업일 수도 있는데(웃음), 지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노진형: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핵심교양의 세부 수강영역을 지정하지 않으면 학점에 따라, 자신의 관심에 따라 강의를 편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핵심교양 수업에서 수강을 의무화 하고 있는 강의들은 대학생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째 고정된 커리큘럼, 변화의 필요성은?

원유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일 교과목이라도 고인 물처럼 똑같이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수업에서는 학기마다 학생들 의견 충실히 반영하고 사전회의를 거쳐서 더욱 좋은 수업이 되도록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수업 내에서도 혁신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희숙: 그래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새로운 교과목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문의 고전성으로 말미암아 항상 있어야 하는 교과목이 존재하는 반면, 최근의 이슈 반영하는 교과목 신설 또한 필요합니다. 적절히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동협: 저희 수업 또한 매 학기 마다 강의 내용과 방식이 업데이트됩니다. 물론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어 과목의 조절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10년을 위한 제언

한소연: 제가 수강중인 인간과 우주 수업에서는 ‘클리커(clicker)’를 사용합니다. 즉 학생들은 수업중에 이해도에 대한 O/X 버튼을 누를 수 있고 그 결과가 강의 화면에 즉시 나타납니다. 이과 수업에서 클리커를 도입한 것은 문과생에 대한 좋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수업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희숙: 학교 측의 지원이 많을수록 수업의 질은 더욱 좋아집니다. 제 수업의 경우에는 강의 중 특강 초청의 기회가 늘어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교도 두 명이 아닌 세 명으로 지원이 된다면 학생들에 대한 보다 개별적인 대화 및 상담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기초교육원에서 수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기초교육원의 글쓰기 전담 강사분이 수업 중 글쓰기 강의를 별도로 진행해주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협: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핵심교양 수업이 수강에 대한 일종의 강제성을 띠고 있고, 전공 및 본인의 관심과는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학생들의 흥미유도를 위해서는 학점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진형: 조금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저는 경제학부 학생임에도 핵심교양 수업으로 인간생활과 경제를 수강했습니다. 본인의 전공과에서 개설되는 핵심교양 수업은 수강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희숙: 저는 반대입니다. 음대생이면서도 인문학 쪽에 무지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러한 학생들이 제 강의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양면성이 있지 않을까요.

원유선: 저는 인문대 소속이 아님에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교육원에서 글쓰기 특강을 직접 지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와 같은 조교들을 대상으로 학기당 1회 정도 글쓰기 지도 방법에 대한 클래스가 개설되었으면 합니다.

정리: 오혜린(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