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경고신호’를 들어야 친구를 살릴 수 있다!

2012.07.26.

‘경고신호’를 들어야 친구를 살릴 수 있다!
-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자살예방교육 ‘숨비소리’

숨비소리[명사]
: 해녀들이 물질할 때 깊은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

대학생활문화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우리는 때로 친구들의 하소연을 무심하게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바로 이 흔해 보이는 하소연이 사실은 무수히 많은 자살자들이 자살 직전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경고신호의 전형.
지난 7월 10일,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에서는 학생자살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학생들과 기숙사동 조교(기숙사 학생들의 관리를 맡는 학생)들을 상대로 ‘숨비소리’가 마련됐다. 바로 자살하려는 이들의 경고신호 및 구조신호 인지를 위한 자살예방프로그램이었다.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은 자살의 직접적 계기인 ‘촉발사건’과 주변인들이 짐작할 수 있는 범위의 요인인 ‘인지가능범위 내 요인’, 자살자와 그 가족 외의 타인들은 거의 포착불가능한 ‘심층요인’을 구분하는 강의를 들었다. 또 학습이 끝난 뒤에는 자살징후, 소위 ‘경고신호’를 알아보는 훈련을 통해 주변 학생들의 자살을 예방할 방법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20대 자살요인 1위 경제적 빈곤

20대의 자살 경고 신호들은 대개 주변과 어울리지 않거나, 타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비일상적인 행동을 하거나, 술, 담배 등에 탐닉하는 등의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급작스런 체중변화가 있거나, 두통이나 복통 등에 시달리기도 하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낮은 학업성취를 보이거나, 부모님이 이혼을 하는 등의 사안에서도 감지될 수 있다. 자살 경고 신호들은 이러한 익숙한 예시 뿐 아니라 파산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서정은 상담원은 “2010년 20대의 자살요인 1위가 경제적 빈곤”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파산을 한 20대의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언급하고, 대부분이 20대인 서울대학교 학생들 역시도 경제적 빈곤문제 앞에서의 위기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역할극을 통한 자살시도자와의 상담 실전연습

대학생활문화원의 ‘숨비소리’ 프로그램에서는 이론을 통해 자살의 징후들에 대해 학습하고, 연극을 통해 상담하는 실전연습을 제공하기도 했다. 자원한 강태승(영문09)씨가 자살을 계획한 A를 연기하고, 서정은 상담원이 모범적인 상담상황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역할극을 진행했다.
남자기숙사 동조교 정기현(가명)씨는 신원이 비밀에 붙여진 자살시도자의 위기상황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오늘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나니, 내 딴에는 의도가 좋았던 많은 시도들이 실은 금물인 행위들이었음을 통감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기숙사 동조교인 이경화(가명)씨는 “사실 함부로 기숙사 사생들이나 주변 친구들, 특히 선배들의 개인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일뿐더러, 함부로 혹시 자살 생각 있느냐고 물었다가 관계가 서먹서먹해질까봐 무척 두렵기도 하다, 도와야만 하는 건 잘 알겠지만, 간섭이 정말 옳은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자살예방을 위한 활동에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대학생활문화원 자살자 주변 사람들 가운데 지나치게 무관심한 사람들도 물론 큰 문제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자살한 사람에 대해서 지나치게 죄의식을 느끼고 자학하는 주변 사람이다. 이들은 자살자 및 그의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한 자살도 자기 탓을 하며 자살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러한 이들에게 예방 불가능한 형태의 자살도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도 ‘숨비소리’ 프로그램의 핵심내용들 가운데 하나다. '숨비소리' 프로그램은 비단 자살예방 뿐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통로를 제공했다.
김지은 상담전문위원은 “괜히 물어봤다가 완전히 무너질까봐, ‘의도는 좋았다’가 될까봐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살을 주제화, 공론화하기 보다는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진실한 관심을 보인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자살 고민을 하는 사람에겐 물론 전문상담가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사실 서툴고 잘 몰라도 어떻게든 애쓰는 상대방의 존재 그 자체가 정말 소중하다”고 조언했다.

박수빈(법학전문대학원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