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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의  ‘샤人’

2012.08.09.

이혜원
(UNICEF 코트디부아르 사무소,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 외교학과 박사과정 휴학 중)

UNICEF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와 함께
UNICEF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와 함께

UNICEF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는?
어릴때 영국 및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국제기구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희망은 국제대학원 국제협력 석사과정 중 제네바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본부에서 인턴을 하면서 구체화 할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 쓰나미가 일어난 직후인 2005년 1월부터 긴급위기대응 부서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 상황보고를 하고, 동아시아에 있는 직원들과 연결을 하여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등 쉴새없이 바삐 돌아가는 업무 환경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역동적으로 근무를 하는 국제기구가 제 적성과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매일 상황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아 일하면서 보고서 및 문서 작성 업무에 흥미를 느끼게도 되었습니다.

외교학과 박사과정을 다니며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였는데, JPO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이듬해인 2007년도 1월에 유니세프 브뤼셀 사무소로 발령받아 국제기국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JPO과정은 무엇이며 어떤 업무를 하였는지?
JPO로 뽑혀 유엔기구에 진출을 하면, P2 직급으로 근무를 하게 됩니다. JPO는 이 제도를 시행하는 각 정부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며, 합격시 각 해당 정부 예산 지원하에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인턴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옳지않습니다. 예산은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근무는 일반적인 P2 정직원과 동일하게 하며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P2 직급 채용의 기본 요건은 석사학위 이상과 2년간의 유사근무 경력입니다. 2년정도의 근무 경력을 요하는 직책이라면 아직은 사회 초년생, 즉 JPO가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 junior professional officer인지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가지며 그에 해당하는 정도의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에서는 관련분야 학업을 마친 뒤 몇 년간 유관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즉, 이는 일정한 학업 지식도 갖추었고, 직장 경력도 있는 사람을 요한다는 의미로서, 채용 시 별다른 교육이나 훈련없이 바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을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외교안보연구원 근무경력이 있었으나, 비슷한 나이에 이미 수 년 이상의 근무경력이 있는 타국가 출신 JPO에 비해 근무경력이 적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실제로 몇몇 동료의 경우 이미 JPO근무 이전에 이미 수년간 근무를 한 경력이 있었기때문에 2년간의 JPO 근무 후 바로 P3로 진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P3의 기본요건인 석사학위 및 5년 유관분야 근무라는 기본 요건이 부족했기때문에 동일한 급인 P2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저는 JPO로 2년간 유니세프 브뤼셀 Public-sector Alliances and Resource Mobilization Office (PARMO) 사무소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Programme Officer로 아동권리, 정책, 기획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이때 배운 Resource mobilization, 즉 기금 모금 및 관리 업무 경험을 살려, 그 후에도 계속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 브뤼셀 사무소는 유니세프 EU관계 담당 사무소로서 매 해 수백억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합니다. JPO로 근무하는 동안 유니세프 사무실이 어떻게 기부국과 회의를 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해당 유니세프 국가 사무실에 전달을 하고 관리를 하며, 보고서를 제출하는지 등의 과정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본부 레벨에서의 경험이 현재 국가사무소 레벨에서 근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무에만 집중하지 않고 숲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준 것입니다. 즉, 국가사무소에서는 기금 모금을 위해 제안서를 작성하여 원조국 또는 기구에 제출을 하게 되는데, 브뤼셀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어느 나라에서는 기금 회의가 6월에 열리니, 5월에 제안서를 보내면 되겠다라든지, 어떤 기구는 올해 어떠한 분야에 촛점을 두고 있으니 우리 사업의 어떤 부분과 연결시키면 되겠다든지 등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안목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혜원 명찰 또한 석사과정 재학시절 몇달간 인턴 경험을 했었지만 그래도 막연했던 유엔 업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유엔은 어떻게 정부와 협력하며, NGO와 일을 하고, 어떠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업무를 시행하며, 유니세프란 과연 어떠한 업무를 하는 곳인지 등 학교 다니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유엔이란 곳은 어떠한 곳인지를 배웠습니다. P2직급은 아직 큰 경험이 없는 초급 직급이기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몇년 직장 경력이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를 또한 최대한 활용하여 인정받았습니다.

JPO는 P2직급으로 일을하며 이에 상응한 대우를 받는다고 하였지만, 2년 후 근무가 끝나면 계약이 종료되며 근무를 하던 유엔 기구에서는 이 직원을 채용할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미 2년간 해당 기구에서 근무를 하였고 경력도 쌓았으니, 비슷한 자리에 한 사람이 필요한 경우라면, 신규 직원을 뽑는 것보다 당연히 JPO로 근무하였던 이를 선호하게 됩니다. JPO근무 후 추후 진출 관련, 동 사무소가 아니라도 다른 사무소에 지원을 하여 정식 채용이 될 수도 있고, 진급을 하여 다른 사무소로 발령 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JPO 2년 근무를 마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무소에 지원을 했는데,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고 합니다. 유니세프에서 기존 근무 경력을 높이 평가하여 뽑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석사를 마치고 몇년간 일을 한 정도의 상황이며, 유엔 진출을 희망한다면, JPO제도를 활용하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유니세프 코트디부아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본인은 유니세프 브뤼셀 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하였고, JPO 임기 후에 유니세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무소로 옮겼다가, 유니세프 방글라데시 사무소를 거쳐 현재 유니세프 코트디부아르 사무소에서 P3로 근무중입니다.

Resource Mobilization Specialist로 기금조성을 하고 보고를 하는 담당자입니다. 공여국 및 기구와 긴밀히 협력하여 유니세프 코트디부아르 사무소에서 필요한 기금을 모으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보고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내전을 겪은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국제개발업무를 하는 기구가 인도적 지원을 받기위한 협력 절차 메커니즘의 하나인 유엔합동호소절차 (CAP, Consolidated Appeals Process)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이 문서 준비에 참여하고, 예산을 짜고, 이를 토대로 기금을 마련합니다. 아울러 중앙긴급대응기금 (CERF, Central Emergency Respond Fund)관련 문서 및 보고서 작성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외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정부, 기구 및 기업을 통해서도 기금 조성을 합니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 확보라 생각합니다. 이미 언급하였지만, 국제기구는 이미 몇년간의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원합니다. 따라 지원분야의 정확하고 깊은 이해가 필수이며, 이를 쌓기위해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짧게는 2년정도 단위로, 길어도 5년정도 마다 국가를 옮기는 유니세프의 경우, 국제정세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필수입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근무를 하지않고, 아프리카, 아시아, 본부 등 옮기며 근무를 하기 때문에 타 문화에 대한 이해 및 포용력도 필수입니다.

국제기구 진출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진출 후 적응을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고, 막연히 생각했던 곳과는 달라 당황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사전에 정보를 모으고 인턴 등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진출을 준비하고, 진출 후에는 어떤 근무를 하고 싶은지, 앞으로 몇년 후에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싶은지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기구는 각 국 정부 및 국제/국내 NGO와 일을 하기에, 학창생활 시 정부 부처 근무, NGO 근무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한다면 더욱 인정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내 대학/대학원 졸업자의 경우 영미권에서 학업을 마친 사람에 비해 영어 구사 능력이 미흡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경력이 길고 공부를 많이 했어도, 정확히 자기 의견을 전달 못하고 회의 시에도 토론 내용을 충분히 이해 못한다면 효과적으로 근무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다. 이에 언어는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국내에서만 공부를 하였다면 상대적으로 지원시 불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은 전 세계 국가 출신이 모여 일을 하는 기구이기에,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의 비율은 아닌 사람보다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완벽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정확히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고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하기에 꾸준히 언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기 능력이 특히 중요합니다. 하루에도 수백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보고서 작성도 많이 해야하는데,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글로 의사전달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2외국어도 중요하지만, 근무지에 따라 중요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본인이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불어권이기에 업무의 90%는 불어로 하니 불어 구사 능력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이라면, 불어보다 다른 언어가 더 중요할 것이며, 제 2외국어가 거의 필요없는 근무지도 있을 것입니다.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어려움을 느꼈던 사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근무 시 말라리아에 걸렸을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마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인 방기에서 6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에 출장중이었는데, 열이 나면서 아프기 시작하는데 왜 몸이 계속 떨리는지 모르겠고 피곤하여 일을 못하겠는데도 병원이 없어 병명도 모른채 쩔쩔맸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MSF 지역사무소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말라리아 테스트를 했고, 마을 의료원에 가 말라리아 주사를 맞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낀 경우도 참 많았습니다. 2006년 유럽연합 (European Union, EU)이 발표한 “Towards an EU strategy on the rights of the child” 문서 실행의 일환으로 2007년에 “Communication on Children in External Action”이 발표되었는데, 이는 아동관련 이슈를 유럽연합 대외관계의 중심에 놓겠다는 것을 공표한, 아동학대, 아동 인신매매 등 여러 핵심 이슈를 다룬 문서였습니다. 문서라 브뤼셀 근무시 이 문서가 나오기까지 수개월간 유럽연합의 유럽집행위원회 (EC, European Commission) 아동인권관련 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유럽의회 (EP, European Parliament)의 의원과 만나 아동관련 현안을 논하였는데, 문서가 발표되었을때는 뿌듯함이 컸습니다.

몇년전에는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콩고에서 수천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경인근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는데, 상황 점검을 위해 여러 유엔기구가 협력하여 사전조사팀을 파견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공보 담당으로 참석을 하여 급박한 상황을 알리고 이 문서를 토대로 기금 후원 문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유엔은 느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과 몇주만에 기금이 모이고, 임시 캠프가 마련되고, 수도 시설을 설치하고, 임시 의료시설을 만드는 것을 보고 이렇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할 때의 마음자세란?
그 동안 전혀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만나 같이 일하면서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워낙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지않는 경우도 있기에 넓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자세로 근무에 임해야 합니다. 또한 근무 및 생활환경이 어려운 국가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유니세프는 정부, 타 유엔기구, NGO 파트너 등 여러 기구와 긴밀히 협력하여 일을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사람과 일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