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충정로역에 위치한 삼청빌딩에서 관악극회의 <하얀중립국>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49년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하는 영화배우 신영균(치대48), 국민배우 이순재(철학54), 심양홍(국문64) 동문과 연출가 정일성(미학59), 임진택(외교69) 외 서울대 연극회가 배출한 각계각층의 선배들과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이 참석했다.
1947년 5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66년간 이어진 서울대학교 연극회의 역사는 지난 2011년 서울대학교 연극동문회를 창립하고 올해 초 부설극단으로서 ‘관악극회’를 창단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80대가 된 선배부터 20대 재학생까지, 서울대학교 연극회 출신 선후배들이 모여 창단공연, “하얀중립국”을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하얀중립국"은 인간의 이중성, 소수자에 대한 집단의 폭력, 맹목적 배타주의에 대한 비판을 블랙코미디에 담아낸 작품이다. 20세기 문학의 거장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스위스 극작가 막스 프리쉬의 대표 희곡 <안도라>를 각색한"하얀중립국"의 원작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유대인 학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작품이다.
이순재(철학54) 서울대 연극동문회장은 “2011년 11월에 서울대학교 연극동문회가 창립되었는데, 문을 연지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이렇게 극회까지 창단해 공연을 한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며, “비록 각자 생업은 다른 분야에서 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 모이면 프로와 다름없는 수준이 되도록 관악극회를 전문극단으로 끌어올리고, 젊은 후배들과 함께 노소가 한 마음으로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공연에 배우로 참여하는 김종우(경영12)씨도 “무려 48학번이신 대선배님부터 12학번 동기들까지 함께 연극연습을 하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되고 어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루하루가 설레고 색다르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작발표회에서는 현재 연습중인 연극 “하얀중립국”의 주요 장면 중 여주인공 아미가 정신을 잃고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겠다고 절규하는 장면이 시연되기도 했다. 다소 산만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도 아미 역을 맡은 태영(지구환경과학99)과 신부 역의 심양홍(국문64)은 집중력을 발휘해 혼신의 연기를 보였고, 짧은 장면에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들이 있었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연출가 겸 배우 최종률(서양화66)은"공연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는 연출의 변을 남기기도 했다.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에는 60여년의 세월 동안 서울대 연극회의 이야기를 들어 준 “연극귀신”에게 고사를 지냈다. 고사 중에는 연출가 임진택(외교69)의 구성진 농부가가 더해져 세대를 뛰어넘어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제작발표회 직전 열렸던 분장 워크샵에서도 세대공감은 이어졌다."사람의 얼굴이 곧 그의 인생을 말한다고, 그 사람의 생김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그 인물에 대해 관객이 느끼는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조성환 분장감독(조소과79)은 지하철1호선 공연 분장을 맡았던 당시의 이야기, 88년 올림픽에서 외국 배우를 분장했을 때의 에피소드 등 분장전문가로서 활동하며 겪었던 경험들을 곁들여가며 다양한 특수분장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다. 워크샵은 분장에 대한 개괄적 사항부터, 늙어 보이게 분장하기 위해서 주름을 어디에 그려야 하는지, 연령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헤어스타일 연출법, 왁스를 이용해 상처부위를 만드는 방법, 수염을 붙이는 방법 등 다양한 특수분장의 세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시연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워크샵에 참여한 한경민(자유전공09)씨는"이번 동아리 연극에서 분장소품 스텝을 하게 돼서 관련한 지식을 배우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며 우리가 잘 몰랐던 실제 프로의 세계에서의 분장, 특히 특수분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게 되어 유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홍보팀 학생기자
박수빈(법학전문대학원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