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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들의 노익장

2012.08.24.

행정대학원 MPEP 공기업정책학과의 학구열
‘세븐일레븐’과 ‘주5’는 기본

행정대 공기업정책학 석사학위 학생들 고시생들은 말한다, “세븐일레븐(도서관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부하기)은 기본”이라고. ‘난 고시생이 아니니까’라고 외면하고 싶다면, 이 분들을 꼭 만나봐야 한다. 20대 학생들 사이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밤늦게까지 행정대학원 열람실을 지키는 공기업정책학 석사과정생들.

공기업정책학 석사학위(MPEP: Master of Public Enterprise Policy)는 공기업으로부터 교육파견을 받아 운영하는 행정대학원의 석사과정이다. 공공부문 차세대 리더 및 공기업 핵심 인력 육성을 목적으로 하며, 각 공공기관으로부터 중견 관리자들을 추천받아 선발한다. 프로그램은 1년 6개월간 진행되며, 학생들은 1년 동안 경제분석, 경영통계, 공기업 정책론, 재무회계, 조직‧인사론 등 공기업 실무 전반을 아우르는 33학점의 과목을 듣고, 남은 6개월 동안 3학점짜리 논문을 완성한다.

2012년 3기 MPEP 학생들은 총 64명. 61년생부터 최저 81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평균 나이는 38세. 이쯤 되면 나이도 있고 하니 편하게 설렁설렁 공부하는 집단이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현실은 정반대. 중간, 기말고사, 개인 혹은 팀 페이퍼, 발표 등 여느 빠듯한 학부생 수업 못지않은 과제들의 쓰나미에 어르신들을 도무지 맘 편히 다니시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성적을 향후 진급과 인센티브에 반영하는 회사도 있고, 심지어 인트라넷에 성적을 공개하기까지 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부담이 막중하다. 특히 한 기업에서 여럿이 파견된 경우엔 비교대상이 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서로를 묘하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근면과 협동으로 상부상조

MPEP 학생들은 우리나라 ‘공공’ 분야를 대표하는 핵심 인력. 그래서 피할 수 없는 경쟁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택했다. 첫 번째 비결은 우선 개인의 절대적인 학습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성실한 자기관리와 체력의 뒷받침이 필수이다.

염준호(44·한전원자력연료 부장)씨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기상, 오전 7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수영을 한다. 그래야 오전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지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고, 체중까지 관리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꿈의 실천은 자신의 체력을 관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MPEP 사람들은 하나같이 체력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젊은 학생들도 미리미리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빽빽한 노트 필기장 또 다른 비결은 협동. 구체적인 실천은 효율적인 ‘스터디’ 운영에서 드러난다. MPEP과정의 학생들은 저마다 지식배경이 다르기에 전공을 비껴가는 수업은 발목을 잡기 마련. 이를 보완하기 위해 MPEP 사람들은 특정 과목에 능한 전공자들이 타 학우들에게 수업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스터디를 운영한다.

행정대학원 원우회실에 특정 과목 스터디 공지를 하면 12-15명의 인원이 모여 수업 내용을 복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스터디는 폐쇄적이기보다는 개방적이어서 MPEP 과정에 있지 않은 다른 행정대학원 학생들도 필요에 따라 자유로이 참여하며, 강의 필기나 문제풀이도 속속들이 공유될 정도.

유승민(33·한국전력공사 차장)씨는 그 혜택을 본 1인이다.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처음에 회계학을 배울 때는 정말 막막했다. 그런데 회계학 전공자인 염부장님께서(이들 사이에서 ‘염교수님’으로 불린다) 너무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다른 곳은 경쟁이 심한데, 여기 MPEP 사람들은 뭘 해도 뭉쳐서 함께 가려 하는 모습이 특징”이라고 했다. 심영수(51·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부장)씨도 “이기적인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잘 되도 다 같이 잘되려고 하는 공동체의 끈끈함이 여기 와서 느끼는 큰 보람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家和萬事成의 지혜

공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면 한편으론 가족들에게 소홀해지지는 않을까. 학업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MPEP 사람들은 저마다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MPEP 3기 중 훤칠한 외모와 가정적인 매력으로 인기투표 1위를 한 유승민씨의 기상시간은 무려 새벽 4시. 그는 “아내를 도와 4살, 1살짜리 아기들을 돌보기 위해 저녁 6시면 열람실을 나온다. 그만큼 개인적인 공부, 운동시간을 별도로 확보하려다 보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대전에 있는 직장과 가정을 떠나 녹두 고시촌에 홀로 나와 있는 염준호씨도 밤마다 딸과 영상통화를 한다. “가끔 일부러 서울대학교 로고가 있는 벽면을 배경으로 영상통화를 하는데, 아내에게 들어보니 딸아이가 요즘 열심히 공부하더라고 한다. (웃음) 자식들에게 열심히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빠듯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정이 물씬 배어나오는 MPEP 과정. 이들에겐 논문 작성에 소요되는 6개월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1학기와 2학기가 저마다 한번씩 뿐이라는 것이 아쉬운 일이다. 이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게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김경희(31·한국철도공사 대리)씨는 “공기업의 특성상 한 직장에서 경험이나 커리어가 제한되기 쉬운데, 여기 와서 다양한 직장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눈이 트인 것 같다. 특히 이공계 분들은 행정마인드를 배워가기 때문에 추후 엔지니어 부서와 기획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심영수씨는 “MPEP과정 사람들이 나중에 회사 임원으로 승진하고 중요 보직에 올랐을 때 여기서의 네트워크가 매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공기업들은 저마다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에서의 인적 교류를 통해 정보가 교환되면 벤치마킹 효과로 인해 공기업 혁신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 말했다.

성실함, 자기관리, 공동체 의식, 가족애. 이는 20대에는 물론이요, 30-40대, 나아가 70대에도 우리 모두가 변함없이 간직하고픈 습관과 태도. 잠깐 멈춰 있었다면, 더위에 마냥 늘어져 있었다면 2학기를 위해 공부를 향한 노장들의 투혼을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법학전문대학원 1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