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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식 중국 전문가 키우기 SNU in Beijing

2012.09.03.

서울대의 글로벌 인재 양성 계획의 핵심 “SNU in Beijing” 프로그램
“중국을 알고 싶다” 학부/대학원 지원자 101명 모여

“지옥문이 열렸다! 남학생들은 군대에 다시 왔다고 생각하고 임하기 바란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중국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SNU in Beijing 프로그램에 참가한 101명의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장에서 이정훈 교수 (중어중문학과)가 꺼낸 첫 마디에 바짝 긴장했다.

서울대 글로벌 초우수인재 양성 계획의 핵심인 SNU in Beijing의 교육 내용을 보면 이 교수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3주간 국내에서 중국어 집중 교육을 받아서 현지인과 소통 가능한 수준이 될 것, 강의를 듣기 전에 중국인 교수 10명의 책을 읽고 프레젠테이션할 것, 중국어로 진행되는 대학강의를 모두 소화할 것, 마지막 주에는 현지인들을 만나 주제 연구 보고서를 쓸 것, 중도 포기하면 막대한 지원금을 모두 환불할 것.

지난 8월 20일 최종 발표회를 위해 모인 SNU in Beijing 팀은 이 무시무시한 목표를 초과달성했음을 확인했다.

“저개발된 공장 나라 정도로 여겼던 통념 너머에 세계 질서의 중심이 되어 가는 거대한 중국이 있는 것을 보고 왔다.”는 안재영 (경제학부) 학생의 후기가 참가자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3주간 먹고 중국어 공부만 한 뒤에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참가자들은 국내와 현지에서 160시간동안 중국어 교육을 받았다 중국 알기의 첫 번째 과정은 언어 습득이었다. 반편성 레벨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참가자들의 중국어 실력은 초라했다. 27명은 중국어를 배운 적이 없었고, 고교때 중국어를 배웠다는 학생들도 의사소통은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중국어 교육을 총괄한 이미경 교수(기초교육원)는 “2년치 커리큘럼을 6주 만에 끝낸다.”는 목표를 고수했다. 매일 여섯 시간씩 있는 수업을 일일이 감독하고 2시간에 한 번씩 시험을 보게 했다. 서울대 학생들이라면 집중 훈련을 통해서 오히려 획기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 교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3주간 40번 시험의 스트레스를 이겨낸 학생들은 중국인 교수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학생들이 되었다.

중국어를 처음 배웠던 이근호 학생 (농경제사회학부)도 보고서 작성을 위해 베이징 시내에서 설문조사판을 들고 나섰는데, 만다린어로 현지인들을 설득하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 놀랐다고 한다.

분야별 중국 전문가 교수들이 총 출동해 사전 교육 담당

정재호교수 등 학내 중국전문가들이 총동원되어 사전교육을 진행했다 중국에서 대학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중국어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배경지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대의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 교수 다섯 명이 출동해 학생들에게 배경 지식을 강의했다.

경제 부분은 ‘중국의 기업과 경제’, ‘2020년 중국 리스크’ 등을 저술한 중국 경제 전문가 이근 교수 (경제학부), 국제 관계는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인 정재호 교수 (정치외교학부), 사회문화는 베스트셀러 ‘용과 춤을 추자’의 저자인 조영남 교수 (국제대학원)가 맡았고, 서울대 중국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정종호 교수와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소문난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도 함께 했다.

현대 중국을 설계한 열 명의 지식인들이 학생들 직접 가르쳐
“베이징, 샹하이, 광저우가 중국의 전부가 아닙니다”

사전 학습을 수료한 SNU 멤버들이 짐을 푼 곳은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북경사범대학이었다. 외떨어져 있는 북경 대학이나 칭화 대학 대신 베이징의 중심지에서 중국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배려한 선택이었다.

중국에서 이름만 대면 안다는 열 명의 교수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대 교수들의 중국 네트워크를 총 동원한 결과였다.

중국의 야심적 지성을 대표하는첸리췬 교수의 강의 중국 인문학의 기본 모델을 세운 학자인 쑨거 교수 (사회과학원), 중국 농업정책을 설계한 윈톄쥔 교수 (인민대학),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추이즈위안 교수 (칭화대), 중국인의 양심이라 불리는 첸리췬 교수 (북경대) 등이 4주간의 강의를 준비했고, 중국에서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뉴스거리였다고 한다.

70이 넘은 첸리췬 교수는 형형한 눈빛으로 학생들을 압도했다. 한 마디라도 놓칠 세라 촉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그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가 중국의 전부가 아닙니다. 저변에 더 넓은 중국이 있습니다.” 라며 강의를 열었다. 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중국을 보는 눈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날이 갈수록 여름 기온은 올라가고 강의는 어려워졌지만 포기하는 학생은 없었다. 네 번 이상 지각하면 중도 포기로 간주해 강제 귀국 후 지원비를 반납해야 하는 엄격한 규칙을 학생들은 조용히 따랐다.

현대 중국 100년사를 한 시간으로 압축해 준 윈톄쥔 교수의 강의
중국식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추이즈위안 교수의 강의

많은 학생들이 ‘가장 인상적인 강의’로 꼽았던 윈톄쥔 교수의 강의에서는 현대 중국 100년의 역동의 변천사를 한 시간에 들을 수 있었다. 중국 인민대에서 그를 모셔가기 위해 단과대학을 새로 만들었을 정도로 명망 높은 지식인인 윈톄쥔 교수는 “중국에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좌파와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우파와 한 번도 중국사의 중심이 되어 보지 못한 자들이 공존하지만, 이 들 중에 세 번째가 중국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라며, 중국의 제3 계층을 지켜보라고 전했다.

중국식 경제 모델을 만든 핵심 인물인 추이즈위안 교수의 강의는 ‘한국식 경제 발전’에 자부심을 가진 서울대 학생들에게 ‘중국식 자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긴장을 안겼다.

수업을 이해 못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도록 서울대 교수들이 적극 도왔다. 중국어가 유창한 교수들이 강의실에 동석해 간간히 해설을 곁들인 통역을 제공했다. 오연천 총장도 직접 중국을 방문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여유롭게 문화 체험하던 프린스턴대 학생들과 대조되는 생활

SNU in Bejing이 진행된 북경사범대학에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 학생들이 Princeton in Beijing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하고 있었다. 이름부터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보였지만 실제는 판이하게 달랐다. Princeton in Beijing은 자대 중국어 강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와서 두 달간 동양 문화를 참관하면서 5,300 달러짜리 어학연수를 받는 프로그램으로,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강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지를 누비며 UCC 촬영하고 개인과제 수행

마지막 수업은 조별 현장 과제였다. “중국 공산당의 삶”, “개미족 탐방”, “중국의 IT 문화” 등의 정해진 주제를 들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섰다. “베이징의 후퉁 (뒷골목) 문화”라는 주제를 들고 베이징 골목골목을 누비며 UCC를 제작한 학생들이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그림을 클릭하면 UCC를 볼 수 있습니다.)

20개 조의 과제 발표를 들은 교수들은 불가능해 보이던 일정을 소화하고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이 배워 왔다는 것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저력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SNU in Beijing을 총괄한 이강재 교수 (중어중문학과)는 “한국인이 무시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는 중국의 깊고 거대한 이면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서울대 학생들에게 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SNU in Beijing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2012. 9. 3
서울대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