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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프로젝트

2012.09.18.

실크로드 프로젝트
경영대 학부생 34명의 8박9일 나눔과 여행

'신이 빚은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앙블락 초원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학생들. (추워서 방한복을 착용한 모습) 세계를 누비는 21세기 카라반
내륙(內陸) 아시아를 횡단하는 고대 동서통상로(東西通商路) 실크로드. 역사의 흥망성쇠를 익히 학습해온 많은 이들에게는 자칫 아득한 과거의 공간으로만 기억되기 쉽다. 그러나 창조적인 경영학도가 바라보는 실크로드는 지역사회 이윤창출을 위한 현재와 미래의 터전. 지난 여름방학 동안 경영대 학부생 34명은 학과 창설 50주년 기념으로「실크로드 프로젝트 2012」를 통해 세계를 누비는 21세기 카라반을 경험했다. 8월 7일부터 15일까지「우루무치 – 알타이 – 부얼진 – 카나스 – 큐톤 – 이닝 – 나라티 – 바양블락」으로 이어지는 8박 9일의 여정이었다.

실크로드 지역경제 살리는 가상 사업계획서
무려 경영학과 ‘50주년’ 기념행사인 만큼 단순한 관광여행은 아니었다고. 참여 학생들은 탐방 기간 동안 6명이 한 팀을 이뤄 실크로드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나름의 사업을 직접 구상하고, 가상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했다.

“최혁 학장님께서는 저희들에게 실크로드를 탐방하면서 푼돈을 버는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왜 이 지역은 이렇게 가난한가? 어떻게 하면 이 지역의 경제가 부흥할 수 있는 큰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가를 고민하라 하셨죠.”

실크로드 기념품점에서 스카프를 고르고 있는 모습. 양모, 비단, 소금 등이 활발히 거래되던 과거의 흔적일까. 오늘날도 이곳에선 양모로 만든 스카프가 유명하다.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역시 현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맨살로 부대껴야 하는 법. 실크로드의 빈곤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생들은 수업 때와는 다른 넓은 시각으로 지역경제를 살펴보았다. 여행지에서의 숙박시설, 음식, 시장, 자연환경 등등.

김지연 학생(경영학과 10)이 속한 조는 실크로드의 수려한 자연경관에도 불구하고 내부 숙박시설이 열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리조트 사업’을 구상했다. 1차적으로 리조트를 건설하여 지역 관광수요를 증가시키고, 그 후 리조트 내에 마트와 상점을 입점 시켜 지역사회의 농산물 및 특산물 유통을 맡아 지역민들에게 많은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현재 실크로드에서 소상인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질이 좋지 않고 가격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관광객들에게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적극적인 마케팅과 품질 관리,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 지역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실크로드 속의 'Sick' road
낙후된 실크로드 지역을 정신없이 횡단하다보니 학생들은 멀미와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음식 또한 말썽. 이슬람 식당, 중국 식당, 심지어 호텔에서까지 전부 기름에 흥건히 젖은 식사를 하다 보니 사람들 대부분이 입맛에 맞지 않아 배앓이를 했다. 평소 이것저것 가리는 것 없이 식성 좋은 정지우 학생(경영학과 11)도 음식 적응하는 데 곤혹을 겪었다고. “현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몸져 누워보니,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아이템을 발견하고 사업을 실천하려면 우선 강철 같은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제한된 현지 접근성도 조금은 아쉽다. 치안문제 상, 현지인들과의 만남이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사전 정보가 틀린 경우도 종종 있어, 사업계획서를 대폭 수정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흠결에 대처하는 것 또한 진정한 경영인의 덕목. 학생들은 오히려 교과서 밖, 결코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현실 무대를 진지하게 경험한 셈이다.

세계 4대 초원 중의 하나로 꼽히는 '나라티 초원'에서 학생들이 친목을 다지며 비틀즈의 한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가 아닌 실크로드
실제로 걷고, 뛰고, 앓기까지 하는 고생 끝에 탐방을 마친 학생들. 과연 「실크로드 프로젝트 2012」를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정지우 학생은 직접 체험의 중요성을 꼽는다.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은 가장 큰 점은, 뭐든지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거였어요. 프로젝트 가기 전에 책을 세권 보고 나름 준비를 하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책에서 떠올린 바와 실제로 느낀 점은 정말 달랐거든요.”

팀웍의 시너지 또한 큰 깨달음이다. 김아라 학생(경영학과 10)은 “약 10일간의 시간동안 선후배 사이를 뛰어넘어 서로 챙겨주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이 커다란 보람이에요. 특히, 12시간의 야간열차에서 밤새 서로 이야기꽃을 피운 추억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경영도 결국은 ‘사람’과 더불어 완성되는 것”이라고 전한다.

요새 떠오르는 21세기 인문경영의 화두는 역사 속에서 현재를, 인문가치 속에서 이윤구조를 재발견 하는 것. 과거의 전유물과 같았던 실크로드를 직접 탐방하면서 학생들은 상이한 문화 체험, 낙후된 지역사회를 향한 관심은 물론, 인간적인 향기까지 몸에 배어 돌아왔다. 이들에게 ‘창조적인 도전정신’이란 더 이상 교과서 속의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법학전문대학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