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서울대사람들

동서양 지성사의 두 거인, 법에서 만나다

2012.10.17.

‘괴테와 다산과 법’ 특별전시회를 기획한 최종고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서울대 법학역사관 ‘쾨테와 다산과 법’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기획한 최종고 교수 이번 학기 서울대 법학역사관 특별전시회의 주제는 ‘괴테와 다산과 법’. 2010년 5월 문을 연 역사관에서 동문이 아닌 인물이 주인공인 전시회는 처음이다. 소항 이항녕 박사(2011년 2학기), 이준 열사(2012년 1학기) 등 모두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과 괴테는 13년 차이로 동서양의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한 ‘인간’이라기보다는 ‘문화’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는 동서양의 두 천재를 한 눈에 비교해볼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한 이가 바로 최종고 교수(법학전문대학원)를 만나보았다.

Q. 2007년에『동서지성사의 교차로: 괴테와 다산, 서로 통하다』라는 저서를 내놓으셨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예고편이었나요?

A. 저는 라드브루흐의 법사상과 법철학을 평생 주로 연구해온 사람인데, 항상 라드브루흐가 그렇게나 심오한 경지에 도달한 비결이 궁금했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괴테에게 의지하는 것이었더군요. 그러니 저도 괴테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게 된 셈이죠.
또 제가 동아시아 소속 학자다 보니 세계학회에서 활동할 때마다 동아시아를 소재로 삼거나 동아시아의 관점으로 이슈를 바라봐줄 것을 주문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주목하게 되었고 걸출한 지성인이자 사회과학자인 정약용을 어찌 외면할 수 있었겠습니까. 괴테와 다산, 이 두 천재를 비교해야겠다는 생각도 동아시아에 대해 사유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번 전시회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Q. 이번 전시회는 언제부터 주최하고자 마음먹으셨는지요? 일부러 다산 탄생 250주년에 맞춰서 가을 학기에 전시하고자 하셨는지요?

A. 사실 지난 학기에야 비로소 실제로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다산재단 이사장으로 계시는 정해창 전 법무부장관 겸 법대동창회장께 부탁드려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대생들, 특히 법학도들에게 ‘법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도 이렇게나 엄청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식, 거대한 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각종 전시물들과 각종 내용물들 가운데 놓치면 안 될 것은 무엇입니까?

전시실에서 최종고 교수 A. 저는 괴테의 법학박사논문을 우선 괴테 관련 전시품들 가운데 으뜸으로 꼽고 싶습니다. 그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서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그러면서도 60년 동안 불후의 고전『파우스트』를 썼습니다. 이 소장품을 보면서 많은 법률가 지망생들이 ‘법률가를 통하여 법률가를 넘어서라’는 격언에 담긴 패기를 함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산 관련 소장품들 중에서는 김신자 비엔나 대학 교수가 번역한 목민심서 영어완역판을 꼽고 싶습니다. 다산학의 세계화를 잘 보여주는 전시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다산과 괴테 두 사람 모두 그림을 매우 잘 그렸음을 두 사람의 그림을 보며 느껴보길 바랍니다.

Q.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재조명된 괴테와 다산에게서 우리가 본받을 점은 무엇입니까?

A. 근본적인 인간관으로서의 파우스트 인간상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인간은 비록 실수할지라도 노력하는 한 마지막 순간엔 구원을 받으리라는 괴테의 긍정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인간관을 본받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식적 측면으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세계지(global knowledge)를 지니려 노력하길 바랍니다. 최근 들어서 학문의 통섭이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인적인 교양과 전문성을 지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학생들이 그걸 포기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생들조차도 전공 외적인 것들을 사실상 포기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법학역사관은 평소 역사적인 문헌과 자료 수집에 관심이 많던 최종고 교수의 주도로 지난 2010년 문을 열었다. 17동 한 켠에 보관돼온 1985년 법관양성소 시기부터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 이르기까지의 연대별 대표 서적과 물품들이 상설 전시되고, 매학기 기획전이 개최된다. 이번 ‘괴테와 다산과 법’ 전시회는 오는 12월 10일까지 계속된다.

홍보팀 학생기자
강태승(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