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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

2012.10.23.

서울대학교는 서울대학교 동문 또는 서울대학교에서 장기간 봉직한 분으로서 인격과 덕망을 겸비하고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서울대학교를 빛낸 분을 선정하여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22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시상은 제66주년 개교기념일을 맞아 10월 12일(금) 서울대 문화관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

신영균 명예회장 9회 졸업생 신영균입니다.

치과대학시절 서울대 종합연극부를 조직하여 연극부장으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명동 시공관 극장에서 서울대 이름을 걸고 7개월 만에 ‘키라고’ 라는 작품을 성공적으로 막을 올렸을 때의 감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치과병원을 개원해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틈틈이 연극을 한 덕분으로 결국 영화배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배우가 되었을 때 ‘서울대학 출신 영화배우’라는 타이틀 덕분에 각종 언론과 국민께 더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배우활동과 사회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언제나 본인은 모교의 신세를 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이제 세계적인 명문대로 올라섰고, 또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모교가 66회 개교기념일을 맞이하면서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인정해주셨으니 저에게는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없고 내 인생에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우리 서울대가 세계를 향해 더욱 더 발전해 갈 것으로 확신하면서 앞으로 저의 여생 동안 모교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승효상 대표 저는 71학번으로서 한국의 근현대사의 격변기로 독재에 대한 시민사회와 학생들의 격렬한 저항이 가득했던 시절인 70년대 학부와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시대적 상황 때문에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이 이뤄지기 어려웠지만, 건축에 관한 관심으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도서관을 다니며 건축학도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공부했습니다.

고향인 부산에서 상경해 저는 항상 외톨이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졸업 후 안정되고 보장된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건축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설계사무소로 진로를 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은 역시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건축가로 일한 지 15년 만에 1989년에 독립된 건축가로서 저만의 회사를 설립했지만, 세상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먹이사슬이 존재했고, 또한 지연과 학연이 판치는 곳에서 제가 기댈 곳은 하나 없었습니다. 그럴수록 건축은 저에게 안식처가 됐고,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터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은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 말에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사회가 도시를 만들고, 도시가 사회를 만듭니다. 건축은 일개 예술이나 기술이 아닙니다. 우리 삶을 조직하고, 또한 우리 사회 만들고 개조하기도 합니다.

건축을 뜻하는 ‘architecture’는 으뜸이 되는 기술이자 최초의 학문이라고도 말합니다. 또한 단어 첫 소문자 ‘a’를 대문자 ‘A'로 바꾸고 정관사를 붙이면, 영어 성경의 조물주 하나님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건축은 사람과 환경을 개조하는 것이며, 저에게 있어서는 성직이자 가장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황창규 단장 서울대는 저의 정신적 고향입니다. 공학도의 부푼 이상을 안고 산업 강국을 만들어보겠다는 청년시절의 꿈이 여기 서울대 캠퍼스에서 자라났고 씨를 뿌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꿈은 불가능을 향한 도전이었습니다만, 서울대 캠퍼스는 불가능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는 저에게 있어 최고의 후원자였습니다. 산업현장에서, 반도체 강국과의 힘겨운 경쟁에서 언제나 서울대는 저의 든든한 배후였습니다. 서울대에 새긴 저의 젊음은 ‘앞으로 나가라’고 타일렀습니다. 그렇게 행진했습니다. 그렇게 항해했습니다. 그렇게 결국 한 고개를 넘었고, 경쟁국들을 뒤로 하고 반도체 강국을 우뚝 세울 수 있었습니다. 반도체 고지에는 태극기와 함께 서울대 교기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저의 젊음도 그 곳에서 펄럭였습니다.

저의 꿈이 있다면, 저의 후배들을, 저보다 몇 배 뛰어난 후배들을 더 높아진 고지로 보내는 일입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더욱 가혹할 것입니다만, 저의 남은 역량을 후배들에게 모두 쏟아 제가 해내지 못한 일들, 제가 아직 꿈꾸고 있는 과학기술 강국을 만드는 역사적 과제를 완수하도록 돕겠습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아무리 미래 예측이 어렵다지만, 그렇다고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현재에 반드시 징후를 남깁니다. 20년 뒤의 ‘먼 미래’를 주도하려면 ‘가까운 미래’에 대한 준비를 끊임없이 쌓아가는 것. 이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다. 미래의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사실을 저의 경험들은 절절히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캠퍼스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었듯, 후배들에게도 그런 꿈을 꿀 수 있도록 밀겠습니다.

둘째, 경험 없는 창조는 없습니다. 부딪치고 깨지고 좌절도 좀 맛보면서 창의성은 길러집니다. 기다리느라 좀 지치더라도, 우리 젊은이들이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성공의 사다리에 오를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책임지고 도와주는 시스템. 이것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서울대는, 서울대 학생들은 대한민국을 선두에서 이끌어야 할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이건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두에 서서 이끌어 가되,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까지 모두 품에 안고 같이 가는 열린 마음, 헌신, 희생, 그리고 ‘내가 미쳐 남을 행복하게해 주는 正反合의 리더쉽’.이런 것들이 앞으로 서울대가 더 갖추어야 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욱 정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