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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의 ‘샤人’

2012.12.03.

UN 나이로비 사무국 정진(외교학과 96)

근무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3년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호주 이민을 결정했습니다. 외국생활을 시작하려하니, 취업이 용이한 실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싶어, Sydney에 소재한 Macquarie University에서 석사과정으로 회계학을 공부했습니다.

재밌게도 국제정치학에서 회계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국제기구 경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제가 공부한 두개의 다른 전공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었고, 가장 이상적인 경우가 국제기구의 회계/재정 부서에서 일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때쯤 부터 막연하게나마 국제기구에서 일해보는 것을 Career plan의 한 단계로 넣었습니다.

석사과정이 끝나갈 즈음, 마침 Finance가 모집분야에 포함된 2008 NCRE (National Competitive Recruitment Examination) 응시하여, 2009년 6월 최종 합격하였습니다. 이후 직장생활을 계속하며 임용을 기다리던 중, 그간의 제 경력에 맞는 업무를 제시한 UNON (United Nations Office at Nairobi)의 오퍼를 받아들여 2011년 2월부터 현재까지 Finance Officer로 일하고 있습니다.

소속 기구와 담당 업무에 대한 말씀 해 주세요.

UN 나이로비 사무국에 근무하는 정진 동문 (외교학과 96학번) 우선, UNON은 유엔 사무국 소속으로 Nairobi UN Compound를 관리하며, 나이로비에 본부를 두고 있는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과 UN-HABITAT (United Nations Human Settlements Programme)을 포함 여타 유엔 기구 케냐 지역 사무소들에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저는 UNON의 전반적인 재무 상황을 점검함과 동시에, UNEP과 UN-HABITAT에 재정/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BFMS (Budget and Financial Management Service), Accounts Section에 소속해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financial database의 기록들을 관리, 분석하고, UNON, UNEP, UN-HABITAT의 Financial Statements and Reports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이외에도 UNEP과 UN-HABITAT 지역 사무소에서 올라오는 비용을 최종 승인하고, UN Financial Regulations and Policies에 맞게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감독하는 일도 일상 업무에 포함됩니다. 또한 2014년 부터 유엔 사무국에 새롭게 적용되는 회계기준인 IPSAS (International Public Sector Accounting Standards) implementation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NCRE (National Competitive Recruitment Examination) - YPP (Young Professionals Programme)

저는 유엔 사무국의 YPP (2011년부터 NCRE의 명칭이 YPP로 바뀌었습니다)를 통해 유엔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 제도는 한국의 행정고시와 비슷한 성격의 유엔 사무국 임용제도이며, 분담금 규모보다 적은 수의 사무국 직원을 보유한 국가의 32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치러집니다.

학력 조건은 ‘at least a first-level university degree’이지만, 제가 알고 있는 YPP 출신 직원 모두가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는 점을 볼 때, 석사학위자가 서류 심사에 유리한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은 긴 영어 문장을 짧게 요약하는 general paper와 응시 분야의 전문 지식을 묻는 specialized paper로 치뤄지며 4시간 30분간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됩니다. 구술 면접은 UN competency-based interview로서, 제 경우에는 세 분의 면접관과 1시간 30분간 대화를 나눴고 업무와 관련된 상황에 대한 주요 질문과 몇 가지 국제이슈에 대한 짧은 문답 형식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후 최종합격 통지와 함께 사무국 roster에 등재되고, P2 또는 P3 공석이 있는 사무국 산하 사무소와 전화 인터뷰 후에 고용계약을 맺게 됩니다.

YPP는 직무 경력이 많지 않은 대학/대학원 졸업자가 유엔 사무국 경력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제도의 취지가 바로 공부를 갖 마친 가능성 있는 인재를 선발해 사무국의 필요에 맞는 전문가로 육성하자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임용 이후, 사무국의 체계적인 관리하에 NCE Training, Mentor Programme, Mobility Programme 등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유엔 사무국 외에도, UNESCO, UNDP, World Bank 등 규모가 큰 기구들은 자체의 YPP를 시행하고 있으니, 전공와 경력에 맞는 기구와 분야를 선택해 지원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유엔 사무국 YPP에 대해서는 https://careers.un.org/lbw/home.aspx?viewtype=NCE 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Accountant로서 Non-for-profit organization에서 일하며 얻는 보람입니다. 이전 Private Sector에서 일할 때와는 다르게, 소수의 Profits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다수의 Benefits을 위한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보람을 갖습니다. 물론 정부간 기구인 유엔의 특성상 정치적인 이슈도 함께 고려해야 하겠지만, 정치적 이유에서든 경제적 이유에서든 현재 누군가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 내 직무경험과 능력이 그 일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국제정치학도로서 느끼는 감정도 있습니다. 오전에 아시아 지역 사무소와 전화통화를 하고, 업무 중에 수시로 세계 곳곳의 Fund Management Officer들과 이메일 교신을 하며, 오후에 뉴욕, 제네바, 비엔나와 연결된 비디오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식의 일상 업무를 하다보면, ‘내가 지금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있구나’라는 흥분섞인 감정을 종종 느낍니다.

업무에서 오는 국제기구만의 애로사항은 크게 없습니다. 배경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직장생활하는 것은 어느 곳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다만, 회사에서 보다는 현지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며 누리던 것들을 할 수 없는 Duty station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이로비만 해도 낮은 의료수준, 불안한 치안 등 한국과 비교해서 불편한 점이 많은데요,

남수단에서 근무하다 나이로비로 짧은 휴가를 나온 직원은 나이로비에서 생활하는 제가 부럽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하는 지인은 안전 문제로 업무와 숙식을 같은 건물에서 해결해야하는 답답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UNICEF, UNHCR, UNDP, WFP 등 Field operation이 많은기구에 관심이 있다면, 그 기구에서 요구하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쌓음과 동시에 불편한 현지 생활도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국제기구 직원으로서 마음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유엔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세가지 core values가 Integrity, Professionalism, Respect for Diversity 입니다. 개인의 이익이나 정치적인 계산을 따르지 말고, 기구와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합니다. 업무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최고의 능률과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문화, 배경, 인종, 성별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엔 사무국은 직원을 선발할 때에도, 지원자가 UN core competencies (Communication, Teamwork, Planning & organizing, Accountability, Creativity, Client orientation, Commitment to continuous learning, Technological awareness)와 core values 갖추고 있는지 면접을 통해 심사합니다. 위 덕목들은 유엔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국제기구 공무원들이 갖춰야 하는 기본 마음자세라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국제기구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아마도 높은 유엔본부 건물, 국가 대표들이 모인 회의장, 분쟁지역의 blue helmet 등 일 것입니다. 국제기구에 근무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목 받고 매력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면의 어려움도 많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Hardship duty station에서 겪는 현지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함께 지내기 위해 배우자의 커리어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생활이 주는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도 있지만, 동시에 몇 년마다 임지를 옮기고 그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때문에, 밝고 화려한 면만 보고 동경하기 보다는, 이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함께 고려해서 Career plan을 세웠으면 합니다.

언어 문제에 필요 이상의 큰 부담감을 갖고 시도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것은 피했으면 합니다. 모든 업무와 회의가 영어 (불어)로 진행됨으로, 완벽한 영어구사가 가능하다면 더 좋겠지만 업무에 지장 없이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정도의 능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기구는 발음과 억양이 다른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기 때문에, 대화 상대가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베어 있습니다. 본인의 경우, 외국 현지 기업에서 일할 때보다 오히려 영어에 대한 부담을 적게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전공을 어떻게 활용, 적용시켜 관련 국제기구에 지원할지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이한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면, 국제기구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직원 선발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관련 전공 유무와 업무 경력입니다. 사무국 YPP 응시원서에는, 학위명과 함께 지원하는 분야와 관련해서 대학과정에서 들었던 강의를 모두 열거하라는 란이 따로 있습니다. YPP를 통하지 않고 개별 지원을 하려면, 전공 자체도 중요하고 연계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겠죠.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각 국제기구들의 공석 또는 모집 공고들을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확인했으면 합니다. 유엔에서 일하기 전의 저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하는 오해가 ‘모든 유엔 기구들의 인사는 한 곳에서 관리한다.’입니다. 하지만, 앞서 YPP 경우와 같이 각각의 기구들은 독립적인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고 공석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기구들의 인사공지 웹페이지들을 바로가기 저장해 놓고 가끔 한 달에 한번 정도 확인하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 경험이 많이 않아, 좀 더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합니다. 더 많은 동문 선후배 분들이 유엔 사무국 포함 국제기구 커리어에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 일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