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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명사의 작은 도서관’ 1호 기증자

2012.12.06.

“무주 집에 7000~8000권 정도 있는데, 흐트러뜨리기가 아까웠어요. 나름 사회이론 컬렉션(collection)인데, 도서관에 기증하면 자체적으로 분류를 하잖아요? 그래서 지난 7월 시장실에 갔다가 갑자기 말을 꺼내기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서울시 ‘명사의 작은 도서관’에 8천여 권의 책을 기증하기로 한 한상진 명예교수(사회학과)왜 서울대가 아닌 서울시 도서관이냐는 투정 섞인 질문에 한상진 명예교수는 조금은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여름 한 교수는 부인 심영희 교수(한양대 사회학과)와 함께 공부해온 책들을 서울시에 기증 약정을 했다. 서울시가 10월 옛 시청사에 개관한 ‘서울도서관’과 함께 2030년까지 자치구 곳곳에 ‘명사의 작은 도서관’ 등 다양한 유형의 도서관 500개를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첫 번째로 동참한 것이다.

지난 2010년 2월 정년퇴임한 한 교수는 스스로도 “재직 때보다 바쁜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퇴임 직후 바로 베이징대와 칭화대 대학원에서 강의했고, 이

때 인연을 맺은 중국·유럽 학자들과 중국과 유럽의 자유주의 전통을 비교하는 4개년 EU 프로젝트, 베이징과 서울시민의 의식조사 과제 등을 공동 수행 중이다. “북경대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사회변동 비교, 청화대에서는 제2근대성에 관한 수업을 했어요. 강의도 강의지만, 인적 네트워크가 크게 확장됐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래서 이런저런 연구를 함께 하고 되었습니다.”

한상진 교수는 이번 학기 서울대로 돌아와 ‘인권·NGO·시민사회’ 수업을 맡았다. 60여명의 수강생은 외국 유학생, 해외 교환학생 그리고 토종 한국학생 등 다양하다. 매주 목요일 오후 세 시간은 이들과 함께 동아시아의 과거 극복, 민족주의와 코스모폴리탄주의(Cosmopolitanism), 위험사회의 대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아주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적극적입니다. 딱히 누군가를 시키지 않아도 모두 나서서 의견을 개진하니까요. 비록 학부생들이지만 책으로 묶어낼 만큼 열정과 깊이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아시아의 갈등 해소와 소통은 퇴임 후 그가 가장 천착하고 있는 화두. 지난 9월 말에는 도쿄대 강상중 교수와 함께 아시아연구소에서 동아시아의 연대와 소통에 관해 강연과 세미나를 가졌다. 지난 2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이 국내에 소개했던 하버마스를 방문한 것도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지닌 사회학 이론을 모색하려는 한 교수의 노력이다.

“요즘 서울대생들은 확실히 유연합니다. 개별화되고, 자기 결정이 확실하고, 교수의 권위에도 주눅 들지 않아서 보기 좋습니다. 다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세대는 배우고, 실천하는 게 매력이거든요. 패기만 조금 더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듯 합니다.”

지난 1981년 본교에 부임해 30년간 수많은 학생들을 보아온 사회학자 한상진 교수는 관악의 현세대를 이렇게 평했다. 과연 2020년 서울대에는 어떤 세대가 다니게 될까? 분명한 건 그때도 한상진 교수의 평가는 유효하리라는 점이다. 향후 10년도 그와 우리는 함께 할 것이므로.

홍보부 학생기자
김어진(외교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