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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한국어의 매력에 빠진 외국인 사제

2012.12.17.

한글과 한국어의 매력에 빠진 외국인 사제
국어교육과 로버트 파우저 교수와 제자들

로버트 파우저는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 가운데 한명. 그런데 그의 소속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그리고 그의 지도학생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다. 국어교육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와 미래의 한국어 전도사가 될 외국인 유학생들. 그들의 한국어 공부와 사랑 이야기를 청해봤다.

유설위(대만)
유설위(대만)
왕상우(중국)
왕상우(중국)
타이픈(터키)
타이픈(터키)
로버트 파우저 교수
로버트 파우저 교수

한류, 그 중심에는 한국어와 한글

사회자: 모두 다른 나라에서 유학을 오셨는데, 각자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설위(대만, 국어교육과 대학원 1학년): 중국어 외에 다른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과 문화적·경제적 교류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한국은 역사적으로도 관련이 깊다고 생각해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왕상우(중국, 국어교육과 대학원 1학년): 저는 중국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어를 더 잘하는데, 학창시절부터 다른 외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 중국과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역사적, 문화적으로 교류가 많았던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에 진학할 때도 한국어학과를 택했습니다.

타이픈(터키, 국어교육과 4학년): 이전에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를 배우는 등 저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새로운 외국어를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한국어학과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터키에는 지금처럼 한류도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었습니다.

사회자: 파우저 선생님께서도 한국어를 외국어로써 공부하신 것인데, 계기가 무엇인가요?

파우저 교수: 순수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본래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습니다. 우연히 한국어를 접했는데, 어순, 단어, 조사 등 언어체계가 일본어와 비슷한 점이 많아 매우 신기했고, 이후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사회자: 한국어 교육까지 하시게 된 것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파우저 교수: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을 때였는데, 가고시마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쳐보겠냐고 제안했고, 초·중급정도의 수준은 가능하다고 응했습니다. 외국어인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흥미롭게 느꼈습니다. 또 한국어 프로그램은 당시 가고시마대에 처음 설립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사회자: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것인가요?

유설위: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 수업, 인력 등은 많이 부족합니다. 저 역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왕상우: 중국은 대만보다는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서적도 많고, 방송국에서 한국 드라마, 사극을 많이 방영해주어서 시청각 매체로도 접할 수 있습니다. 또 제가 다녔던 중국의 대학에선 한국어 수업이 한 주에 총 30시간 정도 개설되어 있는데, 이것은 꽤 많은 시수입니다. 중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어순체계가 완전히 다른 점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띄어쓰기, 높임말, 맞춤법 등 중국어에는 없는 생소한 요소들이 많아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타이픈: 최근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SNS가 발달하고, 한류열풍으로 인해 터키에 한국이 많이 알려졌지만, 제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한국자체가 터키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자료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터키어와 한국어의 어순이 비슷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합니다. 반면 한국어와 달리 높임말이 존재하지 않고, 이런 것이 한국과 터키간의 선·후배 문화의 차이로 연결되는 것 같아 어렵습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의 매력과 어려움

사회자: 파우저 선생님께서도 외국인으로써 한국어라는 외국어를 가르치시는 입장이신데,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실 때의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파우저 교수: 한국어는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가르치기가 더 쉽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는 학생들에게 훨씬 체계적이고 쉽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개인차일 것입니다.

사회자: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끼시는 한국어, 한글의 매력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유설위: 한국어는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발달돼 있습니다. 미묘한 상황의 차이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또 색채 표현이나,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특히 발달했습니다. 그러한 표현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더욱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싶어져서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왕상우: 한글은 타자를 칠 때 빠르고 정확하게 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글이 과학적이고 언어학적으로 우수한 문자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듣긴 했으나, 직접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글의 왜 우수하고 과학적인 문자라고 하는지 깨달았고, 과학성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타이픈: 기하학적으로 매우 보기 좋은 문자입니다. 한글이란 문자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단순한 그림 같은 모양이 보기 좋고, 복잡하지 않아서 쓰고 읽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마치 0과 1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기하하적으로 만들어진 문자처럼 보입니다. 다만 무뚝뚝하고, 조금 거칠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같습니다. 또, 의문문이나 감탄문 등의 문장에서 달라지는 억양을 표현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사회자: 유설위, 왕상우 학우는 한국에 오신 외국인 유학생인데, 외국인 교수인 파우저 교수를 지도교수님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왕상우: 파우저 선생님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저희의 입장을 더욱 잘 알고 배려해주십니다. 선생님은 수업도 한국어와 영어를 반씩 섞어서 수업을 하시는데, 한국어가 그렇게 능숙하지 않은 제 입장에선 이런 수업방식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유설위: 국어교육과는 한국인을 위한 국어교육과 외국인을 위한 국어교육 과정이 세분화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배우신 파우저 선생님이, 외국인인 제가 한국어를 배우는데 더 많은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수업은 토론식입니다. 모든 학생이 의견을 말하면서, 서로 교환하고, 생각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파우저 선생님은 토론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열린 자세를 중시하십니다.

사회자: 지도학생들이 파우저 선생님의 수업의 특징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러한 방식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파우저 교수: 저는 학문을 얼마나 아느냐 보다도, 학문을 어떻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그래서 토론식 수업이 더욱 중요합니다. 외국어를 배우고 교육할 때 얼마나 알고 있느냐 에만 관심을 두면, 사고의 틀이 제한됩니다. 외국어 교육은 그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고, 깊이도 다른 학문에 비해 깊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교육과 관련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사회자: 한국에서의 공부를 마친 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양상우: 국어교육과 대학원 과정을 마친 후 중국으로 돌아가 한국어 교사나 교수와 같은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직종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구체적인 목표가 바뀔 수는 있지만, 전공인 한국어를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려고 합니다.

유설위: 저도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특이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이 생각해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판소리와 같은 한국의 전통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와 관련된 분야도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타이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의 공부를 마친 후에도 다른 외국어,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제 견문을 넓히고 싶습니다.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한국에서의 공부와 경험 또한 제 삶에서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유동현 (역사교육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