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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졸업전시회 준비 현장 D-2

2012.12.20.

미술관 속 미대생
졸업미전 D-2의 현장

서울대 졸업미전 준비를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전시 준비로 분주한 미술관 풍경

“1cm만 더 왼쪽으로 옮겨볼까”
“높이는 2cm만 낮추자. 옆 작품보다 갑자기 툭 튀어 오르는 느낌이 나니까.”

무심코 지나칠법한 ‘cm’ 단위에 민감해하며 벽에 드릴 구멍을 뚫는 이들은 바로 미술대학 석·박사 졸업생들. 지난 12월 2일 오후 서울대 MoA, 서울대 졸업미전(12.4-10)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졸업미전은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공예과, 그리고 디자인과에 걸친 미대 5개 분과 소속 학생들의 졸업 작품 단체전.

미술가에게 작품의 완성은 공간 속에 ‘어떻게 전시되는지’ 까지를 전부 포함된다. 다양한 개성이 한데 모인 단체전의 특성상 작품배치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도 흐르기 마련. 대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할까?

전시실 입구는 산뜻하고 편안한 색감의 서양화 연작이 차지 회화: 리드미컬한 색감과 이미지

동양화과와 서양화과는 의견 조율에서 ‘전시의 큰 흐름’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개별 작품의 주제의식보다는 관객의 동선과 시각적 인상을 검토하는 것이 선결과제. <전시실1> 입구부터 우울하고 무거운 그림을 걸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 눈독을 들이는 입구 첫 작품은 결국 가장 산뜻하고 편안한 색감의 서양화 연작이 차지했다.

어떤 경우엔 동일인의 작품이 멀리 떨어져 전시되기도 한다. 전시 작업을 돕던 이단씨(서양화과 석사 05)씨는 “보통 한 사람이 4-5점을 준비해서 최종 2-3점을 건다”며 “이 중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하거나 작품별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작가마다 작품들을 섞기도 합니다 졸업전은 지루해도, 또 급작스러워서도 안 되는 것을 아니까 각자 조금씩 양보하죠.”

中中弱强… 색감과 이미지의 리듬에 따라 작품을 배치하다보면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이 흐려진다. 실제로 작년에는 동·서양 회화를 분리 전시했지만, 올해는 교수들이 큰 흐름 속에 양자를 고루 배치시킬 것을 주문하셨다. 이강희씨(동양화과 석사, 10)는 “동·서양 회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현재 미술계의 특징”이라며, 본인 역시 “동양화의 전통적 재료로 실험적인 서양화풍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소의 경우 작품의 느낌을 공간으로부터 최대한 끄집어 내는 것이 목표. 천장 조명이 추가로 설치되기도 한다. 조소: 독립적 공간감의 존중

조소과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평면적인 회화와는 달리, 3차원의 조소작품은 독립적인 공간감이 중요하다. 즉, 설치가의 의도대로 작품의 느낌을 공간으로부터 최대한 끄집어내는 것이 목표. 따라서 조소과는 의견 조율에서 ‘공간을 어떻게 할당할지’를 중점으로 고려한다.

벽 위로 영상을 투사해야하는 작품은 <전시실2>의 코너 쪽으로 배치된다. 빛의 효과가 중요한 작품을 위해선 천장 조명이 추가로 설치되기도. 고가 사다리차 같은 중장비로 조명을 설치하던 김정모씨(조소과 석사 10)는 “우리에게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와 같다”며, “어두운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작품, 밝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작품 각각의 미세한 차이가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예 & 디자인: 정적인 통일감 속 은은한 개성

공예과의 전시는 조금 더 정적이다. 금속이나 자기를 재료로 삼는 공예작품은 대체로 색감이 단출할 뿐 아니라 전시 방법 역시 동일한 모양의 전시대 위에 작품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각각의 작품들은 별 이견 없이 작가별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된다.

그런데 황승욱씨(공예과 도예전공 박사 07)는 정적인 통일감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개별 작품들의 개성을 지적한다. “관객들 모두 평소 도자기에 대한 관념이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도예가들은 언제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죠. 그 지점을 읽어나가는 것이 감상의 포인트입니다.”

마찬가지로 다소 정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과의 전시는 미술성의 측면에서 타과와 차별화된다. 벽과 공간을 활용하는 순수미술과 달리, 디자인은 실용미술의 갈래로서 미적 결과물을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소개하고 펼쳐 보이는 장르.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서 김시연씨(디자인과 박사, 10)는 “순수미술적인 졸업미전의 형식을 따르기 위해 인쇄물은 밝은 공간에 포스터처럼 부착하고, 모니터 화면의 영상은 어두운 공간에 설치한다”고 전했다.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전시준비 작업

과별로 전시 양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다른 작품 세계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것이었다. 이질적인 아이디어가 한 공간에서 지혜를 짜내 조화를 이루는 모습, 어쩌면 그것이 졸업미전의 가장 큰 함의는 아닐런지.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