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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최초 수상자 황병준 동문

2012.12.20.

마음을 울리는 깊은 소리를 찾아
음향엔지니어 황병준 동문(전기공학부 87)

그래미 시상식의 한국인 최초 수상자 황병준 동문(전기공학부 87학번) 세계 최고 권위 그래미 시상식, 그 2번의 수상

문화의 철옹성 같던 빌보드 차트. 그 편견을 깨어버린 가수 싸이의 행보가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그 전부터 미국에선 한국인 뮤지션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지. 전 세계 음악인들이 꿈꾸는 무대, ‘그래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가 된 황병준 씨 (전기공학부, 87학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래미상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실력파 음악가들만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는 세계 최고 권위의 팝 시상식. 매년 음반 제작자, 기술자, 동호회원 1만 여명의 투표로 검증받은 수상자가 선정된다. 여기서 음향 엔지니어인 황병준 씨가 거머줜 상은 2개. 그는 2008년 50회 클래식부문 녹음기술상을, 2012년 54회 같은 부문 최고기술상을 수상했다.

공대 DJ에서 사운드 미러 스튜디오 우등생이 되기까지

뮤지션으로서의 빛나는 이력. 그러나 사실 그는 음악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전기공학부’ 출신이다. 늘 바쁜 전공 수업 가운데서도 짬을 내어 좋은 음악 나눠듣기를 권하던 공돌이. 결국 그는 교내 1년에 단 4명만 뽑는 음악 감상실 DJ로 선발되었다. 점심시간에도 식판을 들고 와 LP판을 틀곤 했던 그를 친구들은 음악 감상실의 죽돌이로 기억한다.

그 후, U.Penn으로 떠난 과학기술정책 박사과정. 그의 가방에는 책 대신 CD 100장이 가득했다. “이념, 시선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7개월간 고민했어요. 그리고 결국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부모님께는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고만 말씀드리고요.”

전공을 바꾼 그가 새로이 정착한 곳은 사운드 미러 스튜디오. 음향기술계의 거장 존 뉴튼이 설립한 스튜디오에 들어선 순간, 그는 다짐했다. 여기에 뼈를 묻어야겠다고. 평소 최고로 생각했던 음반이 가득했기 때문. 열정의 힘 덕분이었을까. 그는 7개월간 스튜디오의 청소를 내리 도맡았다. 점심시간에도 스케치하고 메모하며 음악을 공부했다. 얼마 후 스승은 그만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필드 레코딩의 미학: 큰 공간, 여백의 소리

레코딩 경험이 쌓이게 되면서, 그는 스튜디오를 나와 소리의 커다란 울림이 있는 열린 공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스튜디오라는 것은 약간 작고 밀폐된 공간에서 큰 공간을 흉내 내는 거예요. 장비들을 사용해서. 그런데 녹음은 달라요. 우리들이 음악을 향수하는 공연장이나 예배당처럼 큰 공간에서 녹음을 하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힘 있는 소리가 녹음되지요.”

실제로도 그는 송광사 새벽 예불을 녹음하기 위해 1년을 공을 들였다. 기존 녹음이 있다며 녹음을 한사코 거절하는 관계자들에게 2008년 그래미상 시상 음반을 틀었고, 녹음 작업이 시작됐다. 그는 오디오 장비 속에 송광사의 고요한 예불 소리를 품어왔다. 종교적 명상과 자연의 고요함이 어우러진 깊은 소리를.

도전: 국악을 안고 월드 뮤직을 향하여

음향 엔지니어로서 성공적인 입지를 다진 그에게도 여전히 평생을 건 목표가 남아 있다. 바로 국악을 담은 세계적 음반을 제작하는 것. 이미 월드뮤직을 향한 그의 첫 제작음반은 입소문을 타고 1만장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국악을 향한 꿈을 꾼다.

“우리의 국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닮았어요. 자연의 여백과 같이 아름다운 국악을 잘 녹음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곱게 포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요. 우리는 우리의 소리, 우리의 음악을 너무 모르고 있어요.”

국악의 미를 세계 속에 알리려는 그의 눈에서, 마치 어떤 소리의 울림과 같은 반짝거림이 느껴졌다. 온갖 잡음으로 귀청이 사나운 현대인들에게, 소리를 향한 그의 순수한 열정은 또 얼마나 값진 가락이 될 것인지. 이 세상 어딘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소리 한 조각이 남아있는 한, 영원히 계속될 그의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법학전문대학원 1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