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서울대사람들

[교육상 수상자 시리즈] 철학과 김남두 교수

2013.01.10.

서양 고전의 저자와의 한판 대결
서울대 교육상 수상자 김남두 교수 (철학과)

서울대 교육상 수상자 철학과 김남두 교수 '최고의 강의, 그러나 가장 어려웠던 수업 가운데 하나.' 김남두 교수의 전공 및 교양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의 공통된 강의 평가이다. 실제로 김남두 교수의 강의계획서에는 철학도서 세 권 읽기와 매주 이뤄지는 조별 발제가 명시됐다. 어려운 전공 수업과 학점 경쟁에 피해갈 만도 한데, 학생들은 왜 김남두 교수의 수업을 신청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김남두 교수만의 스타일 때문. “수업에서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책을 읽는 능력을 기를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저자에게 비판적 물음을 던져 보는 것이죠.”

실제로 ‘서양 철학의 이해’ 수업에서 수강생들은 플라톤, 루소, 데카르트의 저작을 읽고 10쪽 분량의 레포트 2편, 3쪽 분량의 레포트 2편, 그리고 6~10쪽 분량의 조별 발제문을 작성한다. 글을 쓰는 양도 많지만, 단순히 저자의 생애나 사상에 대한 단편적 지식만 열거하는 레포트가 아니다. 조별 발제문의 경우 요약은 전체 발제문의 10줄만 차지한다. 나머지 분량은 근거를 들어 저자를 비판하고, 저자의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하며, 이에 대해 재비판을 하는 것으로 채워야 한다.

“조별 활동 과정이 eTL에 올라오는데, 학생들이 헤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다가 조교와 2~3회 정도 미팅을 하고 준비 과정이 거듭될수록 학생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가죠. 또 뒤 차례의 조가 발표를 준비하면서 앞 조의 발제 내용을 검토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학생들 간에도 질문이 왔다 갔다 합니다.”

김남두 교수는 1996년 인문대학 교무부학장을 겸임하면서 핵심교양 과목의 틀을 제안했다. 고전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쓰고, 발표하고 이에 대해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철학은 철학과만 하는 게 아니라 철학 클래스에 들어오는 학생이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헌에 직접 부딪혀 저자와 직접 만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학생들이 읽고, 쓰고 하는 과목 3~4개만 듣고 졸업하면 좋겠어요.”

김 교수는 문사철(文史哲)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문교육은 원래 한 인간이 사회구성원이 되는 과정을 돌봐야 합니다. 이 점에서 역사, 철학, 문학 등의 학문은 자신과 주위의 낯익은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다름’이 가능하다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이 중등 교육과 단절되면서 학생들의 기회도 사라졌어요.”

그렇다면 오늘날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대학에서 교양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지식은 빠르게 변화하기에, 교양 교육을 통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제나 새 학기면 설레었고,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한 지난 시간은 행복했다고. 김남두 교수. “책의 내용에 근거하여 비판하고, 질문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깨지더라도 그 생각을 버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고전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단단한 쇳덩어리로 키웠으면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경험이고, 그리고 이렇게 클래스가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학교라고 믿습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정주선(외교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