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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사람들의 창업 도전기

2013.02.28.

용기 있는 사람들의 창업 도전기
청년창업사관학교 1, 2기생들의 창업이야기

좌담자
좌담자들, 왼쪽에서부터 김영진, 채수조, 권종익, 곽미나
김영진(기계항공공학부, 11학번, <MICE STAR>대표 / 웹기반 관광행사 대행)
채수조(물리학과, 82학번, <솔라엔진>대표 / 태양에너지 엔진 개발)
권종익(수의학과, 01학번, <iPet>대표 / 반려동물 건강관리 앱 제작)
곽미나(시각디자인과, 00학번, <라비또>대표 / 디자인 소품 제작·판매)

삼십 년 차이나는 82학번과 11학번이 모인 자리, 전공도 각양각색. 그러나 이들은 모두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라는 호칭이 익숙한 사회인답게 좌담 시작부터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 ‘창업’이라는 좁은 길목에서 당당히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창업, 그 다양하고 특별한 시작

채수조: 학교를 다시 찾은 것이 십여 년 만입니다. 핵물리연구소, 호서대 교수직을 거치는 긴 시간 동안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엔진 개발’이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남아 있었지요. 그래서 결국 기술 특허 후 교수직을 그만두고 2012년 5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새 꿈을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이 말리지 않았느냐고 주변에서 많이들 묻는데, 사실 박사과정 때부터 창업의 뜻을 미리 밝혀왔기 때문에 설득이 어렵진 않았습니다. 허허, 충격완화요법이랄까요?

곽미나: 저는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됐어요. 6년간 S전자 모바일사업부에 있다가 디자인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2010년 9월 영국 유학길에 올랐죠. 그런데 입학 허가를 받아놓고 런던 디자인전시회에 출품했던 토끼 모양 스마트폰 케이스가 굉장한 호평을 받았어요. 런던, 일본, 스페인 등 해외 바이어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창업의 문이 스르륵... 지금도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보면서 신기해할 때가 많아요. (웃음)

권종익: 저도 동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때문인지 졸업하자마자 제약회사에 들어갔는데 사무적이고 딱딱한 분위기가 영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애견카페를 운영했습니다. 카페를 지키고 있다 보면, 반려동물 주인들에게 보다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싶어졌어요. 결국 반려동물 건강을 위해 주치의를 연결하는 앱을 개발하게 됐죠.

김영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교육방침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였어요. 개인이 사회에 가장 크게 공헌하고, 많이 배울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으라고 하셨죠. 저는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창업이라 생각해서, 대학 1학년 때부터 교내 벤처동아리(SNUSV)에 들어가 다양한 산업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기업 행사 기획을 non-stop으로 처리하는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뜻 맞는 같은 과 친구(차원준 공동대표)와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아마 혼자였다면 과감히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겠죠?

채수조, 권종익 동문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은 <청년창업사관학교>

곽미나: 한창 휴대폰케이스 물량 주문이 늘어나 사업화를 구상하던 차에, 아는 분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소개해주셨어요. 창업을 꿈꾸는 청년 CEO들을 선발해서 1-2년 동안 창업 코칭 및 사업비 최대 1억 원을 지원하는 교육기관이고, 본인도 지원 고민 중이라고. 제가 지원한 2011년 1기 경쟁률이 10대 1이나 되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선발되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개해주신 분은 1기생들 사이에서 뵙지 못했네요.

권종익: 저도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랍니다. 그런데 선발된 과정이 곽대표님과 비슷해요. 저도 사실 제 친구가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계획서를 한 번 봐달라고 해서 알게 되었거든요. 마침 저도 반려동물 의료연계사업을 구상 중이어서 함께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 친구 대신 저만 붙어버렸지 뭡니까! 그렇지만 다행히 그 친구는 지금 좋은 곳으로 MBA를 가게 되어서 새 꿈을 잘 펼치고 있답니다. (웃음)

채수조: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로 입소할 당시 제 나이가 47세였어요. (웃음) 다른 청년들보다 스무 살이나 더 먹은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신개념 태양열 엔진 원천 특허를 보유한 덕분이었습니다. 법률 절차, 전산 교육 등 현실을 반영한 창업 실무 교육을 젊은이들과 함께하니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심신훈련 차 단체로 참여한 해병대 캠프에선 30년 전 병영 집체 훈련 생각이 나더군요.

김영진: 반대로 저와 제 친구는 스무 살 2기 막내였어요. 둘 다 휴학까지 하고 기숙시설에 입소했기에 하루하루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했어요. 웹 기반 사업을 기획하다 보니 IT 공부에 무척 열중했는데, 세무·법률·마케팅 등 문과 쪽 지식을 많이 배운 것도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이젠 기계항공학이 살짝 낯설기도 해요.

대표가 되어 체험한 ‘정글의 법칙’

권종익: 창업을 하니 인간관계를 굉장히 조심하게 돼요.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다른 회사와 일할 때 사기꾼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서로서로에게 오해를 사지 않으면서 괜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채수조: 태양 에너지 같은 기술창업 분야는 그런 불신이 더욱 심각한 것 같아요. 시장의 잠재 가치는 어마어마하지만, 기술 자체가 전문적이고 개발도 어렵다 보니 악의적이든 아니든 중간에 사기꾼이 되는 사람이 많죠. 그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김영진: 저희는 아무래도 공동창업이다 보니 서로의 역할 분담과 이익 배분에 신경을 쓰게 돼요. 조언을 주시는 많은 분들께서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각자 이해관계를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분쟁이 생긴다’고 하셨거든요. 다행히 저희는 지금 각자의 장점과 성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그것이 계속 유지되도록 서로 노력하려고 해요.

곽미나: 저는 디자인을 도용한 제품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적이 있어요. 지적재산권 등록을 하고 법적인 제재도 했지만,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낀 모조품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이는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요. 실제로 세관조치를 통해 프랑스와 미국에서 모조품을 적발하기도 했고요.

김영진, 곽미나 동문 청년 CEO의 아이디어 창고

김영진: 창업 이전과 달리 이젠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행동을 기업운영과 연결시키곤 해요. 최근에는 <호빗>을 관람했는데, 영화 속 ‘간달프’가 난쟁이, 유령 등을 호소력 있게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인상 깊더라고요. 사업상 이해관계를 연결하고 공통목표를 제시하는 리더의 역량을 본받고 싶었어요.

권종익: 저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구절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믿음이 강하고 기대가 적어야 현실이 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엄격히 균형을 맞춰야 하는 CEO가 유념해두어야 할 메시지인 것 같아요.

곽미나: 저희 회사는 1달에 1번씩 직원들끼리 단체로 갤러리 전시를 관람해요. 젊고 톡톡 튀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내부 회의에서 ‘우리끼리도 나중에 전시회를 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라비또> 디자인 시안이나 제품화 과정을 보존 자료화하기도 해요.

채수조: 저는 <Google> 회사를 통해 많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온갖 것을 다 해본다’는 마인드가 정말 본받을만한 것 같아요. 주변에 보면 대학시절 온갖 기발한 생각을 하던 특이한 친구들이 지금 대학 교수가 되어 안정적인 연구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 역시 한 때 그랬지만, 이제는 청년 CEO 동기들처럼 혁신적인 것들을 시도하고 싶습니다.

예비 CEO를 위한 창업 선배들의 조언

곽미나: 일본에 있는 유명한 라멘집에는 ‘당신도 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대요. 그 문구를 보며 열심히 일을 배운 직원 중 실제로 가게를 연 사람도 있고요. 저희 <라비또> 직원들은 물론, 아직 창업 전 단계에서 고전분투 중일 많은 분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자아실현을 꼭 이루시길 바랄게요.

채수조: 서울대생은 고리타분해서 창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어요. 왜 이런 말이 나올까 고민해봤는데, 사실 이건 서울대생들의 창의성이 부족해서 나온 말이 아니에요. 부족한 건 저돌성과 과감성이죠. 창업에 확고한 뜻과 계획이 있다면, 빙 굴러서라도 목표점에 간다는 각오로 돌진했으면 합니다.

권종익: 아무리 좋은 제품을 써도 불편할 때가 있기 마련이죠. 이때 누가 대신 불편함을 해결해주길 기다리기보다, 뭔가 완벽하진 않아도 잘못된 걸 직접 고쳐야 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어요. 적어도 이런 사람은 절대 창업의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후회가 없을 겁니다.

김영진: 창업을 하기 전에 드는 생각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거예요. 기막힌 idea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창업 자본도 두둑해야 할 것 같고...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은 굳이 창업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 최선의 준비를 하되,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스 속담 중 하나. ‘황금 옷을 원하는 자, 적어도 그 소매 자락은 얻을 것이다.’ 혁신성과 저돌성을 모두 갖춘 이들의 도전이, 삶의 값진 깨달음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덤으로 황금 소매 자락을 와락 움켜쥐는 것은 물론이고.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