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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지식의 습득과 활용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핵심

2013.03.12.

배움의 즐거움을 전하는 교수
2012 서울대 교육상 수상자 안성훈 교수(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는, 학생들의 동기부여와 흥미를 자극하는 수업을 통해 참 배움의 즐거움을 전한다. ‘제품개발’ 과목을 진행하며 시도한 ‘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학’이라는 주제는 학생들의 학구열을 자극해 지속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04년부터 제품개발 수업을 맡아왔는데, 초반에는 핸드폰 등 평범한 전자제품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한두 해 진행을 해보니 이 주제로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더 나오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 일반적인 전자제품은 이미 너무 많이 개발이 되어있고, 새로운 기술은 기업체에서 훨씬 더 잘 하고 있으니까요.”

학생들의 아이디어 개발에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떠올리다 우연히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용품을 개발하는 것.

“수업 주제와 관련해서 고민을 하던 찰나에, 해외 학회를 돌아다니며 접했던 장애인 용품이나 스포츠를 주제로 한 제품개발, 디자인 과목들이 떠올랐어요, 장애인 용품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많이 주목하지 않은 분야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여지가 더 클 거라 판단했죠. 그래서 우리 수업에 접목시켜보게 되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다. 수업의 내용은 똑같고 주제만 바꿨을 뿐인데, 학생들의 참여가 확 늘어 뿌듯했다는 안 교수. 공학을 이용해 소외된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함께 네팔에 건너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주는 봉사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바다 건너 소외된 이웃까지 찾아나서

“저희 시골에도 솔라패널 3kW짜리를 설치 해봤었는데, 전기료에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네팔 같은 곳에는 전기가 아예 안 들어오기 때문에 이 3kW짜리의 솔라패널로 300명이 풍족하게 전기를 쓸 수 있습니다. 네팔 봉사활동을 하면서, 똑같은 기술도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현저히 다를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죠. 학생들도 배운 것들이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네팔 오지 마을에 찾아가 LED전구와 태양광발전시설을 지어주는 기계항공공학부의 ‘네팔 솔라 봉사단’은 입소문을 타 날이 갈수록 참여자가 늘어가는 상황. 하지만 안교수는 지속적인 호응에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나름의 고충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여러 명의 학생을 이끌고 해외로 봉사를 가다보니 항상 걱정이 앞섭니다. 수십 명의 학생을 직접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장 봉사하는 즐거움보다 누가 아프지는 않을지, 다치지는 않을지 늘 불안하죠. 또 봉사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그래도 네팔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학생들도 즐거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바쁘지만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식의 습득과 활용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핵심

“어렸을 때부터 꿈이 발명가였어요. ‘요철 발명왕’이라는 만화를 좋아했었는데,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뚝딱뚝딱 만드는 것을 굉장히 재밌게 생각했어요. 과학, 발명 쪽에 어렸을 때부터 흥미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학자의 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학 공부를 할 때는 언제 어느 곳에 사용 될지 모르는 걸 자꾸 배운다는 생각이 들어 힘든 적이 많았다. “이렇게 공부하는 지식들이 나중에 정말 필요한 것이 맞나 싶을 때 가장 기운이 빠졌지요.”

그래서 그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항상 자신이 겪었던 이러한 고충들을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공부하는 내용들이 단기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안교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지겨웠던 공학 공부들도 언젠가는 꼭 필요한 지식들이더군요. 지식 습득도 엄연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앞일을 위해 꼭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과 공부한 내용을 직접 활용해 보는 것. 공학을 지도하는데 있어서는 이 둘의 밸런스를 잘 맞춰주는 게 중요합니다. 계속해서 문제만 풀면 지겨워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생기거든요.”

학생들이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안교수의 지도방식은 혁신통합설계연구실을 이끌 때도 계속된다.

“성공은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말을 연구하며 체감하고 있어요. 연구를 하면서 셀 수 없이 시행착오를 겪어서 한 가지를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이 흥미로운 것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재미있어하는 일을 하면 좋은 연구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연구를 지도할 때도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주제, 재미있는 주제를 최대한 해볼 수 있게 해주려고 한다는 안성훈 교수. 발명왕을 꿈꾸던 소년의 마음을 아직 잊지 않고 있기에, 학생들의 고충을 껴안는 즐거운 가르침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홍보부 학생기자
안지선(의류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