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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생각의 흐름을 바꾸는 교수

2013.03.14.

학생들 생각의 흐름을 바꾸는 교수 2012 서울대 교육상 수상자 유재준 교수(물리학과)

유재준 교수의 핵심교양강의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는 중도 포기자가 거의 없는 과목으로 유명하다. 강의, 토론, 실험으로 알차게 짜여진, 어떻게 보면 쉽지 않은 커리큘럼이지만 60명이 정원인 강의는 언제나 넘쳐나는 초안지로 80명을 꽉 채운다.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배워야 하는 것들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는 길을 스스로 찾아서 따라가는 법이에요. 자신만의 생각을 개척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책에 나온, 알고 있는 지식을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이 지식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시켜볼 줄 아는 것은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한 일이죠.”

단순한 지식의 전달보다는 진정한 배움을 중요시하는 유교수.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문과학생의 교양교육을 맡게 되었을 때 그만큼 많은 고민이 따랐다고.

“학생들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줄 수 있을지를 가장 집중적으로 고민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만을 가르치거나 수학적으로 계산을 훈련시키기보다는 과학의 요체인 과학적 사고방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 교수의 교양강의는 강의, 실험, 토론의 탄탄한 사이클로 이루어져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끝내기보다 이 지식을 통해 생각의 흐름을 바꾸어보도록 유도하는 것. 학생들이 배움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유 교수의 교양교육의 핵심이다.

“수식자체를 외우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그 수식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강의에서 배운 이론적인 내용들을 직접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반드시 스스로 해 보게 합니다. 실험을 통해서 이론을 직접 경험하고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과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론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보다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양각색의 전공을 가진 학생들에게 과학적 사고를 훈련시키며 기대하는 바도 크다.

“이렇게 생각의 폭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넓혀본 것이 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역할을 할 때에 예상치 못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또한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다른 학문의 방법론들을 조금이나마 더 가깝게 느끼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밑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을 허용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

“단기간에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나가는 것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수도 없이 겪게 되죠. 그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13년 간 학생들과 호흡해온 유재준 교수는, 실패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위축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아왔다.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하자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그런데 이 창의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창의적인 사람은 실패를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창의적인 길, 즉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갔다면 그만큼 실패할 여지도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주어진 것, 정해진 것을 잘하는 학생보다는 실패를 많이 경험한 학생을 더욱 높이 삽니다”

물리학과 교수로서 기초학문을 기피하는 현상에 관해서도 많은 고민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많은 가치들이 돈으로 환산되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자면, 기초과학은 실제로 굉장히 부가가치가 큰 학문입니다.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발견 하나는 눈덩이를 굴리듯 수많은 부가가치들을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발견 위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다른 실용학문에 비해 힘들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겠죠.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과학의 발전의 방향은 이렇듯 근본이 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유교수는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당장의 이익이 되는 진로로 몰려가는 현실이 걱정된다고.

“정말 능력이 있고,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 이런 분야에 도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능력 있는 친구들마저 리스크가 큰 분야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핵심적인 기술을 먼저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핵심기술을 먼저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그래서 당장의 이익이 나지 않는 분야라 하더라도, 수많은 실패를 겪어야 하는 분야라 하더라도 능력이 있는 친구라면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야 합니다, 또 무엇보다 이런 것들을 인정하고 권장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학생들의 참된 배움을 위해 고민하는 교양 선생님이자, 이공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물리학자이기도한 유재준 교수. 그가 생각을 바꾼 학생들이 사회로 나갈수록 현실도 달라질 것이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지선(의류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