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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사람냄새 풍기는 도예실, 손으로 빚는 24시

2013.04.25.

흙과 사람 냄새 풍기는 도예실, 손으로 빚는 24시
졸업 작품 준비부터 ‘흙으로 노는’ 교양 수업까지

서울대 학생들이 좀처럼 가볼 일이 없는 음미대생들의 전용 구역, 미완성된 조각상들과 갖가지 조소 재료들이 쌓여있는 곳 옆이 뭔가 수상쩍다. 깨진 그릇 조각들과 미완성된 도자기들이 넘쳐나는 그곳은 바로 도예과의 ‘화덕’. 도예과 전공생들의 열정을 구워내는 곳이다.

그곳을 돌아가면 보이는 52동의 210호, ‘도예 실습실’, 혹은 ‘물레실’에서는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보통의 강의실보다 조금 작은 공간은 도자기로 가득찬 선반으로 둘러싸여 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맑은 색의 도자기들을 비춘다. 특이한 점은 본래 갈색이었던 바닥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고령토(高嶺土)로 흰색에 가까워졌다는 것. 이 공간의 24시를 살펴보았다.

9:00 ~ 13:00: 도예 꿈나무들의 진지한 꿈 이야기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그 부분은 조금 더 깎아야 곡선이 더 살아나겠지.”

노트북의 타자 소리와 연필 소리가 아닌, 낯선 ‘물레 소리’가 들려오는 건 한정용 교수의 ‘물레성형1’ 시간. 디자인학부의 도예 전공 학생들의 2학년 전공 선택 시간이다. 이 곳 물레실은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들 중 ‘도자공예 전공’ 학생들의 터전이나 다름없다.

커다란 책상에 모여 앉은 학생들이 진지한 눈으로 눈앞에 놓인 도자기를 바라보면서 물레를 차고 돌릴수록 학생들 앞의 ‘예술 작품’들이 아직은 기초 단계지만 점점 그 모양새를 띠어간다. 교수는 그런 학생들을 돌아가면서 코멘트 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1:00 ~ 5:00: 서울대 학생들의 ‘흙과 친해지기’

“그게 뭐야?”
“이거? 괴물.”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있는 학생 오전 전공 수업에 비해 일반교양 시간인 박서연 강사의 ‘도예의 기초’에는 웃음이 넘친다. 1순위로 수강 신청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서울대의 ‘인기 일반교양 강좌’ 중 하나이다. ‘도예’가 생소한, 초등학교 이후에는 흙을 ‘갖고 놀아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흙을 마음껏 주물럭거릴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욱 생기가 넘친다. 학생들이 흙과 친해지는 게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초반에 학생들이 하는 활동은 본인이 만들고 싶은 다양한 형상을 흙으로 빚어보는 것이다. 때문에 52동 210호의 찬장들 위에는 흙으로 만든 위트 있는 형상들이 가득하다.

수업의 진행은 초반에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기획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교수가 조금씩 도와주면서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완성해가게 한다. 석고 몰드를 뜨고 흙물을 부어 굳혀서 만드는 ‘슬립캐스팅’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컵이나 그릇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평소에 배울 수 없는 물레 다루기를 익히면서 학생들은 점점 ‘도예’와 친숙해진다. 마지막 뒷풀이 때 물레실 바깥에 있는 화덕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마감되는데, 수업 만족도는 강의평가 사이트에서 평균적으로 7,8점을 맴돌 정도로 높다.

5:00 이후: 흙으로 빚고, 굽고, 깨는 그들만의 작업실

공에과 학생들의 작업공간 사실 도예 전공 학생들에게 ‘물레실’은 강의실, 실습실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졸업 작품을 본인이 독립적으로 완성하는 전공 특성상 평일에 수업이 끝난 저녁이나 주말에도 ‘물레실’은 작업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언제나 찬장에는 이들의 미완성 작품이 가득하다.

“본인이 원하는 작업 방향을 잡아서 교수님과 면담을 하고 졸업 전시까지 작업을 완성하죠. 과제가 주어지는 다른 과 학생들과는 달리 거의 자유 작업을 하러 이곳에 와요.” 박서희(공예과 도예전공 09)씨의 손과 물건에는 도자기 가루들을 가득 묻어 있었다. 본인이 물레로 빚은 도자기를 다듬고 있던 중이었다. “저희 과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오는 곳일 거예요. 그래서 이 곳 물레실의 설비, 환경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요. 동문회나 과 차원의 행사도 모두 이뤄지고요. 지난번 홈커밍데이 때에는 이곳에서 한 교수님이 색소폰을 불기도 하셨죠.(웃음)”

지금 이 시간에도 도예실의 물레는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찬장에는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늘어간다. 그렇게 학생들의 꿈이 빚어지고, 때로는 깨지며, 익어가는 셈이다.

홍보팀 학생기자
연혜인 (언론정보학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