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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운보다 파란 조끼 먼저 입는 의학도

2013.05.03.

하얀 가운보다 파란 조끼 먼저 입는 의학도
보라매병원 의예과 의료봉사

의예과 새내기 때부터 시작하는 의료봉사

누구나 한 번쯤은 종합병원에서 위축되기 마련이다. 복잡하고 거대한 건물구조, 북적북적한 사람들 탓에 집과 병원 입구까지의 물리적 거리보다 병원 내부 간 심리적 거리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이런 분들을 위해 보라매병원 곳곳에는 언제든 SOS요청을 기다리는 대기조가 있다. 바로 파란 조끼를 입은 서울대 의예과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친절하게 도와 드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게 된 것은 2012년부터. “의사가 되려면 환자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강대희 의과대학장의 의지에 따라 의예과 신입생 76명은 본과에 진학하기까지 2년간 60시간의 병원 봉사활동을 필수로 수행해야 한다. 봉사활동 확인증을 제출하는 타 대학 의료봉사와는 달리, 서울대는 보라매병원 소속 교수들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고 확인하는 것이 특징.

의무적으로 시작된 활동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적극적이다. 사랑관 1층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윤희철 학생(의예과, 12)은 “병원에서 직접 몸을 움직이며 교과서 밖의 현장감을 배운다”며 “예전엔 ‘의자’하면 강의실의 의자를 떠올렸는데, 이제는 휠체어가 먼저 떠오른다”고 전했다.

병동 안내부터 세발, 목욕봉사까지

의예과 학생들의 봉사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인공신실,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내시경실 등 약 20여 곳. 물론 이들이 직접 피를 뽑거나 X-ray 촬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각각의 부서에서 안내와 같이 환자들을 위한 기초적인 업무들을 담당한다. 그러나 작은 일이라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더라는 것이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

영상의학과에서 환자들의 탈의를 돕는 최낙원 학생(의예과 12)은 “프라이버시와 관계된 일이다 보니 도움을 드려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해야 하는 미묘한 순간들이 있다”며 “특히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팔을 옷에서 빼는 각도 역시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무전기를 들고 이동안내를 담당하는 이현성 학생(의예과 12)은 “환자분과 함께 이동하는 동안 어디서 오셨는지, 어디가 아프신지 등을 여쭙곤 한다”며 “환자분 표정이 밝아지는 걸 확인할 때마다 이런 대화가 이동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환자와 가장 가깝게 만나는 세발 및 목욕봉사를 담당하는 학생도 있다. 중환자실에서 세발 봉사 중인 정희재 학생(의예과 13)은 “중환자실 환자분들은 의식이 없는 경우가 있어 씻겨드리는 매 순간 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피를 뽑는 과정이 너무 힘겨웠는지 다른 쪽 손으로 담요를 꼭 쥐어 잡은 환자분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세발이 다 끝난 뒤에도 곁에 남아 손을 잡아드린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환자의 눈높이를 따라가는 의료서비스

매주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의예과 학생들

매주 병원을 찾아 발품을 팔며 환자를 돕는 학생들. 이들은 지도하는 교수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보라매병원은 시립병원이라 타 병원에선 받지 않는 의료수급권자들까지 의료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다보니 노인분들이 많아 보조 일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성실히 수행하는 어린 학생들이 참 고맙고 기특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환자의 눈높이를 따라가는 의료서비스 개선안을 건의하기도 한다. 박동녘 학생(의예과 12)은 “병원 공간 구조가 복잡한데도 환자들에게 전해지는 종이쪽지에는 갈 곳만 딱 적혀있다. 그림이나 약도가 간단히 추가된다면 좋을 것 같다”며 환자들의 동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루 100명의 환자가 오더라도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공손해야함을, 그리고 병원에선 어느 위치건 자기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야 함을 배운 학생들. 하얀 가운보다 파란 조끼를 먼저 입은 의학도들의 깨달음과 성장을 응원한다.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 (법학전문대학원 1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