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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녹두 스트리트

2013.06.05.

시계방향으로 존, 황비비, 유미코, 엘레나, 동준이
시계방향으로
존(언어교육원 4급 과정, 호주, 23살),
황비비(언어교육원 5급 과정, 홍콩, 28살),
유미코(경영대학 교환학생, 일본, 23살),
엘레나(언어교육원 연구반, 미국, 22살),
동준이(언어교육원 6급 과정, 중국 26살)

녹두거리를 빼놓고 서울대학교를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녹두거리는 서울대학교 수십 년간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정겨운 공간이다. 학생들의 하숙집과 자취방으로, 고시촌으로 변함없는 모습을 지켜온 녹두거리에 전 세계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며 수십 년간 변한 것 없다던 녹두거리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 중국, 홍콩, 일본, 호주 등 북반구에서 남반구까지 먼 길을 찾아 녹두거리까지 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녹두거리의 새로운 가족들

엘레나(미국):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왔고, 지금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약학대학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어요. 녹두거리에서는 8개월째 살고 있답니다. 저도 그렇지만, 녹두거리에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서울대학교에서 녹두거리의 원룸을 외국인학생들을 위한 외부 기숙사로 제공하고 있거든요. 제가 녹두거리에 처음 살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죠.

동준이(중국): 저는 중국에서 병원에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어 공부를 위해 서울대학교에 왔어요. 엘레나 씨와 같이 녹두거리에 있는 서울대학교 외국인 기숙사에서 살면서 첫 자취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녹두거리의 편리함 때문에 최대 9개월까지 지낼 수 있는 외국인 기숙사에서 나와 서 지금은 조금 더 저렴한 방을 구해서 지내고 있 답니다.

엘레나(언어교육원 연구반, 미국, 22살) 황비비(홍콩): 저는 홍콩에서 웹디자인일을 하다가 동준이씨와 같이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어 공부라는 꿈을 가지고 한국에 왔습니다. 작년 5월에 왔으니까 거의 1년차 녹두거리 주민이네요. 학교 내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하다가도 고향의 음식이 그리워져 집에 가서 음식을 해먹을 때가 종종 있는데요, 녹두거리의 어떤 가게, 어떤 시장에 가야지 내가 필요한 재료를 살 수 있는지 다 알고 있답니다. 작은 동네 같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곳이에요.

유미코(일본): 저는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유미코에요. 작년 2학기를 다니고, 이번 1학기까지 해서 1년 동안 경영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대학가가 있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드는 곳이 이 녹두거리지요. 사소한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녹두거리에는 PC방, 당구장, DVD방 이런 것들이 정말 많아요. 서울대입구역에서는 학교까지 걸어오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녹두거리만큼 대학가라는 느낌은 안 들어요.

존(호주): 제가 가장 더운 곳에서 왔네요. 호주에서 왔습니다. 일본, 중국, 홍콩에서 오신 분들과 다르게 저는 녹두거리 같은 분위기 처음이에요! 아직 막걸리 집 같은 좌식식당에서는 제대로 앉지도 못하거든요.

밤에 위험한 거리? 삼겹살과 소주가 즐거운 거리

유미코(일본): 학교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제가 녹두거리에 산다는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놀라는 눈치에요. “여자인데 녹두에서 혼자서 자취를 한다고?”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녹두가 그렇게 위험한 동네인가요? 저는 오히려 녹두거리에는 항상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 마치고 돌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서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존(호주): 녹두에 막걸리 집이 많아요. 제가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리에 앉는게 불편하지만 밤에 자주 막걸리 마시러 간답니다. 한국 인기 가요 중에 ‘막걸리나’ 라고 있지 않나요? 밤에 녹두 거리에 가게들마다 서로 손님을 끌어 모으려고 잔뜩 홍보물도 나누어주고 하다보면 거리도 지저분해지고 지나치다 싶다는 느낌도 들지만, 나름대로 활기가 넘치는 느낌도 들어요!

존(언어교육원 4급 과정, 호주, 23살) 엘레나(미국): 저도 동감해요.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자취를 해보니 자취 나름의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특히 녹두거리는 새벽까지 사람이 많고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가 많아서 정말 활기차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요.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또 녹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녹두의 회식문화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 먹고 고기 먹는 것 말이에요. 미국에도 파티문화가 있지만 회식문화랑은 많이 달라요.
음.. 정확히 뭐가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에는 삼겹살과 소주가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지요! 그런데 회식 끝나고 가는 노래방은 저랑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독서실과 노래방이 함께 있는 동네

황비비(홍콩): 엘레나 씨, 노래방이 싫다고요? 저렴한 노래방은 제가 녹두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랍니다. 언어 교환 친구들이랑 녹두거리의 맛집과 술집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고 당연히 마지막 코스는 노래방이지요. 저 너무 노는 이미지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녹두 노래방은 정말 저렴하고, 한번 들어가면 다음 손님이 오기 전까지 계속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거든요. 저는 한국의 모든 노래방이 이런 시스템인줄 알았어요. 제가 땅값 비싸다는 홍콩에서 왔는데 녹두거리는 방 값 빼고는 다 저렴한 것 같아요.

존(홍콩): 맞아요, 사실 녹두거리에서 노래방만 저렴한 것은 아니에요. 녹두거리의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커피 한잔 값보다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거든요. 붕어빵이랑 호떡 먹어봤어요?
근데 신기한 점이 사람들이 ‘녹두거리’를 ‘고시촌’이라고 불러요.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 이렇게 술집, 밥집, 노래방이 많아도 되는 거예요?

동준이(중국):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처음에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고시촌’이라는 것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중국에도 고시제도가 있는데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는 없거든요. 고시공부를 돕는 학원은 있어도 집에서 학원을 다니지 학원과 고시생들의 집이 모여 있는 동네는 전 세계에 녹두거리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미코(일본): 녹두거리에 독서실이 참 많지요. 일본에서는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이 좁은 방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 그리고 서울대학교 학생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독서실만큼이나 많은 노래방, PC방, 술집을 보면서 의아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같이 수업 듣는 친구들이랑 조별 과제를 하다가 과제가 잘 안 풀리는 거에요. 과제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시간만 가는데 조원 중 한명이 녹두거리로 가자고 해서 녹두거리에 와서 술을 마셨어요. 그러다가 다시 과제 생각이 나서 술을 마시고 과제를 마무리했답니다. 힘든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다들 이곳에서 애환을 풀고 또다시 힘을 얻어서 공부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황비비(언어교육원 5급 과정, 홍콩, 28살), 동준이(언어교육원 6급 과정, 중국 26살)

녹두에서 다시 세계로

유미코(경영대학 교환학생, 일본, 23살) 유미코(일본): 저는 이번학기를 마지막으로 1년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어를 배워놓은 것이 저에게 큰 자산이 되리라고 믿고 있어요.

존(호주): 제 전 제 전공이 수학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호주 정부에서 한국어 교육을 장려해서 장학금을 받고 한국어 공부를 하러왔어요. 한국어 실력이 취직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엘레나(미국): 저는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서 생물학 공부를 계속 할 예정이에요. 어머니께서 한국인이셔서 한국어, 한국 문화 공부는 계속 하게 될 것 같고요.

동준이(중국): 저는 계속 한국어 공부를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다가 한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해요.

황비비(홍콩): 홍콩에서는 웹 디자인 일을 했었는데 한국에 와서 꿈이 바뀌었어요. 돌아가서는 한국어 선생님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요?(웃음)

홍보팀 학생기자
오상록 (경영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