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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2013.06.21.

빗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빗물연구전문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

한무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

빗물 통한 홍익인간 철학 실천

“비 오면 드는 생각이요? ‘오늘도 하늘에서 돈 떨어지는데, 아깝다’ 이런 기분이지요.”

그냥 흘려보내는 빗물이 아까운 남자, 빗물연구전문가 한무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 교수, 57세)를 만나는 날은 신기하게도 비가 내렸다. 그에게 빗물은 가뭄해소, 홍수방지, 도시녹화 및 지구온난화 방지에 전 방위적으로 활용 가능한 미래자원이다. ‘빗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철학은 그가 빗물활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고.

빗물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결과물은 과거 건국대 야구장 부지에 들어선 스타시티 주상복합건물. “건물 한 층을 다 파서 1천 평짜리 빗물 저장조 3개(홍수방지용, 건물조경용, 비상용)을 만들었어요. 이러면 세대 당 공용 수도 요금은 한 달에 100원밖에 안 나오고, 근처 화재진압 등에 용수를 언제든 공급할 수 있지요. 게다가 수돗물 끌어올리는 전기를 절약해서 온실가스도 줄입니다. 이것이 나, 너, 세계를 이롭게 하는 실천 아닐까요?”

2008년 국제물학회지는 그가 설계한 스타시티의 빗물시설을 ‘세계적인 미래형 물 관리 모델’이라며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다. 그 공로로 한 교수는 2010년 국제물학회(IWA)의 창의프로젝트(PIA) 상과 대한민국 국가녹색기술대상을 받았다. 그는 또한 현재 서울대 35동 옥상정원을 기반으로 빗물활용 캠퍼스 옥상녹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하수도 물보다 깨끗한 빗물

그와 빗물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한 교수는 서울대 토목공학과 73학번으로 입학하던 때를 떠올린다. “그때는 입학식 이후 학과 신입생 전원이 캠퍼스에 나무를 심으러 갔어요. 도림천에 멱 감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릇파릇한 자연을 보고 있으니 막연하긴 하지만 환경과 사람의 어울림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현대건설에서 중동 이라크 하수도 공사작업에 참여했다. 녹화공간의 아름다움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환경이 언제나 완벽한 조건 속에서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더군요. 건조한 이라크에서 일하면서도 늘 불균형한 강수가 문제되는 한국을 고민했어요. 자연의 변덕 속에 친환경 수자원 기술이 창조적으로 발달할 가능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후 그는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환경공학 박사과정을 거치며 상하수도 수자원 관리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한국 교수직으로 돌아와 물 관리 방안을 모색하던 그의 관심은 점차 하늘의 빗물로 옮겨졌다. “산성비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야 해요. 상태 심각한 오물도 정화해서 활용하는데, 상하수도 물보다 깨끗한 빗물을 활용 못할 리 없잖아요.”

하늘에서 시작되는 과학의 한류(韓流)

그와 빗물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서울대 토목공학과 73학번으로 입학하던 때였다. 최근 빗물학회 정책토론회에서 한 교수는 생산적이고(Productive), 지속가능하며(Sustainable), 혁신적인(Innovative) ‘한국형 PSI식 빗물관리’를 주장했다. “지역사회와 국가차원의 빗물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단독건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전체에 반영된 고도의 빗물관리인 것이죠. 해외에서도 아직까지는 이런 거시적 차원의 빗물활용이 주장된 바 없습니다. 가수 PSY를 잇는 한류(韓流)가 과학 분야에서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겉만 번지르르한 프로젝트로 그치지 않기 위해 한 교수는 관련 데이터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한다. “과학이론은 구체적인 수치로 뒷받침되어야만 유의미해요. 이를 위해 35동 옥상정원에 축적되는 데이터로 온도저감 효과, 저류효용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결과물을 인터넷에 공개합니다. 캠퍼스 전체로, 도시로 연구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첫걸음이지요.”

대중적인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아직은 생소한 빗물관리 분야의 홍보를 위해 강연, 기고, 저서집필, 인터뷰 등을 마다 않고 나서다보면 지치는 순간도 있기 마련. 그런 그에게 힘이 되는 것은 빗물연구센터의 연구원들이다. “단군신화에서 이름을 딴 ‘우사(雨師)학회’ 학생들은 친환경 기술에 대한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열정적이에요. 외국인 유학생들도 있는데 이들이 세계로 흩어져 수자원을 관리할 생각을 하면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빗물을 통해 역사와 전통, 개인과 사회, 전 지구를 연결하려는 한 교수의 사회적 실천이야말로 한국 과학계에 내리는 단비가 아닐까.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 (법학전문대학원 1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