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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한국인 철학자

2013.06.24.

서양 철학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한국인 철학자
로저스상 수상, 철학과 이석재 교수

예일대에서 박사학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10년간 교편을 잡다 모교 철학과로 돌아온 이 교수

동양의 철학자, 서양 철학을 말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 철학계의 낭보가 전해졌다. 영국철학사학회가 영국철학사학술지의 최우수 논문상인 로저스(Rogers)상의 수상자로 철학과 이석재 교수가 선정된 것. 로저스상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영국철학사학술지에 출판된 한 해의 논문 중 가장 우수한 논문에 대해 수여되는 상으로, 철학사 분야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이 교수는 관념론 철학자 조지 버클리의 이론 ‘영혼의 활동성 문제‘에 대한 기존의 철학자들의 해석을 비판하고 특히 ’신체의 자유의지‘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석해 주목받았다.

영국철학사학술지의 최우수 논문상인 로저스(Rogers)상 수상 “저는 동양 사람이지만, 우리 안에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들이 모두 들어있지요. 오히려 제가 동양 사람이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주제들을 좀 더 근원적이고 새로운 시각에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는 것 같습니다.”

동양인으로 서양철학을 연구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이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10년간 교편을 잡다 모교 철학과로 돌아온 이 교수는 서양철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한국이라는 공간이 오히려 서양 철학을 연구하는데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논문을 쓴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는데 7년이 걸렸어요. 철학사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정도 걸린다고들 하지만 4, 5년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잖아요?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논문에서 아주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상심해서 몇 달을 앓아 누었어요.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전문학자로의 첫발이 되는 학위 논문을 대충 쓴다는 것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논문으로 최대의 걸작을 내놓겠다는 지나친 부담은 갖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연구와 논문으로 고민하는 후배 대학원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교수의 조언.

교육은 철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

이교수는 철학 교육을 좀 더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개편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이석재 교수는 연구만큼이나 강의와 학생 지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철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학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있지 않다. 인간이 당면하게 되는 다양한 철학적인 문제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할 수 있는 비판적이면서도 반성적인 사유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철학 교육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철학자들이 생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오늘날 듣고 있으면 누구나 웃을 수밖에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지요. 하지만 철학에서는 과거의 이론들을 틀렸다고 하지 않아요. 여러 가지 철학적 문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있고, 그 입장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이 철학의 본질입니다. 과거에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학자들이 그랬듯이 교육자의 역할은 학생들이 사유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좋은 철학의 교육자가 되기 위해서 그는 대학 교양 철학 교육을 좀 더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개편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것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학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위기의 진단과 해결책

이 교수는 한국 사회와 인문학의 애증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살면서 풍요로운 삶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인문학에서 제기하는 문제와 사유들이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인문학 관련 강연에 참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자제가 인문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면 반대하는 가정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고한 가치들은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이루고 나서야 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시기에 인문학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고치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것이 제 역할 중 하나입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오상록 (경영대학 09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