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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교육에서 배우는 교육으로, 스티븐 코슬린 교수 특강

2022.07.14.

잠들기 전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며 떠올린 것들은 하루의 그 순간 당신이 나중에 기억하리라고 다짐한 것일까? 실제로 그렇게 다짐한 것은 떠올린 것들의 5~10%에 불과하다. 우리는 기억하려고 노력한 것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지식의 대부분이 활용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대로 학습하고 있는 걸까? 지난 6월 27일, 사범대학은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알려진 미네르바 대학의 최고학술책임자(CAO)였던 스티븐 코슬린(Stephen Kosslyn) 교수를 모시고 ‘능동적 학습’의 과학적 원리에 대한 특강을 열었다. 스티븐 코슬린 교수는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30여 년 간 교수로 있으면서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을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화한 사람이다. 이후 스탠포드대와 미네르바대를 거치면서 능동적 학습 시스템을 구상 및 실험했던 그는 현재 일반 성인들로 그 적용대상을 더 넓혀 파운더리칼리지와 주식회사 Active Learning Science를 운영하고 있다.

능동적 학습이란 무엇인가

사범대학 12동 401호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은 코슬린 교수가 수십 년을 연구한 능동적 학습의 정의와 효과, 적용 방법 등이 소개됐다. 능동적 학습이란 학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나 기술을 사용하는 학습이다. 전통적인 강의가 정보 습득을 그저 ‘하는’ 방식의 학습이라면, 능동적 학습은 습득한 정보를 ‘사용하는’ 학습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코슬린 교수는 우선 학습의 과학적인 원리를 활용한 능동적 학습의 주된 방법들을 다섯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심층 처리(deep processing) ▲고의적 연습 ▲이중 코드화가 있다. 심층 처리는 정보를 얻을 때 더 많은 지능적 처리가 들어가면, 해당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어진 단어를 분류해야 할 때, 우리는 모양에 따라 분류한 단어보다 생물인지 무생물인지에 따라 분류한 단어들을 더 많이 외운다. 더 많은 지능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층 처리를 강의에서 활용한 사례로는 학생이 수업에서 자신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집중하도록 하는 패널 토론과 같은 방법을 들 수 있다.

고의적 연습은 가장 어려운 부분에 집중할 때 학습이 강화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못하는 것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새로운 언어나 운동을 배울 때 튜터나 코치의 도움을 받는 것, 혹은 동료의 피드백을 구하는 것 모두 좋은 방법이다.

습득한 정보를 기억에 저장하는 것을 코드화(coding)라고 한다. 이중 코드화는 정보를 두 가지의 다른 유형으로 저장해 기억에 잘 남도록 하는 방법이다. 단어를 외울 때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이 더 잘 외워지는 이유다. 이때 앞서의 심층 처리를 응용할 수도 있다. 단어를 소리 내 읽는 것보다는 더 많은 지각이 쓰이게끔 시각적 이미지를 함께 떠올릴 때 암기는 더 잘 될 수 있다.

미네르바대 초대 학장을 지낸 스티븐 코슬린 교수의 특강
미네르바대 초대 학장을 지낸 스티븐 코슬린 교수의 특강

여기까지가 주어진 지식을 잘 집중해서 받아들이는 단계라면 다음은 적절한 지능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토막내기 ▲결합하기가 그것이다. 토막내기는 무질서하게 나열된 정보를 여러 토막으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더 많이 습득할 수 있다는 원리에서 기인한다. 코슬린 교수는 이 방법으로 실제로 1초에 한 글자씩 불러주는 숫자를 79개나 외운 실험 참여자가 있었다고 말하며, 효과적인 강의를 위해 교수자는 학습자가 한 번에 네 토막 이상의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하게 결합하기는 새 정보를 기존 정보와의 연결을 통해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때 기존 정보란 공간과 같은 학습 환경도 포함된다. 코슬린 교수는 전과 같은 상황에서 새 지식을 학습한 학습자가 환경을 바꾼 학습자보다 기억력이 좋았던 한 실험을 소개하며, 시험을 칠 때 같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스티븐 코슬린 교수 강연을 안내하는 포스터
스티븐 코슬린 교수 강연을 안내하는 포스터

서울대가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려면

1시간의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고등교육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 것 같느냐는 질문에 코슬린 교수는 “아직도 대부분의 학부들은 자신들이 배워왔듯 강의자의 말을 받아 적고 암기해 시험을 치는 강의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teaching)’에서 ‘학습(learning)’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의보다는 연구 중심으로 성과가 매겨지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효과적인 강의에 대한 동기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코슬린 교수는 “첫째로, 대학이 자체적으로 외부 워크숍 등을 진행해 강의자가 학습법에 대한 ‘능동적 학습’을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 더 어려운 일이지만 성과 제도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단지 학생들이 좋아하는 강의자가 아니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강의자가 필요하다. 진정한 학생중점교육은 학생들이 실제로 학습을 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30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은 능동적 교육의 실제 적용에 대한 교수들과 학생들의 우려와 관심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사범대학은 해외 석학을 초청해 다양한 교육정책 및 방법론을 모색하는 특강을 이번으로 4회째 개최하고 있다. 서울대 구성원들의 사전 참가를 받았던 이번 오프라인 강연의 영상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강도희 시니어기자
국어국문학과
nico797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