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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며 배우다, 서울대 거주형 대학 LnL

2023.06.20.

서울대는 올해부터 거주형 대학(Resident College; 이하 RC) 시범사업인 ‘LnL’을 시작했다. LnL은 ‘Living and Learning’의 약자로, 생활과 교육을 통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원자 1,000여 명 중 추첨을 통해 뽑은 신입생 248명과 면접을 통해 선발한 재학생과 대학원생 조교 39명 등 총 300여 명의 인원이 LnL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13개의 반으로 나뉘어 활동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일의 가치를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LnL이 시범 운영되고 있는 관악사 906동
LnL이 시범 운영되고 있는 관악사 906동

함께 규칙을 만들어가는 서울대학교 거주형 대학 LnL

RC는 여러 대학에서 도입한 방식이지만, 서울대는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차별성을 뒀다. 서울대의 타 기숙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은 선제적인 기숙사 운영 규칙을 가지고 있다. 함께 생활하는데 필요한 규칙들이겠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LnL은 폭력이나 절도에 대한 조치와 같은 상식적인 차원의 규칙 외에는 ‘대토론의 밤’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자체적으로 규칙을 정하는 등 스스로 합의점을 찾아 나간다. 학생들이 갈등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여 바람직한 공동체란 무엇인지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LnL 시범사업운영단 김경미 전담 교수는 “이기주의가 아닌 공동체적 가치를 탐구하기 위해, 함께 살아가며 여러 가지 갈등을 해결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동체적 가치와 자율적인 탐구 방법을 배우다

LnL에서 생활(living)뿐 아니라 그 가운데서의 배움(learning)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1학기에는 LnL 관악모둠강좌를, 그리고 2학기에는 LnL 학생자율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 1학기에 이루어지는 관악모둠강좌는 명사의 강연을 듣고 반 구성원들과 강연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공동체적인 가치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지난 5월 17일(수)에는 정은경 전(前) 질병관리청장의 초청 강연이 진행됐다. ‘팬데믹과 K방역’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우리 사회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많은 문제를 남긴 코로나19와 공동체에 대해 다시금 숙고해 보게 했다. 정 전 청장은 “이전의 감염병 경험이 있었기에 초기 대응을 잘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의 기저에 있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일어난 갖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교육 격차나 개인 대 사회의 가치관 충돌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기후변화’, ‘공동체 사유하기’, ‘대학에서의 경험’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이뤄져 학생들이 공동체적 가치에 대해 다방면에서 사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관악모둠강좌’로 열린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강연(5월 17일)
‘관악모둠강좌’로 열린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강연(5월 17일)

관악모둠강좌가 이미 선정된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면, 2학기의 학생자율세미나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 탐구해 나간다. 김 전담교수는 LnL 학생자율세미나의 의의에 대해 “각자의 전문분야를 아울러 함께 논의하고 토론해 학술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은 융합 인재 양성에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주제를 받은 결과, 연극 연출하기, 일본어/일본문화 탐구하기, 주식을 통해 경제 이해하기, 공동체적 필요에 주목한 소프트웨어 앱 개발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세미나가 개설되었다. 특히 ‘효율적 한국어 학습을 위한 매체 활용 교육탐구 및 적용’ 세미나는 학생들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관해 직접 탐구해 보고, 이 과정에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등의 영상자료를 교육매체로 다룬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세미나의 발전을 위해 지도 교수나 전담 조교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며, 최종 연구보고서를 만들어간다. 김 전담교수는 “기존에도 신입생 세미나가 있었지만, 이렇게 신입생이 직접 주체가 되어 탐구 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이끌어 가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지원 학생(교육학과. 23)은 “학교 활동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양한 학과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며 “수업이 아니더라도 같이 놀거나 과제를 할 수 있는 점이 좋다”라고 LnL에 참여하고 있는 소감을 전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셈이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의 친구를 만나 공동체적 가치를 탐구한다는 LnL의 목표는 향후 대학교육의 혁신에 분명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에 맞춰 열심히 나아갈 LnL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서울대 학생기자
한규빈(국어교육과)
hana071004@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