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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과 함께 발전하는 돌봄 시스템, 〈디지털 기술과 돌봄〉 기획세미나

2023.08.24.

어린이와 환자, 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약자를 부양하는 일을 돌봄 노동이라 일컫는다.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는 점차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급속도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보육,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돌봄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CTMS)는 디지털 기술과 돌봄의 관계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는 〈디지털 기술과 돌봄〉 기획세미나를 개최해 돌봄 노동의 실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유했다.

돌봄에 적용되는 디지털 기술을 다각도에서 이해하는 기회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비전으로 하는 국제대학원 국제학연구소 산하의 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이하 ‘CTMS’)는 국제이주, 돌봄, 성 평등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시민사회 및 정부와 다양한 협력 활동을 하는 연구기관이다. 동시에 정부 복지와 돌봄 경제, 이주 노동자 등 여러 주제의 기획 및 초청 세미나를 열어 토론의 장을 열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과 돌봄’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돌봄 서비스의 결합으로 파생되는 결과와 이점 등에 대해 학계 및 현장 전문가의 이야기가 오갔다. CTMS는 초저출생・초고속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적합한 돌봄 시스템을 함께 모색하고자 이번 시리즈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돌봄 수혜자의 시선에 국한하지 않고 돌봄 제공자에게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살펴보며 균형 잡힌 시각을 공유했다.

〈디지털 기술과 돌봄〉 세미나 시리즈 포스터
〈디지털 기술과 돌봄〉 세미나 시리즈 포스터

4월부터 7월까지 월 1회 총 4차례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산업계, 의료계, 사회 과학계, 그리고 현장에서의 디지털 돌봄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세 차례의 강연은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를 바탕으로 조성한 디지털 안전보건문화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디지털 헬스케어의 사회적 가치 ▲가사노동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인구 통계학적 분석과 자동화가 가사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디지털 기술과 돌봄〉 기획세미나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대상 모두에게 열려 있어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관련 주제를 다루는 연구원이나 다른 학교의 학생 등 외부 구성원도 다수 참여했다. 강연은 사전 신청을 받은 후 온라인 줌으로 진행돼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했다.

디지털 기술 효용 극대화의 첫 단추, 돌봄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지난 7월 20일(목)에는 ‘현장의 시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최경숙 연사가 이번 기획세미나의 마지막 강연을 진행했다. 돌봄 노동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번 강연에서는 노인 돌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현재 정부는 AI 산업화에 방점을 두며 사물인터넷(IoT)이나 반려로봇 등 돌봄 현장에서의 디지털 기술 도입을 구상하고 있어, 정부 산하의 기관에서 여러 기술 및 제품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최 센터장은 “누구나 나이가 드는 게 두렵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화두를 던지며 돌봄 현장에서의 디지털 기술 관련 정책과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배변량에 따라 색의 진하기가 변하는 스마트기저귀는 한 개인에게만 신경을 쏟기 어려운 돌봄 환경에서 필요한 이에게 즉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디지털 응급 안전 안심서비스는 언제나 119 구급대, 경찰서 등과 연결돼 있어 노인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반려로봇 언택트 케어나 노인자립 생활을 위한 AI 서비스도 있다. 이러한 스마트 기술의 확대는 돌봄 제공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낙상 방지를 위해 낮게 제작된 수동 침대에 비해 자동화된 전동침대는 노동자의 육체노동 강도를 크게 낮춰준다. 디지털 기술은 돌봄 현장에 있는 이들의 생활과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최경숙 센터장이 강연의 개괄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최경숙 센터장이 강연의 개괄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 역시 남아있다. 비용 부담과 안전 및 효용의 검증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지만 스마트 기술이 오히려 돌봄 노동자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져야 하므로 기존의 육체적 부담에 더해 노동자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관련 교육 제공과 추가 인력 배치 등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 바탕에는 돌봄 제공 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이라는 과제가 깔려있다. 현재 노인 돌봄 현장은 고령의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고 요양보호자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대비 실제 종사자의 비율이 24%에 채 못 미치는 등 극심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최 센터장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안전한 돌봄 환경을 조성하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라며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앞서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현장의 시선을 전했다. 또 노동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며 현장 요구 및 평가가 높은 디지털 기술을 우선 적용해 현장에서의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은 강연자와 청중 모두가 질문과 답변, 소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는 토의의 장이 됐다. 최 센터장은 “돌봄은 대인 서비스인 만큼 개별 맞춤 서비스를 구축해야 하는데 디지털 기술은 아직 이 부분이 실현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보완할 점을 언급했다. 또 자본의 관점에서만 고려되는 디지털 기술에는 우려를 표했다. 기술 개발의 목적이 정말 필요해서인지, 혹은 기업의 이윤 창출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기관별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격차를 해소할 방법에 관한 질문에 최 센터장은 “꼭 필요하거나 매우 편리한 기술이라면 정부 지원 등의 방법을 통해 보편적인 서비스로 제공돼야 한다”라며 앞으로 이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이번 〈디지털 기술과 돌봄〉 기획세미나는 디지털 기술이 돌봄에 적용되는 실황을 공유하며 신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고할 기회를 줬다. 또,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돌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주요하게 짚었다. 돌봄 제공자와 수혜자의 시선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고민할 때 신기술이 가져올 편리함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편, CTMS는 하반기에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가사 근로자 시범사업 도입에 따른 이주 돌봄 노동자에 관한 강연을 포함해 국제이주와 관련한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돌봄과 포용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CTMS의 학술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양한 구성원과 해당 주제를 논의해보길 추천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