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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이야기 속에 녹아든 각국 언어의 아름다움, 인문대 원어연극제

2023.10.31.

매년 가을학기가 시작되면 인문소극장(14동)에서 특별한 연극제가 열린다. 인문대 어문계열의 모든 극회가 참여하는 원어연극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에도 인문대 소속 8개 극회가 원어연극제에 참여해 각 나라의 원어로 연극을 선보였다. 배우와 연출로 참가한 학생들은 원어로 이야기를 전달하며 각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은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낯선 언어를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었다.

모든 어문계열이 함께 만들어가는 ‘원어연극제’라는 축제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원어연극제는 다양한 언어의 희곡을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난 1997년에 시작됐다. 8월 29일(화)부터 9월 23일(토)까지 열린 이번 연극제에는 인문대의 8개 극회(▲독문극회 eS ▲영문극회 BDG ▲불문극회 떼아뜨르 빵타스티끄 ▲국문극회 국연 ▲서문극회 빠라이소 ▲중문극회 화양연화 ▲노문극회 에르떼수스 ▲일문극회 관악 로켓단)가 참여했다. 초기 원어연극제는 3개의 극회(▲독문 ▲불문 ▲영문)로 시작했지만 이후 점점 규모가 커져 인문대 내 모든 어문계열이 합류했고, 2016년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의 일문극회가 참여하게 되면서 지금은 총 8개의 극회가 참여하는 행사가 됐다. 올해는 총기획 이승일 학생(인문계열·23)과 홍시영 학생(통계학과·22)을 필두로 연출, 기획, 연기 등 200여 명의 학생이 공연을 준비했고 연극제 동안 총 1,400여 명의 관람객이 모였다. 이번 연극제에는 서문극회 빠라이소의 ‘이해관계’, 일문극회 관악로켓단의 ‘비와 고양이와 몇 가지 거짓말’ 등 다채롭고 흥미로운 연극이 상연됐다.

2023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원어연극제 안내 포스터
2023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원어연극제 안내 포스터

연 1회 열리는 연극제는 여러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진행된다. 인문대에서는 연극 준비에 필요한 지원금을 지원하고 언어교육원과 어문계열의 각 학과, 대사관에서도 필요 물품과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진행과 준비는 학생들의 손으로 이뤄진다. 8개의 극회가 함께 연극제를 준비하는 만큼 연극제를 꾸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유기적인 소통이다. 같은 인문소극장에서 연달아 공연이 이뤄지는 연극제의 특성상 공연 준비나 진행 과정에서 다른 극회의 도움을 받는 일도 빈번하다. 한마디로 원어연극제는 인문대 내의 모든 어문계열이 참여하는 축제인 셈이다.

원어연극제가 다른 연극제와 뚜렷이 비교되는 특색은 모든 연극이 원어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해당 언어를 모르는 관객을 위해서 공연 뒤쪽 화면에 한국어 자막을 띄우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낯선 언어로 진행되는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한국어를 벗어난 이국의 체험을 하게끔 한다. 한국어로 번역 및 각색된 공연이 아닌 본래의 극을 경험하며 그 나라의 문화를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여러 나라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의상이나 시대·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극을 연출할 수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극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원어연극제의 큰 장점이다.

중문극회의 ‘붉은 장미 흰 장미’ 공연 사진
중문극회의 ‘붉은 장미 흰 장미’ 공연 사진

생소한 언어 속에서 넓어지는 이해와 안목

원어연극제는 4월 말부터 준비를 시작하는데, 8개 극회가 모여 연출진을 꾸리고 예산을 정한 이후 각 극회가 희곡을 선정하고 무대 장비를 마련한다. 본격적인 연극 준비는 여름 방학을 이용한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막이 제공되는 만큼 실제 배우의 연기와 자막의 전환 속도를 맞추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올해 연극제는 개막 전 인문대 학생회와 함께 자하연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행사를 알렸고, 8월 29일(화) 노문극회의 ‘장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

관람객들이 일문극회의 ’비와 고양이와 몇 가지의 거짓말’ 공연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관람객들이 일문극회의 ’비와 고양이와 몇 가지의 거짓말’ 공연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중문극회 소속으로 ‘붉은 장미 흰 장미’에 참가한 윤소영 학생(국어국문학과·22)은 작년 원어연극제 공연에 감명받아 처음으로 연극제에 참여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차이펑 역을 맡은 윤소영 학생은 지금까지도 대사를 잊지 못했다며 연극에 그치지 않고 학문 프로그램에 참여해 ‘붉은 장미 흰 장미’와 관련한 주제로 보고서를 쓸 예정이라 밝혔다. 그는 잘하지 못했던 생소한 언어로 연기를 하게 된 이번 경험이 매우 뜻깊었다며 극회 이름인 화양연화에 빗대어 “말 그대로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라고 이번 연극제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영문극회 공동연출로 참여해 ‘미국의 천사들’의 무대와 조명을 맡은 이찬범 학생(영어영문학과·18)은 원어연극제에 벌써 네 번째 참여했다. 이번 연극은 4시간의 러닝타임을 지녀 지금까지 원어연극제에서 이뤄진 연극 중 최장 시간을 자랑했다. 이찬범 학생은 리허설 과정에서 조명 설치에 큰 문제가 있었던 점을 회상하면서 어려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연극을 준비한 단원들에게 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원어연극제를 “연극의 재미를 알게 해준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하는 한편 이번 연극에 대해서도 “연출로서 관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어서 성공적이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독문극회의 ‘물리학자들’ 공연 사진
독문극회의 ‘물리학자들’ 공연 사진

공연에 참여한 학생들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이번 연극제는 큰 울림을 줬다. 작년에 이어 원어연극제를 관람한 김민지 학생(언어학과·22)은 국문극회의 ‘북어 대가리’를 보며 “익히 알던 대본의 극화된 모습을 통해 피상적으로 이해하던 주제의식을 체감하고 대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함께 감상한 불문극회의 ‘아내들의 학교’에 대해서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발음과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의상을 인상 깊었던 점으로 짚었다. 그는 “각 언어와 문화권을 애정하는 마음이 담긴 극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더 많은 학생이 연극을 감상할 수 있도록 원어연극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언어와 연극 감상, 두 가지를 모두 좋아한다는 장한 학생(언어학과·23)은 연극제가 진행되는 한 달여 동안 자유롭게 선택해 공연을 관람하는 원어연극제의 진행방식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불문극회 공연의 섬세한 연출을 인상 깊은 점으로 꼽았다. 관객의 시선이 배우 하나하나에 집중될 수 있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배우들에겐 적절한 지점에 숨을 고르며 극을 진행하도록 한 연출의 덕으로 “불어임을 망각할 만큼 극에 집중했었다”라는 감상을 전했다. 서문극회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적절한 소품의 활용으로 “문학작품 속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해준 무대미술과 뛰어난 각색 실력에도 감탄했다. 장한 학생은 내년에 일문극회를 비롯해 더 다양한 극회의 공연을 감상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원어연극제는 단순히 여러 나라의 원어로 된 연극을 상연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관객에게 그 나라 문화권의 특색까지 이해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 달간 이어진 이번 원어연극제는 참여 학생과 관객 모두에게 신선한 재미와 추억을 선사했다. 매년 가을의 시작과 함께 원어연극제가 열리는 만큼, 내년에도 새롭게 극단에 참여한 학생들에 의해 다양한 희곡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또한 원어연극제는 매년 진행된 연극의 영상을 아카이빙해 미관람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올해 원어연극제의 사진과 영상은 각각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어연극제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com/@user-mz6vs6do5u?si=YkwAjYnjamSapGB4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