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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발전과 화합을 위하여, ‘2023 스웨덴-대한민국 노벨 메모리얼 프로그램’

2023.12.19.

지난 11월 22일(수), ‘2023 스웨덴-대한민국 노벨 메모리얼 프로그램’이 문화관 중강당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본 행사는 스웨덴과 한국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당해의 노벨상을 기념하고 논의하는 플랫폼이다. 양국의 고등교육과 과학의 증진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심포지엄에서는 과학, 경제, 문학에 대한 강연과 토론이 이뤄졌다. 본교와 주한스웨덴대사관의 공동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한·영 양방향 동시통역이 제공됐다.

행사는 음악대학 학생들의 축하 공연으로 신선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대금, 피리, 장구, 꽹과리 등 국악기의 멋스러운 소리로 한국과 스웨덴의 전통 가락을 연주했다. 이어서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대사의 개회사가 진행됐다. 그는 “스웨덴 출신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20여년 전 시작된 노벨상은 우수한 학문의 상징으로 공고히 자리잡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처럼 여러 도전 과제에 당면한 시대일수록 연구자들의 전세계적 결속을 소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스웨덴과 한국의 지적 연대와 협력이 향후에도 풍성하게 이어지길 기원했다.

노벨 메모리얼 프로그램이 개최된 서울대학교 문화관(좌), 음악대학 학생들의 국악 공연(우)
노벨 메모리얼 프로그램이 개최된 서울대학교 문화관(좌), 음악대학 학생들의 국악 공연(우)

과학 세션, 지혜의 축적으로 기술 변혁을 꿈꾸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생리의학상, 화학상, 물리학상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선정된 과학자들의 업적에 관한 세션은 얀 굴릭쓴 교수(스웨덴왕립공과대학교)의 사회로 진행됐다. 생리의학 분야 발표에서 장선주 교수(단국대학교)는 mRNA 백신에 혁신을 가져온 커리코·와이즈먼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두 연구자는 뉴클레오사이드* 변형을 통해 인체가 외부 mRNA에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했고, 해당 기술은 코로나 백신 개발에도 빠르게응용됐다. 장 교수는 “기초과학이 오늘내일 안에 결과를 내지는 않지만, 언젠가 인류에 도움을 주고 국가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했다.

물리학 강연에서는 안느 리제 비오띠 교수(룬드대학교), 박규환 교수(고려대학교)가 아토초(attosecond, 100경분의 1초) 과학을 설명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아고스티니·크러우스·륄리에는 아토초 단위로 짧은 빛의 펄스를 생성함으로써, 전자의 활동을 탐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연구를 확장하기 위해 물리학계가 이어가야 할 노력과 차세대 전자기기에의 응용 가능성이 언급됐다. 화학 부문의 강연에서는 박정원 교수(화학생물공학부)가 바웬디·브루스·예키모프의 양자점(quantum dot, 초미세 반도체 입자) 연구를 소개했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발광 성질이 달라지는 나노 물질은 이론을 넘어 성공적으로 합성·활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구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에서 비롯된 과학적 혁신의 또 다른 본보기로,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그 결실이 인정받았다.

물리학 세션에서 발표하는 비오띠 교수(좌), 과학 세션 연사 단체사진(우)
물리학 세션에서 발표하는 비오띠 교수(좌), 과학 세션 연사 단체사진(우)

경제·문학 세션, 정의롭고 인간다운 삶을 성찰하다

노벨상에는 본래 경제학 부문이 없었지만,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의 기부로 노벨추모경제학상이 제정됐다. 김대일 교수(경제학부)의 진행으로 올해 경제학상의 주인공인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에 관한 발표가 이뤄졌다. 크리스토퍼 에드링 교수(룬드대학교)에 따르면, 골딘은 여성이 경제·노동 관련 지표에서 누락되는 문제와 동일 직종에서 임금 차별을 겪는 문제에 지대한 열정을 쏟았다. 황지수 교수(자유전공학부)는 골딘의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Career and Family)을 소개하며 근현대 역사의 흐름에 따라 각 세대 여성의 생애가 어떻게 분석됐는지 설명했다. 황 교수는 “부모가 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제약이 성별 소득 격차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점을 한국의 현실에 대입해, “근로와 양육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김종숙 위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국내의 다수 사업장에서 휴직 제도가 원활하게 활용되지 못함을 지적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도 직결됨을 강조했다.

경제학 부문 패널 토론(좌), 문학 세션에서 강연하는 홍재웅 교수(우)
경제학 부문 패널 토론(좌), 문학 세션에서 강연하는 홍재웅 교수(우)

마지막으로 문학 세션이 이어졌다.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는 창의적인 희곡과 산문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한 공로로 2023년 노벨문학상에 선정됐다. 후아니따 벨레스 올리베라 교수(우메오대학교)는 포세가 작품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침묵’에 주목했고, 홍재웅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는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작가의 이상주의적 면모를 소개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심오한 언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욘 포세의 글이 전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홍 교수는 “포세의 작품이 첫인상은 낯설지만,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하고 실존적 고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한국 독자들이 쉽게 매료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민음사 이정화 차장은 “해외 작품을 수입할 때마다 원전 고유의 문학성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라며 한국 독자들이 해외 문학을 자연스럽게 접하기 위해서는 번역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대학과 기관의 청중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2023년 노벨상 수상자들과 강렬한 만남을 갖고, 사회와 미래에 변화를 일으킬 학문의 방향과 태도를 깊이 성찰했다. 특히 여러 국가와 분야를 아우르는 대화의 자리로서, 다채로운 영감이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웨덴-대한민국 노벨 메모리엄 프로그램은 내년에도 노벨상 수상자 공개 이후에 개최될 예정이다. 노벨 정신을 따라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학업과 연구의 자리에서 힘쓰는 모두를 위한 공감과 격려의 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 RNA 분자를 구성하는 요소로, 인체가 다양한 mRNA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양상과 관련이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최하영(언어학과)
haronge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