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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라로의 유학, 나에겐 운명 같은 선택

2007.06.13.

왼쪽부터 사이먼 맥퀸, 데보라 크랩트리, 다니엘 리, 한선이, 에밀리 타카야마

한국 사람들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한국어를 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다른 미국인들처럼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한국으로의 유학을 결정했다.

한국행을 택한 첫 번째 목표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나는 한국인인 어머니와 대화할 때 한국어를 쓴다. 하지만 정식으로 한국어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나 다른 한국 가족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면 늘 자신이 없고 수줍어했다. 어머니가 젊은 나이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하셨듯이, 그런 어머니에 대한 존경을 담아 나도 역시 어머니 나라 언어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결정이었지만, 어머니의 나라에서 공부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운명처럼 느껴진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어렸을 때 10년 동안 한국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곳 생활에 적응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생활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나를 외국인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다른 한국 혼혈인들에 비해서 좀더 미국인처럼 보이기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나에게 한국인 어머니가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하고 완전히 외국인으로 대하곤 한다. 한국에서 나는 스스로를 외국인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이미 내 삶의 반 정도를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좀 더 편안함을 느낄 때도 있다.

일 년 전 서울대학교에 왔을 때, 나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몰랐다. 미국을 떠나 사랑하는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에 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기회는 나에게 축복이었다. 국제대학원에서 나는 한국 친구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그들과 만나면서 수업이나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조모임을 함께 하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소중한 우정을 만들었다. 이 곳에서 보낼 남은 시간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나중에 한국을 떠날 때, 어머니 나라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갈 것이다.

사진=왼쪽부터 사이먼 맥퀸, 데보라 크랩트리, 다니엘 리, 한선이, 에밀리 타카야마

데보라 크랩트리
국제대학원 국제협력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