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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의 ‘위험에 처한 한국’

2008.04.05.

울리히 벡 교수, 엘리자베스 벡 게른하임 교수

울리히 벡ㆍ엘리자베스 벡 게른하임 초청 특강

‘위험 사회’ 논의로 유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독일 뮌헨대,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과 ‘사랑은 지독한 혼란’이란 저서로 국내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여성과 가족 사회학의 권위자 엘리자베스 벡 게른하임(독일 에어랑켄-뉘렌베르크대 교수)이 각각 3월 31일과 4월 1일 서울대학교 문화관과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공개 강연을 가졌다.

플래시 세례 속에 등장한 울리히 벡 교수는 세계적인 명강을 부탁한 한상진 교수의 소개에 재치있게 화답하며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하지만 곧 ‘위험 사회’ 개념에 대한 재정의로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자 문화관 중강당을 가득 메운 5백여 청중들도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는 지구적 위험의 특성으로 탈지역화, 계산불가능성, 배상불가능성을 들고 위험이 실재화된 상징적인 사례로서 9ㆍ11 사태를 제시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해서 숭례문 화재 및 태안 기름유출 사고, 이천 냉동창고 화재 등도 서로 다른 기관 사이에 만연한 불신과 책임회피 등 사회 체계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며 “압축적인 근대화 속에 담긴 위험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위험의 예견이라는 측면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전쟁의 폐허 속에서 번영을 이룩했고 분단을 겪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독일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독일은 통일을 과소평가해 높은 실업률과 경제침체 등 수많은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며 “독일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세계화된 위험 사회에서의 갈등은 환경, 금융, 테러 등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국가와 같은 세계시민적 형태, 즉 국가ㆍNGOㆍ초국가적 제도ㆍ다국적 기업 등의 전지구적인 연결망 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위험에 처한 세계: 비판 이론의 새로운 과제’란 제목의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튿날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벡 교수 특강은 250석 강의실을 가득 채운 채 진행되었다. ‘사랑과 가족에 대한 성찰’로 명명된 강의에서 그녀는 산업화와 개인주의화가 가족의 형태 변화에 미친 영향을 시대별로 비교하고, 특히 최근의 세계화와 극단적 개인주의화가 야기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적시했다. 아울러 이혼과 재혼 등으로 나타난 가족 형태의 분화가 반드시 가족의 해체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혼돈이 일상화되는 속에서도 개별화된 계획과 시나리오의 실현 시도가 오히려 가족의 재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양일 강연에 모두 참석했던 박상욱씨(지리학과 4학년)는 저명한 두 사회학자의 열강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벡 부부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로의 강연을 맨 앞자리에서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모두들 분주하지만 서울대학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명사들의 특강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심영희(한양대), 조한혜정(연세대), 조형(이화여대) 교수 등도 이날 강연장을 찾았다.

울리히 벡 교수의 강의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소장 정진성) 초청으로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하는 서남초청강좌의 열일곱번째 강좌로 마련되었고, 엘리자베스 교수는 서울대와 한양대학교의 여성연구소 공동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남은 기간 전문가 워크샵과 공개포럼에서 각각의 주제에 관한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2008. 4. 2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