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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끈 늘어난 학생들, 주범은 무거운 전공 책?

2008.05.06.

가방 끈 늘어난 학생들, 주범은 무거운 전공 책?

낑낑 대며 책가방을 매고 다니던 고등학생 시절, 우리는 드라마나 시트콤에 등장하는 대학생들의 여유롭고 우아한 생활에 감탄해 마지않았다. 숄더백을 가볍게 걸치고 멋진 전공 책을 한 손에 들고 유유히 걷는 여학생이나 원서를 넘기며 생각에 잠긴 채 성큼성큼 걷는 남학생...

그러나 실상은 어떠할까? 멋져 보이는 원서를 들기는 했는데 이게 한두 권이 아니다. 게다가 한 손으로 들고 다니려니 팔에 쥐가 날 참이다. 가방에 넣어 볼까 했지만 웬만한 가방엔 들어가지도 않는 크기의 책이 많을 뿐더러 넣었다고 해도 무거워서 가방이 상하기 십상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을 ‘가방끈이 길다’고 하는 것, 정말로 책 때문에 가방끈이 늘어나서 그렇게 부른 게 아닐까? 대체 어떤 전공 책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과의 특성에 따라 전공 책 역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 지금부터 캠퍼스에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가방 속을 들여다보자.

○ 영어영문학과
영어영문학과 전공 책한 눈에 영문과생을 구별해 내는 방법? 있다. 바로 Norton Anthology를 들었는가, 들지 않았는가를 통해서이다. Norton Anthology는 시대별로 중요한 문학 작품들과 그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수록, 편집한 책으로 전기 영문학과 후기 영문학 두 개로 나누어 1편과 2편이 있다.

영문과생들은 Norton책 특유의 무게와 크기, 그리고 두통을 유발하는 내용 등의 특징을 잡아 ‘벽돌’이란 별명으로 전공 책을 부르곤 한다. 그들은 4년 내내 그들의 ‘벽돌’ 두개를 애지중지 들고 다니는데, 보통 1-2 수업에서만 다루고 마는 다른 과의 전공 도서와는 다르게, 영문과의 ‘벽돌’은 4년 내내 거의 대부분의 수업에서 꼼꼼히 다뤄지기 때문이다.

‘벽돌’은 영문과생의 4년 동안의 공부가 고스란히 담겨져 더없이 소중한 평생 자료가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Norton Anthology 책장 밑의 손때가 학생의 영문학 지식수준을 드러내는 지표와도 같다는 점이다. 영문과생들 중에는 더러 일부러 손때를 묻히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 법대
법대 전공 책사실 무겁고 어려워 보이는 전공 책 하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법대이다. 수많은 판례들과 법학 지식을 흡수해야 하는 법학도들에게 그 전공책의 두께와 양은 거의 고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법대의 특징은 유난히도 많은 전공 책을 사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각각의 전공 책들은 가볍고 편리한 크기인 것도 아니며, 내용이 읽기 수월한 것도 아니다. 한자와 한글이 반반 섞인 전공 책을 읽다 보면 이게 조선시대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것인지, 법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법대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필요한 전공 책이 대략 30권이라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전공 도서의 권당 가격 또한 모양새답게 평균 4만원을 호가한다. 여기에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수십 권의 책을 더 사야 하므로 4년 동안 만만치 않은 책값을 각오해야 한다. 가방끈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허리까지 휘게 만드는 전공 책인 것이다

○ 외교학과
외교학과 전공 책외교학과 학생들은 전공 책을 사러 서점에 가는 일이 거의 드물다. 대부분 과 사무실에 들러 2만 원가량의 돈을 내고 제본 책을 받아온다. 외교학과 학생들은 국제정치이론과 사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봐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이 유명한 논문을 읽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제본 책들은 교수님이 선별해 놓은 권장 논문 모음집이다.

‘논문 모음집이 두꺼우면 얼마나 두껍겠어’라고 생각하면 금물! 제본된 논문 모음집의 두께는 전화번호부를 능가한다. 무게와 크기뿐이 아니다. 일단 책을 펼쳐보면 빽빽하게 축소 복사된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온갖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빽빽한 영어를 보려니 눈이 아프고 머리 또한 아플 수밖에 없다. 한 과목 당 일주일에 수십 페이지 되는 논문을 대강 5개 정도씩 읽어야 하는데, 그래도 밤을 새서 일주일에 할당된 논문을 읽은 후에는 뿌듯함을 맛볼 수 있다.

○ 기계항공공학부
기계항공공학부 제도 용지기계과에도 특이한 전공 책(?)이 있다. 기계공학도들은 2학년이 되면 ‘기계 제도’라는 수업을 듣는데, 이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꼭 들고 다녀야 하는 전공 책은 바로 제도 용지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미술 시간 이후로 준비물을 챙겨본 기억이 없는 대부분의 타과 생들이 보기엔 기계공학도들의 이 특이한 전공 준비물은 참 신기하다.

기계 제도 과목을 들을 때면 모두들 피폐해진 얼굴과 희미해진 시력으로 도서관에 앉아 꼼꼼히 컴퍼스를 돌리게 된다. 기계과 학생들은 제도 용지와 세트로 컴퍼스, 삼각자, 0.7, 0.5, 0.3 샤프 하나씩 등을 들고 다니는데, 이 중 샤프심의 세밀함이 제도 과목의 핵심이라고 한다. 교수님이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느 과보다도 가벼운 전공 책 ‘제도 용지’. 그러나 제도용지를 들고 다니는 기계공학도의 마음은 그 어떤 과의 전공 책을 대하는 것보다도 무겁다.

○ 전기공학부
전기공학부 전공 책여러 개의 전공 도서가 있지만, 그 중 전공 필수 과목으로 3학년에 들어야 하는 ‘전자 회로’ 수업의 전공 책이 가장 악명 높다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은 Microelectronic Circuits. 그 두께와 크기, 가격 면에서 거의 모든 전공 책을 제압한다.

반도체 기호들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 전공 책에선 난생 처음 보는 반도체 기호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처음엔 굉장한 멀미에 시달릴 수 있다. 물론 익숙해진 후에는 반도체 기호들을 대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제일 처음 이 기호들을 접하도록 하는 도서이기 때문에 1, 2학년들에겐 공포의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두 학기에 걸쳐서 배워야 하는 ‘전자회로 1’과 ‘전자회로 2’의 교재로 전기과 3학년이라면 1년 동안 보듬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의도적으로라도 정을 붙여야 365일이 편할 수 있는 것이다.

○ 농생대
농생대 프린트물농생대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파워포인트이다. 농생대의 전공 도서 중 가장 악명 높은 것은 바로 교수님께서 나눠주시는 프린트물인데, 이 프린트 물은 파워포인트 자료이거나 어떤 논문에 관한 것 이다. 학생들은 수업 전 eTL에 들어가 프린트 아웃을 해야 수업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다. 물론 교재가 따로 있는 수업도 있지만 교재 보다는 프린트물 위주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농생대 학생은 교재가 아닌 프린트물 위주로 진행하는 수업이 많기 때문에 그 엄청난 분량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관하기가 어렵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반면 중요한 부분을 교수님께서 핸드아웃을 통해 짚어주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데에는 적합하다는 학생도 있었다. 농생대 학생들에게 나누어지는 각 전공의 핸드아웃 양은 정말 여느 전공 책 두께 못지않다. 책상에 쌓여 있는 전공 핸드아웃을 과목별로 나누어 학기 말에 한권씩의 책으로 만들어 보관해보는 것은 어떨까?

2008. 5. 6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송첫눈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