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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교양수업, 태권도에서 누드 소묘까지

2008.05.23.

예체능 교양수업, 태권도에서 누드 소묘까지

서울대 학생들은 필수 과목 수강신청을 마치고 1학점을 남겨두었을 때, 비로소 거대한 ‘종합대학’에 다니고 있음을 실감한다.
1학점 강좌는 예술 체육 분야의 다양한 실습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체육 분야에는 테니스, 수영 등 대중적인 스포츠 외에도 양궁, 골프, 한국무용 등의 수업을 개설되어 일반 학생들이 고교시절에 배우지 못한 다양한 운동을 접할 수 있다.
또한 미술대학에서는 수채화, 동양화, 도예 등의 수업을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따로 개설하여, 실습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도예의 기초
문양을 스케치하는 학생들도자기를 빚어서 완성하는 것까지를 배우는 ‘도예의 기초’는 가장 먼저 마감되는 미술교양 수업 중에 하나다. 실습실에는 학생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물레를 돌리거나 그림을 새겨 넣으며, 2주 뒤에 있을 초벌구이에 들어갈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찰흙을 만져본 이래 처음으로 도예작업을 시작한 학생들이지만 자기 작품을 완성하려는 자세는 자못 진지했다. 남다른 부지런함으로 한학기만에 ‘다기세트’를 완성해 버린 사회복지학과 강사랑 학생은 뿌듯한 마음으로 표면 다듬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아침 1교시에 시작해 4시간 동안 계속되는 강의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는 그는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 시절에는 미술에 재능을 보이다가도 학업 때문에 중단한 경우가 많다.”며, “이번 수업을 통해 잊고 있던 기쁨을 다시 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든 학생들이 자기만의 작품 하나를 만들어 가는 것을 수업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기본을 가르치고 난 후에는 자신의 것을 창작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성석진 교수 강의의 인기 비결이다.

한국무용의 이해
소고춤을 추는 학생들흰 소복을 입고 고아한 자세로 살풀이 춤을 추는 것은 아무리 한국인이라고 해도 쉽게 배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체육교육과에서는 일반 학생들도 한국무용의 ‘맛’을 볼 수 있도록 교양수업을 개설해 전통 춤사위를 가르치고 있다.
한복을 입고 정좌한 학생들 앞에서, 이미화 교수가 리드미컬한 장구장단에 맞추어 소고춤 시범을 보였다.
“한국사람이라면 오래 배우지 않아도 금방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리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 춤은 누구나 출 수 있는 것이에요.”
이교수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소고를 들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보일 듯 말 듯 어깨를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요란해진 장단에 맞춰 실습실을 뛰어 돌아다니는, 정(靜)과 동(動)이 다섯 차례 반복되고 나면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한 사위가 끝났다. 누가 해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한국 춤사위임을 보여주는 수업이었다.

수묵화의 기초
태나무 그리기를 배우고 있다서양화 위주로 구성된 우리 교육에서 동양화를 배우기란 쉽지 않다. 수묵화의 기초에서는 붓을 잡는 방법에서부터 난, 대나무를 치는 사군자까지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은 두 달 동안 난초 그리기를 마스터하고 대나무 그리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한 획으로 날렵한 대나무 이파리를 그려내기 위해 화선지 가득 낙서 같은 대나무 잎을 그리고 또 그리고 하였다.
왜 모든 수강생들이 똑같이 대나무만 그리느냐는 외국인 수강생의 악의 없는 질문에 박민희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빛과 원근감을 통한 사물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는 서양화와는 달리 동양화에서는 사물에 담긴 근본적인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 미술이고, 똑같은 대나무를 그린다고 해도, 거기에 어떤 정신을 투영하느냐에 따라서 그림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채화의 기초
수채화 수업모든 학생들이 이젤을 세워두고 채색에 몰두하고 있는 수채화 실습실에서는 미술대학 전공수업 작품으로 착각할 만큼 수준 높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완성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뽑은 인물을 선정해 수채화로 표현하고 있었다. 박주욱 교수는 강의 대신, 학생 한 명 한 명의 작품을 면밀히 보면서 개성을 칭찬하고 테크닉을 가르치고 있었다.
“서울대에 이렇게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많은 줄 몰랐다.”고 말하는 언론정보학과 오수연 학생은 “공부에만 열중했던 서울대 학생이라면 예술교양을 수강해서 ‘충격’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묘의 기초
여자 누드모델을 그리는 학생중간고사가 끝난 후 찾은 소묘 수업에서는 놀랍게도 누드소묘 실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의실 한 가운데에 독특한 포즈를 취한 여자 누드모델을 스무 명의 수강생들이 각자의 각도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목탄 스케치 뿐 아니라, 꼴라쥬, 수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체를 표현해 각각의 그림이 마치 다른 모델을 표현한 것 같았다.
강의를 맡은 이광호 교수는 소묘를 배우고 나면 사물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소묘의 교육효과를 평했다. 미술대학 관계자는 “비전공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우려가 있었지만, 학생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해서 소묘의 기초 수업을 3개나 개설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태권도
앞차기를 연습중인 학생들태권도 수업은 서양에서 온 외국인 교환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수업 중에 하나다. 땀내새가 물씬 풍기는 태권도장을 찾았을 때, 서동일 교수의 강의실에는 키 큰 스위스 학생 두 명이 발차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술에 취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태권도는 항상 배워보고 싶었어요. 다리를 쭉 뻗어 올리는 게 정말 힘드네요.”
스위스 제네바 국제대학원에서 온 교환학생인 크리스찬 밍은 거울을 보며 다리를 곧게 뻗어 내 차는 ‘앞차기’를 반복하면서 힘찬 구령을 내질렀다. 서동일 교수는 다리를 직접 만져주면서, 유창한 영어로 훈련을 반복시켰다.
수업을 듣는 이현우(인문계열) 학생은 외국인 학생들이 태권도를 열심히 배우는 것을 보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매 학기 약 200개의 예술체육 교양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신규 과목을 개설하여 강좌를 다양화하고 있다.

2008. 05. 23
서울대학교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