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양다리에는 성역이 없다? 이색 복수전공자들

2008.06.24.

양다리에는 성역이 없다?

'Carpe Diem'의 이색 복수전공자들

지난 5월 14일, 언어교육원 45주년 기념 국제스피치대회의 제2외국어 부문 은상은 러시아어로 나선 류혁수씨(전기공학부 4학년)에게 돌아갔다. 인문계 전공자들의 독식이 예상되던 외국어 말하기 경연에서 영어도 아닌 제2외국어, 그것도 공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러시아어 출전자의 상위권 입상은 참석자들은 물론 대회 관계자들도 놀라게 했다. 정작 류씨는 “복수 전공의 힘”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평소 공부하던 러시아어의 작문과 말하기 연습을 위해 출전했는데, 뜻밖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2009년 입학생부터 복수전공의 의무화가 논의될 만큼 이제 복수전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만큼 많은 학생들이 두 가지 이상의 전공을 공부하고 있다. 사회대생의 절반 가까이가 경제학을 복수 전공 중이고, 경영학 복수 전공 신청을 위해서는 평점 3.5가 넘어야 하며, 법대전공 수업은 복수 전공자를 위한 정원을 따로 설정해야 할 정도이다. 한때 ‘양학사(兩學士)’로 불리며 졸업생들끼리 돌려 보던 ‘전공이 두 개 쓰인 졸업장’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류혁수씨처럼 고등학교부터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넘나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부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세분화ㆍ전문화된 각 학과의 특성상 전혀 다른 두 전공을 이수하는 것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외교학을 제2의 전공으로 선택한 박진경씨(기악과)는 국제관계와 세계화에 관심이 많던 차에 종합대학에 다닌다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 견문을 넓히려고 시작했지만 수업 내용이 예상했던 바와 달라서 혼란을 겪었다. 최수정씨(물리학과)도 영어영문학과에서 개설한 핵심교양 강의를 듣고 영어영문학과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수업 내용보다는 단과대학과 학과별로 다른 전공 학점 이수 규정과 내규 때문에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다. 특히 최씨는 학과 내규 변경 이후 첫 타 단대 복수 전공자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욱 컸다.

하지만 이들 복수 전공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박진경씨는 “지금 아니면 언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외교학과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한다. 최수정씨의 경우에는 원래 전공인 물리학 공부의 동기 부여가 약해질 때 영문학 전공을 시작, 두 학문 모두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깨닫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전공 정도로 생각했다가 복수 전공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는 이야기다.

적지 않은 복수 전공자들은 절실하게 원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필요와 졸업 이후의 진로 때문에 두 배의 시간과 네 배의 노력을 들여 복수 전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대에서 인문대로 찾아오고 음대와 사회대를 넘나드는 이색 복수 전공자들에게 소속 단과대학과 인문ㆍ자연ㆍ예체능계의 구별은 무의미할 뿐이다. 일생에서 몇 년 되지 않는 대학생활을 즐기기 위한 행복한 ‘두 집 살림’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복수 전공 관련 규정이 체계화되고, 전공 시간표에 융통성이 가미된다면 훨씬 다양한 ‘양다리’ 학생들을 캠퍼스에서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08. 6. 24
서울대학교 홍보부
에디터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