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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억분의 1의 세계를 움직이는 과학자들

2010.07.08.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나 분자를 자유롭게 조작하면서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학자들이 있다. 천만분의 1미터 이하의 극미세 세계에서 반도체를 만들고, 암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하는 서울대의 나노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현택환 교수가 나노기술로 개발한 조명기로 촬영한 뇌사진(오른쪽)이 기존의 MRI사진(왼쪽)보다 훨씬 선명하다현택환 중견석좌교수(화학공학부)는 나노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태양열 전지를 개발하는 것은 20년이 넘은 인간의 꿈이지만, 전해질의 재료로 쓰이는 소재가 없어 만들지 못하고 있다. 나노 단위에서는 물질을 조작해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노 기술이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현 교수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나노결정을 핵 형성과정에서부터 효율적으로 도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해 '네이처 머티어리얼'지에 게재했다.(2009) 현 교수는 또한 암세포의 영상화와 약물전달이 동시에 가능한 나노입자를 제조해, 암치료와 진단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기존에 건강한 세포에까지 침투해 부작용을 일으키던 항암제 대신, 나노 입자를 인체에 투입해 암 조직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7월의 과학자로 선정한 장정식 교수 (화학생물공학부)도 나노 기술을 생명공학에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역상 마아키르이머전이라는 나노 공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전도성이 뛰어난 독특한 나노구조체를 만들었다. 장 교수는 이 구조체로 인간은 감지할 수 없는 분자 단위의 냄새를 감지하는 '바이오 전자코'를 개발해 내었다.

김호영 교수는 지름 0.003 밀리미터의 도자기를 만드는데 성공해, 나노기술로 삼차원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김호영 교수 (기계항공공학부)도 일렉트로 스피닝이라 불리는 새로운 나노 기술을 개발했다. 자기장 안에서 나노단위의 가닥을 뽑아내 반대편 극으로 보내 주면 나노 가닥들이 그 끝에서 실타래처럼 감기게 만드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해 나노 가닥이 한겹 한겹 쌓인 모양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자기(0.0002 밀리미터 크기)를 만들었다. 김 교수는 관련 논문을 지난 5월 ‘나노 레터스’ 에 발표했고, ‘네이처’ 6월호에서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소개하였다.

나노 입자를 이용하면 “솜털 같은 무게로 강철의 10배에 달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나노 입자를 다른 복합체와 섞으면 강도가 증가해서 현존하는 물질 중에 가장 기계적으로 우수한 소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임지순 석좌교수 (물리천문학부)는 1912년의 타이타닉호도 나노기술이 있었으면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빙산과 충돌해 배에 생긴 구멍이 1.2평방미터였는데, 강철보다 강도가 뛰어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나노소재로 제조했다면 배가 가라 앉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임 교수는 도체인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다발로 포개 놓으면 반도체의 성질을 갖는 것을 발견해 '네이처'(1996), '사이언스'(2000)에 발표하였다. 나노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1만배 이상 효율적이면서도 소비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반도체 혁명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그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수소를 저장가능한 고체로 만들어 상용 에너지로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박윤 교수 (물리천문학부) 팀은 2008년 탄소나노튜브와 금속 박막을 결합시킨 나노박막으로부터 고주파 마이크로 역학 진동기를 만들어냈다.

박영우 교수 (물리천문학부)는 플라스틱이 나노 단위에서는 다른 성질을 띠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주목을 받았다. 박 교수는 전기가 통하는 폴리아세텔린 (플라스틱의 일종)의 나노 섬유 한 가닥에 자력을 가했을 때 높은 전기장 하에서 자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기존의 필름 형태의 플라스틱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지만, 나노 섬유 상태에서만 자기저항이 0이 되었다. 박영우 교수의 발견을 통해, 자기부상열차나 자기 메모리 디스크가 과도한 전류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이 곧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박 교수의 발견은 영국 왕립학회에서 발간하는 Chemical Society Reviews (2009년 연구영향력 20)에 발표되었다.

나노 기술이 주목받은 것은 최근의 십 수년이지만, 그 훨씬 전부터 나노 과학은 자연 속에 존재해 왔다. 권성훈 교수 (전기컴퓨터공학부)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자연의 색을 구현하는 잉크를 개발해 ‘네이처 포토닉스’에 발표했다. 원래 자연의 화려한 색상은 나노 단위의 구조에서 자성과 빛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기존의 잉크 염료는 이러한 자연의 원리와 무관하게 색을 배합할 뿐이다. 권 교수가 개발한 잉크는 자성 나노 입자와 광 경화 물질을 혼합해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색이 나타나도록 한 것으로, 인쇄 후에도 색상을 바꿀 수 있다.

홍승훈 교수 (물리천문학부)는 광학현미경으로 보기 어려운 나노 수준의 작은 물질구조를 광학적으로 관찰하는 데 필요한 '나노프리즘'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신소재분야의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지에 게재했다.

최석봉 교수 (물리천문학부)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물과 얼음이 공존하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2차원과 1차원이 공존하는 영역이 자연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교수 팀은 메모리 등 저장장치에 이용되는 나노소자의 폭을 점점 줄여 선의 형태로 만들 때, 평면과 선의 특성이 공존하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석봉 교수의 연구는 차원의 변환 현상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로 인정받아 지난해 네이처 지에 게재되었다.

나노 전문가들은 나노 과학 연구를 위해서는 기존의 물리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생물학 등의 학문들을 횡적으로 연결하는 학제간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10. 7. 8.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