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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고 '자치'하라

2010.08.31.

공유하고 차지하라,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 초청강연 사진

- 공유(公有)를 위한 자치(自治)를 강의하는 자리에 이례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
- 서울대 학생들 관심사 변해 - 국내 정치에는 무관심, 기후변화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는 민감
- 중앙정부에 맞서기 보다는 공동의 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져

8월 26일 서울대 박물관은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 초청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유명한 ‘거물’이 등장해도 웬만해선 발걸음하지 않는 서울대 학생들이 방학 중임에도 많은 수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인간이 '경제 본능'이나 국가권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합리적으로 공동자원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비주류 경제학자이다.

인간들에게 무엇이든 “함께 쓰라”고 하면 마구 쓰고 훼손해 버려 ‘공유의 비극’을 낳는다는 것이 1968년에 나온 생물학자의 주장이었다. 이런 인간 본능 때문에 자원은 누군가 사유(私有)하거나, 국가권력이 통제해야만 한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오스트롬 박사는 이 오래된 ‘상식’을 깨트린 연구로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공유의 비극을 너머’라는 저서에서 그녀는 인간 공동체가 합리성을 발휘하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계의 사례를 통해 증명해 내었다.

오스트롬 박사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네팔 원주민들이 ‘공유’할 때에는 풍성하게 살아 있던 숲이 국유화 된 이후에는 공무원들의 비리 등으로 급격히 훼손되었고, 독일에서는 친환경 개념을 탑재한 개인들이 모여 정부의 도움 없이 살기 좋은 생태 마을 만들었다. 그녀는 우리나라 전통 사회에서 농수를 공급하는 관개시설을 마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도 어느 한 집에서 마구 써서 고갈시키는 일 없이 균형있게 운영하던 문화를 이상적인 공유의 사례로 소개했다.

강연이 끝난 후 질문자로 나선 학생들은 공과대학, 사회과학대학, 의과대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었다. 사회대 대학원생 강지은 학생은 이 강연이 자신의 전공인 국제정치학과 직결된다고 생각해 의무감으로 참석했는데, 자연자원을 연구하는 과학도들도 결국 오스트롬식 해법을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강연에 참석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외교학부 안도경 교수는 많은 서울대 학생들이 오스트롬의 강의에 호응하는 것을 보며 서울대 학생들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미국 대학생들의 경우 학생들이 환경 문제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참여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서울대 학생들도 세계화 문제, 개발도상국의 원조 문제, 에너지 자원 문제 등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문제들로 관심사가 많이 옮겨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심창현 학생 (외교학과 4학년)은 이런 변화를 실제로 캠퍼스에서 쉽게 목격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유럽 학생들이 탄자니아 자원 문제 같은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을 보고 서울대에서 운영되는 여러 사회적 기업 동아리 중 하나에 참여해 보니,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심창현 학생은 “서울대 학생들이 사회적 흐름을 읽는데 민감하고, 또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하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것이 다른 대학보다 더 빠른 것 같다.” 고 말했다.

2010. 8. 31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