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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된장’을 만드는 이유 있는 고집

2011.04.05.

디비이식품주식회사 강병석 대표와 식품생명공학전공 08학번 김예란 학생 사진

‘맑은손맛 된장’은 ‘서울대 된장’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여년전부터 수원에 있던 서울대 농과대학에서 연구, 개발하여 증정용으로 소량씩 분양하던 ‘서울대 된장’이 ‘맑은손맛 된장’으로 일반인에게 이름을 알려 나갈 수 있었던 데는 강병석 선배(식품공학과 74졸)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2003년 농과대학이 수원에서 관악으로 이전하면서 식품 공장도 함께 옮겨왔는데, 공간문제로 기계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었다. 소비자에게 공급할 제품을 만들 여건이 되지 않는 관악캠퍼스에서는 실험생산을 하기로 하고, 수원캠퍼스에 새로운 가공공장을 설치하고 최신식 설비를 갖추어 된장을 더 과학적이고 위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주)디비이식품으로 파주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누구나 제조부터 유통까지 볼 수 있도록 자신 있게 ‘누드공장’으로 설계했다.

디비이식품주식회사 강병석 대표 사진브랜드명이 바뀌었어도 ‘서울대 된장’이라는 별칭을 여전히 달고 있는 것은 강병석 선배의 서울대 식품공학과에 대한 자부심 덕분이다. 된장 제품은 보통 천일염을 사용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소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물질로 분류가 되었고 위생, 영양 등의 측면에서 적절한 규격을 정해 식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품질 좋은 천일염은 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바닷물 오염도 날로 심각해지고, 어떤 사람들은 중국산 소금을 뿌려 그것을 핵으로 하여 겉만 우리 바닷물로 씌운 소금을 천일염이라고 내놓으니 선배는 천일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천일염보다 몇 배나 비싼 자염을 원료로 한다.

콩과 보리도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친순 국산품들만 사용하기 때문에 선배는 ‘맑은손맛 된장’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으로 눈앞에 보이는 이익도 포기했다. “지인을 통해 백화점에 1년 반 정도 입점했는데 백화점은 1+1과 같은 세일 행사를 많이 해요. 계속 입점해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업체들은 세일 상품을 따로 제작한다고들 하더라구요. 실제 그런 권유도 받았구요. 그런데 모교인 서울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할 수 없었습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학교 망신을 시킬 수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백화점에서의 판매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디비이식품에서는 된장뿐만 아니라 고추장도 생산하는데 선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우리 고추장은 맛이 없다’고... 고추장의 맛을 판단할 때는 단맛과 매운맛을 기준으로 하는데, 보통은 물엿으로 단맛을 낸다. 우리나라 식품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 중 하나인 물엿은 주로 미국산 옥수수를 분해해서 만드는데 요즘 수입되는 미국산 옥수수는 대부분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이기 때문에, 선배는 그것을 원료로 한 물엿 대신 순찹쌀을 당화시켜 만든 엿기름을 이용한다. 엿기름은 물엿만큼 단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의 기준에서 선배가 만든 고추장은 ‘맛’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것. 사실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선배가 아직까지도 이렇게 고집을 부리고 있는 배경에는 우리 서울대학교가 있는 것이다. 백화점 판촉을 포기하고 간 유기농 매장은 경영기반이 취약해서 얼마 되지 않아 폐업했다.

디비이식품 된장 사진결국 홈페이지의 쇼핑몰과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의 매점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의 홍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방송에 한두 번 나가기는 했지만, 방송을 한 번 타고 나면 얼마 동안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그마저도 사그라진다. 때문에 항상 홍보가 필요하지만 높은 광고비를 요구하는 매체를 이용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싼 원료를 쓰기 때문에 시중에 있는 보통의 된장 제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점 또한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배가 원료를 싼 것으로 바꿀 생각이 없는 것도 결국 제품 포장 박스에 인쇄된 ‘서울대 식품공학과 연구개발기술제품’이라는 것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장기간 해외에 나가있는 교수나 유학생을 위해 된장을 동결 건조하여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된장차를 만들어낸 강병석 선배는 앞으로도 된장을 비롯해 콩을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연구, 개발하고 싶다고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김예란(식품생명공학전공 08학번)

<서울대사람들> 2011년 봄